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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길앞잡이



 (Many tiger beetles that are active at night produce a high-pitched, ultrasonic warning signal to ward off bats. Credit: Harlan Gough)

곤충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밤의 포식자는 박쥐입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초음파로 길을 찾고 먹이를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방을 포함해 밤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박쥐에 대한 대비책을 진화시켰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대응책은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좋은 귀입니다. 과학자들은 나방, 딱정벌레, 귀뚜라미치, 여치 등 적어도 6개 목의 곤충에서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 감지 능력을 지닌 곤충을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밤에 활동하는 길앞잡이 (tiger beetle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초음파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뒷날개를 덮는 덥개 (elytra)를 이용해서 박쥐가 들을 수 있는 초음파 산호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능력은 나방에서는 드물지 않지만, 딱정벌레 가운데서는 이들이 유일한 사례입니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의 하란 고우 (Harlan Gough)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박쥐가 들을 수 있는 초음파 신호를 만드는 일은 사실 박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초음파 신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길앞잡이도 상당한 비용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생존에 강력한 이점이 없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이 초음파 신호가 일부 나방처럼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교란하는 재머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집한 길앞잡이의 초음파는 이런 목적으로는 너무 단순했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 초음파 신호가 경고의 목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길앞잡이가 정말 맛이 없거나 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을 경우 박쥐에게 이 사실을 미리 경고해 실수로 잡아먹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연구팀은 94마리의 길잎잡이를 잡은 후 다양한 곤충을 먹는 큰 갈색 박쥐 (big brown bat)와 함께 실험실에 풀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 90마리는 완전히 잡아 먹히고 2마리 정도만 배가 부르거나 진짜 맛이 없었는지 일부 남겼습니다. 운 나쁘게 과학자들에게 잡힌 길앞잡이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가설은 폐기되었습니다.

세 번째 가설은 진짜 독성 물질을 지닌 나방이 내는 경고 신호를 모방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길앞잡이의 초음파 신호가 불나방 (tiger moth)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불나방은 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는 나방으로 이 사실을 경고하기 위해 주요 포식자인 박쥐에게 초음파 신호를 만들어 경고합니다. 길앞잡이 역시 이를 흉내내 박쥐의 공격을 피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가설부터 검증했다면 92마리의 길앞잡이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역시 비교 검증을 위해 이런 실험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애시당초 과학자에게 잡힌 것이 불운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쥐가 곤충을 잡아 먹는 건 자연의 섭리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겠죠. 진짜 문제는 인간에 의한 자연 서식지 파괴와 인간이 만드는 소음으로 인해 박쥐와 곤충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음파에 의존하는 생물에게 큰 소음은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개체가 아닌 생물종 전체와 생태계 전반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연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5-tiger-beetles-ultrasonic-mimicry.html

Tiger beetles produce anti-bat ultrasound and are probable Batesian moth mimics, Biology Letters (2024). DOI: 10.1098/rsbl.2023.0610. royalsocietypublishing.org/doi … .1098/rsbl.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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