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네안데르탈인도 인간처럼 살았다 ?



  다국적 고고학자팀이 북서부 이탈리아의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굴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네안데르탈인이 생각보다 더 똑똑하게 주거지를 구성했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주거 환경을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즉 주방, 식탁, 잠자리 따위의 구별없이 동굴에서 거주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번 발굴 결과를 토대로 연구의 주저자인 콜로라도 덴버 대학 (University of Colorado Denver) 의 줄리엔 리엘-살바토르 교수 (Julien Riel-Salvatore, assistant professor of anthropology) 은 네안데르탈인이 물건을 아무데나 던저두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도 네안데르탈인 가운데 일부는 호모 사피엔스처럼 주거 공간을 구분해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복원된 네안데르탈인 한 쌍  New models of male and female Homo neanderthalensis in the Neandertal-Museum, Neandertal, Düsseldorf, Germany   




 이들이 발굴을 진행한 리파로 봄브리니 Riparo Bombrini 의 유적은 처음에는 네안데르탈인이 그리고 나중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던 거주지였습니다. 이 중에서 발굴팀은 네안데르탈인이 거주했던 시기의 지층과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던 지층 모두를 조사해습니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주방 침실 등 용도로 나눠서 사용한 공간에서 네안데르탈인들은 그냥 구별없이 사용했다면 현생 인류처럼 공간을 나눠서 사용하는 주거 형태는 호미니드 가운데 인간만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은 이 동굴의 가장 높은 층을 사냥을 준비하거나 혹은 사냥감을 도축하는 등 작업실로 사용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간 층은 장기간의 주거 공간이었고 가장 낮은 층은 단기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 것 같다고 합니다.  


 먹고 남은 동물의 뼈와 잔재들은 대부분 동굴의 가장 높은 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주된 주거 공간인 중간 층에서도 동물 뼈, 잡석, 돌로 만든 도구들은 대부분 앞쪽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고 모닥불을 놓는 침실 역할을 하는 공간과는 또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층의 역할이 무엇인진 확실치 않지만 여기서 도구들을 만드는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당시의 석기나 뼈로 만든 도구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돌을 깨고 부숴서 연장을 만들게 되므로 주변으로 파편이 튈 위험이 있어 이를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는 상태에서 했을 가능성은 적다는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또 사냥한 동물을 도축해서 먹기 편한 고기를 분리하는 작업 역시 당시 원시적인 도구를 이용했을 네안데르탈인들에게는 꽤 피가 튀고 불쾌한 작업일 수 도 있겠죠.  



 따라서 현생인류라면 이런 작업을 쉽게 말해 침실이나 거실 역할을 하는 공간에서 했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만큼 지능이 높으니 말이죠. 하지만 네안데르탈인도 그럴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보다 연구가 필요했지만 이 발굴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의 지능이나 사회 발달 정도가 생각보다 더 높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와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많은 논쟁 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연구 결과는 둘이 차이가 매우 크다고 보고하고 어떤 차이는 생각보다 작은 차이가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번 연구는 후자에 속할 것 같네요. 이 연구는  Canadian Journal of Archaeology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Julien Riel-Salvatore; Ingrid C. Ludeke; Fabio Negrino; Brigitte M. Holt. A Spatial Analysis of the Late Mousterian Levels of Riparo Bombrini (Balzi Rossi, Italy)Canadian Journal of Archaeology, Volume 37, Issue 1, p.070-092 (201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