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벽뒤의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WiTrack



 MIT 의 엔지니어들이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3D 모션 트래킹이라는 이 기술은 한마디로 인간의 동작을 3차원적으로 감지하는 것인데 기존의 동작 인식 기술과는 다른 방식을 이용해 놀랍게도 벽이나 기타 장애물을 투과해서 동작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즉 벽뒤에 있는 사람이 움직임을 3 차원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MIT 의 컴퓨터 과학 및 인공 지능 연구소 (MIT 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 (CSAIL)) 의 디나 카타비 (Dina Katabi) 의 연구팀이 개발한 이 3D 모션 트래킹 기술은 WiTrack system 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벽을 사이에 두고 동작을 감지하는 WiTrack 시스템   The WiTrack system provides significantly increased accuracy in tracking a person’s movement, and can even detect motion through walls and obstructions. Credit: JASON DORFMAN, CSAIL)


(동영상)  


 그 원리는 동영상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가시광선이 투과할 수 없는 벽이나 장애물이라도 다른 전자기파는 투과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안에서도 Wi Fi 나 LTE 가 되는 것이죠. 아무튼 연구팀도 장애물을 투과하는데 전자기파를 이용합니다. 이 신호의 세기는 매우 약해서 다른 신호와 신호 간섭은 물론 인체에 대한 유해성 걱정없이 인간의 몸을 스캔할 수 있다고 합니다. (WiFi 신호 세기의 100 분의 1 이고 휴대폰 전자기파의 1/1000 수준) 


 WiTrack 은 여러개의 안테나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개는 전자기파를 목표를 향해 발사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반사된 전파 신호를 받는 수신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반사된 신호를 여러 곳에서 측정해서 3 차원적으로 재구성이 가능합니다. 정확도는 10 - 20 cm 정도 수준이라서 손을 들거나 다리를 드는 동작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동영상에서 보듯이 손짓으로 전등을 끄거나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의 게임용으로 개발된 동작 인식 센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장애물이 뒤에 있어도 동작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책상위에 센서를 올려놓고 책상 아래 발의 동작을 인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더 유용한 이용범위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이나 노인 요양 기관에서 노인 낙상 사고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감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노인 환자에서 낙상 사고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주요한 사고 중에 하나입니다. 단순히 넘어지는 것 만으로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에서 심각한 골절을 일으킬 수 있는데 더 문제는 아무도 사고 당시에 아무도 발견 못하는 경우입니다. 


 WiTrack 은 CCTV 카메라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도 얼마든지 투과해서 감시가 가능하므로 요양기관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카메라는 누가 보고 있지 않으면 모르지만 WiTrack 은 인간의 동작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으므로 낙상 사고나 기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면 의료진에게 바로 알려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이 더 발전된다면 벽뒤에 있는 적의 수, 위치, 동작 등을 알 수도 있기 때문에 게임등에서 묘사되는 것 처럼 군사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질극을 벌이는 경우 아주 유용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획기적인 기술로 보이기는 한데 인식률이나 실용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로 유용한지는 앞으로 검증해야할 부분입니다. 나름 획기적인 것 같지만 실패한 기술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정확한 인식만 가능하다면 미래에 게임용 보다는 첩보/군사적인 용도로 더 주목받지 않을까 하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