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91 - 38 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 커플



 블랙홀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혼자 존재할 수 있지만 그  경우 우리가 이를 관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빛이나 다른 전자기파를 방출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대개 우리가 아는 블랙홀들은 다른 별 주변에서 가스를 빨아들이거나 혹은 은하 중심 블랙홀 처럼 엄청난 질량을 빨아들이는 초거대 블랙홀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블랙홀 2개 이상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모여 있는 것도 있습니다. 


 두개의 은하가 충돌하는 경우 그 중심에 위치한 거대질량블랙홀 (Super Massive Black Hole) 들은 서로 중심부에서 만나서 중력에 의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거나 운이 없으면 충돌 할 수도 있습니다. 쌍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처럼 쌍 블랙홀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블랙홀이라고 다 싱글로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최근 WISE 적외선 망원경은 막대한 수의 블랙홀들을 발견했는데 (  http://jjy0501.blogspot.kr/2012/09/109-wise.html 참조) 그 중에서는 이제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쌍 블랙홀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커플 블랙홀은 무려 38 억 광년이나 떨이진 것으로 WISE J233237.05-505643.5 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WISE 관측 자료를 분석한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의 피터 에이센하르트 (Peter Eisenhardt, WISE project manager at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Pasadena, Calif) 에 의하면 최초에 매우 이상하게 생긴 데이터를 보고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대규모로 별이 생성되고 있는 신호로 생각했으나 보다 자세히 연구를 진행하자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것은 합쳐지고 있는 두개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그리는 죽음의 나선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거대 질량 블랙홀들은 서로의 강력한 중력의 힘으로 끌어당겨져 점차 수광년 까지 매우 가까운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쌍 블랙홀은 사실 관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 매우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은하 중심에 있어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죠. 아무리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두개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Australian Telescope Compact Array 전파 망원경 이미지가 흔히 말하는 연필 모양이 아니라 지그재그 패턴의 이상한 제트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38 억년이나 떨어진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이 하나가 아닌 한쌍일 수 있다는 추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런 거대 질량 블랙홀은 주변에 있는 강착 원반에 수직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한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강력한 제트의 힘은 수천 광년까지 엄청난 속도로 물질을 수직으로 뿜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양이 수직이 아니라 지그재로 방향이 변했다면 한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뭔가 다른 물체가 제트를 뿜어내는 블랙홀을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배에 달하는 질량의 블랙홀을 흔들려면 흔드는 물체 역시 비슷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에 합당한 물체라면 역시 거대 질량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도 아주 가까이 근접해서 흔들어야 가능합니다. 



(두개의 근접한 블랙홀의 상상도.  Two black holes are entwined in a gravitational tango in this artist's conception. Supermassive black holes at the hearts of galaxies are thought to form through the merging of smaller, yet still massive black holes, such as the ones depicted here. NASA's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or WISE, helped lead astronomers to what appears to be a new example of a dancing black hole duo. Called WISE J233237.05-505643.5, the suspected black hole merger is located about 3.8 billion light-years from Earth, much farther than other black hole binary candidates of a similar nature. Credit: NASA)


 과학자들은 결국 이 두개의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져 더 큰 블랙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이 블랙홀 한쌍으로 부터 시공간이 물결치면서 중력파가 퍼져나갈 것입니다. 이 중력파는 아직까지 검출하지 못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다면 반드시 존재하는 것으로 지금도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이 이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쳐지는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하는 가장 좋은 장소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 여기 저기에서 비슷한 합쳐지는 블랙홀들을 찾고 있고 이들이 합쳐질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관측하고 싶어 합니다. 엄청난 질량을 가진 거대 블랙홀 끼리의 충돌은 우주에서도 가장 극적인 사건이 될 것 입니다. 얼마나 격렬한 일이 일어날 지 꽤 궁금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