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24 - 초속 3000km 과속 은하 발견


 우주에 있는 천체들은 가만이 제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천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모두 고유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죠. 그런데 이 중에서 유독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과속 별들을 HVS(HyperVelocity Star)로 분류해습니다. 
 이런 별 가운데는 초속 500km에서 1,000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별도 존재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5/03/Fastest-Star-in-milky-way.html 참조) 천문학자들은 엄청난 질량을 가진 별을 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힘은 은하 중심 거대 블랙홀이나 혹은 초신성 폭발 같은 경우에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별이 아니라 은하 전체가 고속으로 움직이는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11개의 달아나는 은하(runaway galaxies)가 동시에 발견되었고 합니다. 속도도 무려 초속 3000km에 달합니다.

(초고속 은하의 탄생 가설. 기존에 있던 은하를 다른 은하가 대체하면서 본래 있던 은하가 튕겨져 나가게 된다. This schematic illustrates the creation of a runaway galaxy. In the first panel, an "intruder" spiral galaxy approaches a galaxy cluster center, where a compact elliptical galaxy (cE) already revolves around a massive central elliptical galaxy. In the second panel, a close encounter occurs and the compact elliptical receives a gravitational kick from the intruder. In the third panel, the compact elliptical escapes the galaxy cluster while the intruder is devoured by the giant elliptical galaxy in the cluster center. Credit: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 ​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 연구소의 이고르 칠린가리안(Igor Chilingarian)과 그의 동료들은 본래 작은 은하들을 연구했습니다. 작은 타원은하(compact elliptical galaxy, cE)들은 일종의 미니 은하로 그 크기가 구상 성단보다 약간 더 큰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은 수백 광년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작고, 우리 은하계와 비교할 때 보통 1,00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은 크기입니다.
 연구팀은 SDSS(Sloan Digital Sky Survey) 및 갈렉스(GALEX) 관측 위성 자료를 이용해서 200개 정도의 작은 타원은하를 연구했는데, 이 중에서 11개의 은하가 예상치 않게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의 이동속도는 초속 3,000km에 달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이 작은 타원은하들이 다른 큰 은하 주변을 공전하거나 은하단에 속한 대신 단독으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우리 은하계 같은 큰 은하들은 주변에 작은 위성 은하들을 거느립니다. 반대로 작은 은하들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중력에 이끌려 큰 은하 주변을 공전하거나 적어도 은하군에 속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은하들은 고속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홀로 이동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은하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일단 은하단 중심에 있는 큰 은하 주변을 공전하는 작은 은하가 있습니다. 이런 위성 은하들은 매우 흔하죠.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은하가 큰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다가옵니다. 

 만약 새롭게 등장한 은하가 작은 은하의 공전 궤도 중간에 끼어들면, 작은 은하는 중력의 상호 작용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은하가 들어오면서 본래 있던 은하는 튕겨 나가 듯 빠져나가게 됩니다.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라는 속담처럼 본래 있던 은하는 자신의 궤도에서 빠져나가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됩니다. (위의 그림 참조) 

 이와 같은 독특한 사건은 사실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에 무수히 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죠. 우주에는 분명 이보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더 많은 연구를 할 수록 더 많은 경이가 드러나겠죠.
 참고     
  Isolated compact elliptical galaxies: Stellar systems that ran away, Science 24 April 2015: Vol. 348 no. 6233 pp. 418-421. DOI: 10.1126/science.aaa3344

  http://phys.org/news/2015-04-astronomers-runaway-galaxies.html#jCp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