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바닷물로 작물을 키운다?



 21세기 초에 전세계 인구는 70억을 돌파했습니다. 어디까지 증가할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이지만, 앞으로 한동안 더 증가할 것은 거의 확정적입니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서 더 많은 물과 식량이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분명합니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지역에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가난한 국가들은 식량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닷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바닷물을 활용한다고 하면 해수 담수화를 생각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아이디어들도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해수를 이용한 작물 재배죠. 해수 작물 재배는 사실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농작물들은 염도가 높으면 재배는 고사하고 바로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염분에 강한 일부 작물들을 품종 개량해서 작물이 재배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1/4이 해수면보다 낮은 국가로 염분이 많은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아직 작물재배에 적합한 땅이 아니지만, 여기에 바닷물을 이용해서 감자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염수 감자 농장(saltwater potatoes farm)은 정신나간 아이디어 같지만,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점차 그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염수를 이용한 감자 농장)

(실제 재배된 감자)
 ​

(동영상)
 이 감자 농장이 위치한 곳은 네덜란드 북부의 테셀(Texel)로 작물을 재배하기에는 염도가 높은 토지가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마르크 반 리젤베르헤 ​(Mark van Rijsselberghe)는 암스테르담 대학의 도움을 받아 10년 동안 그의 팀을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도 독특하긴 하지만 더 독특한 부분은 유전자 조작 작물(GMO)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인 품종 개량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럽에서는 GMO 작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것 같지만, 유전자 삽입 없이도 품종 개량을 상당 수준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품종 개량이나 GMO 작물이나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선별하고 조작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품종 개량을 통해서 염분에 강한 품종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아무튼 리젤베르헤 팀은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상당한 염분이 있어도 자랄 수 있는 감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감자는 사실 100% 바닷물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바닷물을 끌어다 쓰지만, 일부는 자연적으로 내리는 강우를 이용해서 대략 바닷물과 담수의 중간 정도 염도의 토양에서 자라게 됩니다. 아무튼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바닷물을 추가로 더 쓸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본래는 강수량이 부족하고 토지에 염분도 많은 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됩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이런 토지가 많지 않아서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염분이 많은 토지는 세계적으로 매우 흔합니다. UN의 수자원, 환경, 보건 기구(UN Institute for Water, Environment and Health)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75개 국가에 걸쳐 매일 2000 헥타르의 토지가 염분으로 인한 손상(salt-induced degradation)으로 사용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주로는 염분이 많이 포함된 지하수를 이용해서 관개 농업을 하는 것이 이유죠. 

 1990년대, 염분이 많아서 버려진 토지는 4,500만 헥타르에 달했으나 현재는 프랑스 국토만한 6,200만 헥타르로 넓어졌습니다. 이는 전 세계 관계 농업 토지의 20% 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합니다. 반드시 바닷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염분에 강한 품종을 만다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일입니다.

 리젤베르헤 팀은 오랜 노력끝에 염수와 빗물을 이용한 감자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품종을 개량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가격인데 AFP 연합 통신에 의하면 1kg 당 5유로라는 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에 출하되었다고 하네요. 왜 이렇게 비싼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좋은 의도에서 만든 품종이라도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목표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 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만든 감자가 짭짤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험한 환경에서 자란 감자는 오히려 더 많은 당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맛이 더 달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감자 이외에도 양파, 상추, 당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시도를 하는 사람은 이들만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널리 상용화 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