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중세 시대 암 유병률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Excavated medieval bone from the spine showing cancer metastases (white arrow). Credit: Jenna Dittmar)




(CT scan of bone from a medieval skull showing metastasis hidden within (white arrow). Credit: Bram Mulder)





(The remains of numerous individuals unearthed on the site of the former Hospital of St. John the Evangelist. Credit: Cambridge Archaeological Unit/St John's College)



 산업화 이전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은 전염병, 기아, 전쟁 등이었습니다. 사실 산업화 이후에도 한동안 주요 사망 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 영유아, 소아도 많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무조건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이 미덕으로 통했습니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 위생 및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전염병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고 평균 수명이 증가했습니다. 다만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만성 퇴행성 질환,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 질환, 암 같은 고령자에서 호발하는 질병의 빈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이런 질병이 과거에는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금처럼 많아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피어스 미첼 박사 (Dr. Piers Mitchell)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에서 6-16세기 사이 매장된 유골을 CT와 X선으로 분석해 뼈에 전이된 암 병변을 조사했습니다. 말기 암은 전신으로 전이되는데, 뼈에 전이된 경우 국소적으로 뼈가 녹은 것 같은 병변을 남기기 때문에 오래된 화석에서도 존재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룡 화석에도 뼈에 생긴 종양과 전이암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온전한 골격이 갖춰진 유골이 아닌 경우 전이암이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구팀은 신중하게 표본을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남성 96명과 여성 46명의 유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뼈에 전이암의 흔적이 있는 경우는 5명이었으며 골수에 혈액암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하나 있었습니다. 전이된 암만 생각하면 전체의 3.5%에서 암이 확인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암 사망자 가운데 1/2-1/3 정도가 사망 당시에 뼈에 전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적인 암 유병률은 9-14% 정도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현재 유병률보다 낮긴 하지만 과거 추정한 것보다 10배는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높은 암 유병률의 원인은 확실치 않습니다. 담배가 도입되기 전이라 흡연에 의한 암 위험도 없었고 다른 환경적 요인도 적었을텐데 왜 암 발생률이 생각보다 높았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한 가지 해석에서 주의할 부분은 표본 선택에 따른 오류입니다.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유골은 아마도 전쟁이나 기아, 전염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시기와 장소에 따른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유골들을 발굴하고 분석해야 더 정확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중세 시대 암 유병률 조사라는 점에서 특이하고 흥미로운 연구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04-cancer-medieval-britain-ten-higher.html


 The Prevalence of Cancer in Britain Before Industrialization, Cancer (2021). acsjournals.onlinelibrary.wile … i/10.1002/cncr.3361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