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Zoratto et al. Advanced Science 2024)
거머리는 징그러운 기생충이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들의 재주를 부러워했습니다. 피만 안전하게 빨아먹는 재주에 있어서는 인간이 따라가기 힘든 재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거머리는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니콜 조라토 (Nicole Zoratto)와 동료들은 거머리를 흉내낸 혈액 채취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는 흡판처럼 생긴 장치 안에 2mm 길이의 미세침을 넣어 안전하게 피를 빨아들입니다.
이 장치를 피부에 부착한 후 누르면 미세침이 피부 상부에 있는 미세혈관을 찌르게 됩니다. 이후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의 주둥이처럼 음압에 의해 피를 흡입하는 원리입니다. 흡입된 피는 거머리의 침처럼 항응고제와 섞여 응고되지 않게 액체 상태로 보관되어 따로 채취합니다.
이 장치는 작은 바늘 여러 개를 얕은 깊이로 찌르기 때문에 통증이 별로 없고 채혈에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는 신생아나 영유아처럼 피를 채혈하기 힘들고 주사바늘에 공포가 있는 환자에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바늘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주사침 찔림 사고에서 안전합니다.
단점은 주사바늘로 정맥을 찌르는 것처럼 많은 피를 채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머리가 피를 많이 빨아먹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직 인간의 기술로는 오리지날을 이기긴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돼지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이 장치가 의도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 사용화가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leech-inspired-such-cup-blood-samp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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