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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공룡을 소재로한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거대 육식 공룡은 의심의 여지 없는 포악한 사냥꾼입니다. 공들여 만든 모형이든 그래픽이든 간에 주인공급 공룡이 나와서 시체만 뜯어 먹는다면 영화 제작자도 관객들도 모두 힘빠지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일부 공룡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오늘날의 하이에나 같은 시체 청소부였을 것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시체 청소부 가설은 이런 대형 육식 공룡들이 먹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민첩하지 않았다 등의 가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7/blog-post_17.html 참조)
 그런데 최근 티라노사우루스과에 속하느 공룡들이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들을 사냥했다는 증거가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인 것은 그 대상이 다른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육식 공룡들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냥을 했다는 의미로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다소 희소식(?) 일 것 같습니다.
 런던 대학의 데이빗 혼 박사(Dr David Hone from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와 그의 동료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같은 티라노사우루스과에 속하면서 이보다 약간 작은 육식 공룡인 다스플레토사우루스(Daspletosaurus) 화석에서 육식 공룡간의 사냥의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약 6m 정도 길이의 다스플레토사우루스로 성체가 되기 전에 죽은 공룡이었습니다. 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등과 함께 백악기말 북미 대륙에서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룡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연구팀은 같은 과의 공룡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흉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은 아마도 다른 육식 공룡(상처로 봤을 때 같은 종인 것 같다고 함) 과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 같고 살아남아서 흉터들이 치유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바로 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화석을 분석한 연구팀은 이 공룡이 살아있을 때 매우 험난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기 저기 입은 흉터는 이 공룡이 살았던 시기 육식 공룡끼리의 싸움, 혹은 사냥에서 얻은 상처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공룡이 죽었을 때 공룡의 몸의 일부는 다른 육식 공룡에게 먹힌 흔적이 있습니다.


(서로 다툼을 벌였던 육식 공룡 다스플레토사우루스의 복원도. Artist's reconstruction of combat between two Daspletosaurus. Credit: Luis Rey  )        

(죽은 다스플레토사우루스를 먹는 다스플레토사우루스. Artist's reconstruction of one Daspletosaurusfeeding on another. Credit: Tuomas Koivurinne ) 
 사실 이전에도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끼리 서로 잡아먹은 흔적이 발견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것은 단순히 죽어 있는 공룡만 먹은 게 아니라 서로 살아있을 때 혈투를 벌였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이 사냥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그냥 시체만 뜯어먹는 공룡은 아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는 될 수 있습니다. 평화롭게 시체만 뜯어먹을 때는 생기지 않을 상처이기 때문이죠. 물론 서로 시체를 두고 싸웠다는 반론도 나올 순 있지만, 사바나의 육식 동물처럼 대개 시체 청소부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기 보단 겁을 줘서 쫓아내거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부일을 하는데 목숨을 거는 건 아무래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죠.
 아마도 이 발견이 청소부 vs 사냥꾼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만큼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마도 둘 다 했을 텐데 주로 뭘했냐는 타임머신이 개발되거나 쥐라기 공원이 문을 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 백악기말 청소년 육식 공룡들이 매우 험난한 시절을 보냈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어 보이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험한 것 같습니다.  
 참고
 Hone and Tanke (2015), Pre- and postmortem tyrannosaurid bite marks on the remains of Daspletosaurus (Tyrannosaurinae: Theropoda) from Dinosaur Provincial Park, Alberta, Canada.PeerJ 3:e885; DOI: 10.7717/peerj.885

  http://phys.org/news/2015-04-evidence-combat-cannibalism-tyrannosaurs.html#j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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