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15 - 불타는 고리? ALMA로 본 아인슈타인 고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되는 현상 중 하나는 중력 렌즈입니다. 중력에 의해 빛의 경로가 휘면 마치 렌즈 같은 효과를 내서 물체가 확대되거나 고리처럼 보이거나 몇 개로 중복되서 보이는 것입니다. 은하나 은하단처럼 큰 질량을 가진 천체가 주로 렌즈 역할을 해서 멀리 있는 은하를 확대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에게는 중요한 현상이죠.
 확대되는 물체는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와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4 개로 분리되어 보이는 경우 아인슈타인 십자가라고 부르고 ( http://blog.naver.com/jjy0501/220292078965  참조) 더 극단적으로 늘어져서 고리처럼 보이는 경우 아인슈타인 고리라고 부릅니다. 아인슈타인 고리의 이미지는 허블 우주 망원경 같은 광학 망원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은 전파 망원경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니까요.
 최근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무려 120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젊은 은하인 SDP.81 의 모습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 가운데 하나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서 포착했습니다. ALMA로도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중력 렌즈의 도움으로 천문학자들은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포착된 SDP.81 의 중력 렌즈 이미지  ALMA image of the gravitationally lensed galaxy SDP.81. The bright orange central region of the ring (ALMA's highest resolution observation ever) reveals the glowing dust in this distant galaxy. The surrounding lower-resolution portions of the ring trace the millimeter wavelength light emitted by carbon monoxide. Credit: ALMA (NRAO/ESO/NAOJ); B. Saxton NRAO/AUI/NSF)
 이 중력 렌즈 이미지가 어떻게 실제 이미지를 왜곡했는지는 아래 영상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동영상)
 이 영상을 얻기 위해서 ALMA의 거대한 전파 망원경들은 최대 너비인 15km 까지 퍼져서 관측을 시행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불타는 고리 같은 아인슈타인 링을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ALMA의 최고 분해능은  23 milliarcseconds 인데 이 해상도를 설명하자면 뉴욕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파리에 에펠탑 위에 놓인 야구공의 테를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ALMA 이미지 합성 ALMA/Hubble composite image of the gravitationally lensed galaxy SDP.81. The bright orange central region of the ring (ALMA's highest resolution observation ever) reveals the glowing dust in this distant galaxy. The surrounding lower-resolution portions of the ring trace the millimeter wavelength light emitted by carbon monoxide. The diffuse blue element at the center of the ring is from the intervening lensing galaxy, as seen with the Hubble Space Telescope.  Credit: ALMA (NRAO/ESO/NAOJ); B. Saxton NRAO/AUI/NSF; NASA/ESA Hubble, T. Hunter (NRAO)) 
 불타는 고리같은 은하의 이미지는 신기하지만 사실 과학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본래 은하의 모습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본래 이미지가 어떠했는지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 초기의 은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고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ALMA Long Baseline Observations of the Strongly Lensed Submillimeter Galaxy HATLAS J090311.6+003906 at z=3.042," is located here: arxiv.org/abs/1503.02652

 http://phys.org/news/2015-04-alma-einstein-stunning-image-lensed.html#jCp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