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92 - 650 AU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



 세상에는 어디에 속하는지 애매한 상황이나 물건이 있게 마련인데 천문학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행성인지 왜행성인지 혹은 행성인지 갈색 왜성인지, 동반성인지 위성인지 알기 힘든 경우가 생기게 마련인데 최근 천문학자들이 찾아낸 새로운 외계 행성 HD 106906 b 역시 그런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애리조나 대학의 대학원생인 바네사 베일리 (Vanessa Bailey) 가 주도한 연구팀은 HD 106906 라는 독특한 항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젊은 별은 아직 별 주변에 다른 행성들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많은 물질을 포함한 원시 행성계 원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별에서 약 650 AU 정도 떨어진 위치에 목성 질량의 최대 11 배에 해당하는 외계 행성 HD 106906 b 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는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행성이 생성된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별 주변의 먼지 디스크에서 가스와 먼지가 뭉쳐 행성이 형성된 후 다른 궤도로 이동한다고 믿어지고 있기 때문니다. 이 별은 아직 생긴지 1300 만년 정도로 아주 젊은 별이기 때문에 이렇게 먼 궤도로 이동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HD 106906 행성 시스템의 아티스트 컨셉. 새로 생긴 젊은 별 주위에는 아직 행성을 형성할 수 있는 디스크가 존재하며 저 멀리 떨어진 곳에 HD 106906 b 가 존재  This is an artist's conception of a young planet in a distant orbit around its host star. The star still harbors a debris disk, remnant material from star and planet formation, interior to the planet's orbit (similar to the HD106906 system). Credit: NASA/JPL-Caltech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적 가설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종의 쌍성계 가설입니다. 즉 실제로는 쌍성계 인데 한쪽의 질량이 매우 낮은 것이죠. 사실 하나는 황색 왜성인데 다른 하나는 적색 왜성이거나 하나는 주계열성인데 다른 하나는 갈색 왜성인 쌍성계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는 주계열성인데 다른 하나는 행성 크기에 불과한 쌍성계도 존재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 우주에서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최근의 떠돌이 행성 (rogue planet) 들을 볼 때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쌍성 시스템은 크기 차이가 나더라도 1:10 정도 범위 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라곤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HD 106906 의 두 쌍성은 질량 차이가 1:100 이나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이유도 없습니다. 동반성에 가스가 적게 뭉치면 할 수 없이 행성 크기의 동반성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HD 106906 b 는 이런 점에서 엄밀히 말해 행성이라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쌍성계라고 해야 하는지 애매한 케이스 입니다. 질량 역시 행성과 갈색 왜성의 경계 부분 (이 경계는 목성 질량의 13 배) 에 존재합니다. 다만 질량 차이로 볼 때 주변을 도는 행성이라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비록 별 주변의 디스크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별도로 가스가 뭉처셔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쌍성계라고 보기에는 질량 차이가 너무 크고 사실상 모성 주위를 행성이 공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HD 106906 b 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생성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외계 행성은 아직 생성 당시의 열기가 남아 있어 표면 온도가 섭씨 1500 도에 달합니다.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의 적외선을 방출한다는 이야기죠. 만약 표면 온도가 목성 수준이었다면 아무리 좋은 망원경이 있다고 해도 관측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모항성에서 970 억 km 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이나 중력 간섭에 의한 모성의 흔들림, 식현상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경우였죠. 



(MagAO/Clio2 망원경이 열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한  HD 106906 b. This is a discovery image of HD 106906 b in the thermal infrared (4µm wavelength) from MagAO/Clio2, processed to remove the bright light from its host star, HD 106906 A. The planet is than 20 times farther away from HD 106906 A than Neptune is from our Sun. AU stands for Astronomical Unit, the average distance of the Earth and the Sun. Credit: Vanessa Bailey )


 아무튼 이와 같은 발견은 행성 생성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생성된 외계행성도 목성처럼 미니 태양계 같은 복잡한 위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모성이 갈색왜성이나 적색 왜성이 될 만큼 질량을 가지지 못했을 뿐이죠.


 이런 형식의 멀리 떨어진 대형 가스 행성은 생각보다 흔한데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이런 형태의 멀리 떨어진 가스 행성의 존재가 더 밝혀질 지도 모르죠. 이번 연구는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Vanessa Bailey, Tiffany Meshkat, Megan Reiter, Katie Morzinski, Jared Males, Kate Y. L. Su, Philip M. Hinz, Matthew Kenworthy, Daniel Stark, Eric Mamajek, Runa Briguglio, Laird M. Close, Katherine B. Follette, Alfio Puglisi, Timothy Rodigas, Alycia J. Weinberger, Marco Xompero. HD 106906 b: A planetary-mass companion outside a massive debris disk.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