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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창을 이용해 사냥하는 침팬치 발견



 영화 혹성 탈출에는 능숙하게 도구를 사용하는 침팬지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런 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손의 구조 역시 인간처럼 복잡하게 도구를 다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의 손과 두뇌는 수백만년간 진화의 결과로 우리의 친척들인 침팬치나 다른 영장류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침팬지가 사냥할 때 간단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흰개미 굴에 나뭇가지를 넣어 흰개미를 낚는 방법이죠. 이 간단한 사냥법은 매우 효과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인류의 조상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단백질을 공급받았으리라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작은 나뭇가지는 구하기도 쉽고 다루기도 간단한 도구일 것입니다. 아마도 나무 창의 사용은 그보다 더 복잡한 능력을 필요로 하겠죠. 과학자들은 창을 이용한 사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 이외의 동물이 사냥에서 창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 영국, 미국의 다국적 과학자팀이 침팬치가 사냥에 나무 창을 사용한다는 증거를 발견해 저널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이 놀라운 침팬지가 사는 곳은 아프리카 세네갈 남동부의 퐁골리(Fongoli) 입니다. 일반적으로 침팬지는 육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부족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조직적인 사냥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침팬지는 뛰어난 사냥꾼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큰 동물을 사냥하지 못하지만 자신보다 작은 영장류를 잡아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7년부터 7년간에 걸쳐 이 지역 침팬지들을 관찰한 과학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침팬지들이 약 75cm 정도 되는 길이의 나무 창을 이용해서 다른 영장류들을 사냥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이 다른 영장류는 사람이 아니라 부시베이비(Bushbaby)라고도 불리는 갈라고(Galago)라는 소형 영장류의 일종이었습니다. 

 이 소형 영장류는 천적들을 피해 비어 있는 나무 속 같은 은신처에서 서식하는데, 과학자들은 은신처에 숨어 있는 갈라고를 사냥하기 위해 침팬지들이 끝이 뾰족한 나무 창으로 갈라고를 찌르는 장면을  연구 기간 중 무려 308회나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창을 이용해서 은신처에 숨은 갈라고를 사냥하는 침팬지. Tool-assisted hunting by chimpanzee at Fongoli, Sénégal. Adult male chimpanzee uses modified tree branch with modified end to (a–c) stab into a cavity within a hollow tree branch that housed a Galago he ultimately captures as (d) his adolescent brother looks on. Images are courtesy of BBC. Credit: (c)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140507 )

 나무 창을 사용한다는 것 이외에도 과학자들은 이 침팬지를 관찰하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침팬지는 나무창으로 사냥감을 죽일 수 있을 만큼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쉽게 생각하지만 도구를 쥐고 의도대로 정교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아직까지는 인간만의 능력입니다. 두뇌와 손의 유기적인 통합은 물론 손과 팔의 구조가 여기에 맞게 진화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사족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 혹성 탈출에서처럼 침팬지가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능숙하게 도구를 다룰 순 없습니다. 신체 구조상 어렵죠) 

 하지만 오히려 이점 때문에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즉, 초기 인류의 조상 역시 사실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침팬지가 그러하듯이 꼭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해도 생존에 얼마든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이 나무 창으로 갈라고를 죽이지는 못해도 상처를 입혀서 사냥을 수월하게 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렇다면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수백만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더 도구를 잘 사용하는 침팬지의 후손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는 셈입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부분은 나무창의 사용빈도가 수컷이 아닌 암컷에서 높다는 것입니다. 전체 관측 횟수 가운데 암컷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했습니다. 흔히 상상하기로는 수컷이 먼저 도구로 사냥을 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인 이유는 암컷이 힘과 체력 면에서 수컷에 뒤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런 일이 인류 진화에 초기에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초기 인류의 사냥 도구 사용도 이런 방식으로 진화했을지 모릅니다. 아직 석기처럼 다루기 힘든 도구를 사용할 만큼 두뇌와 손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 인류의 오래된 조상은 흔적이 남기 어려운 나뭇가지나 나무 창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점차 진화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침팬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오래전 인류의 조상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 결과를 가지고 미래에 혹성 탈출 같은 일이 생긴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침팬지들은 인간 덕분에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개체수가 줄어들어 위기인 상태입니다. 침팬지가 인류를 위협하진 않지만 반대로 인류는 침팬지는 물론 다른 야생동물의 생존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죠. 

 만약에라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인류가 멸종되고 침팬지가 살아남는다면 수백만년 후 미래에는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당장에는 침팬지가 더 위험한 현실입니다. 


 참고 

New evidence on the tool-assisted hunting exhibited by chimpanzees (Pan troglodytes verus) in a savannah habitat at Fongoli, Senegal, Royal Society Open Science, www.dx.doi.org/10.1098/rsos.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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