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행복연금위 합의문 발표 - 공약 수정과 현실 사이


  

 이전 포스트인 논란의 기초 연금 (http://blog.naver.com/jjy0501/100190855676 ) 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기초 노령 연금/기초 연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국민 행복 연금위가 (이하 연금위) 올해 초 발족 되었습니다. 


 지난 6월 27 일 연금위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연금위는 파행을 맞는 듯 했으나 일단 민주 노총을 제외한 나머지가 서명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연금위안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에서 소요 재정을 추계한 다음 기초 연금 정부안을 8월 중으로 발표하고 9월 - 10월 중으로 국회에 제출해 2014 년 7월 부터 이를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7월 17일 발표된 연금위 합의문은 


  • 기초연금의 재원은 전액 조세로 조달하고, 국민연금기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 제도의 명칭은 기초연금이 적절하다. 
  • 기초연금 대상자는 노인의 70%(소득기준 또는 인구기준) 또는 80% 수준으로 한다. 
  • 연금액은 최고20만원(A값의 10% 수준) 범위 내에서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
  • 차등지급하는 경우 기준은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으로 한다. 
  • 기초연금 도입이 국민연금 제도 발전과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마도 복지부 주도로 발의될 것으로 보이며 국회에서 의결을 거쳐 관련법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마저도 예산 확보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두고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새누리당 공약집 57 페이지에 있는 대로 '도입 즉시 모든 65 세 이상 노인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 지급' 은 선거가 끝나자 마자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거와 관계 없이 이게 가능하다고 믿는 다는 것 자체가 블랙 코메디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직 인수위가 꾸려진 시점부터 소득 하위 70% 안이 나왔는데 결국 최종적인 합의안은 70-80% 으로 나왔습니다.


 이것이 어디서 본 데자뷰 같다면 사실 정확한데 문재인 대선 후보 공약이 단계적으로 80% 까지 수급권자를 늘리고 단계적으로 2 배로 인상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와서 해봐야 별 의미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선거 때는 즉시 모든 노인에게 2 배로 공약을 내세웠다가 당선 직후 인수위 시절 부터 지금까지는 이야기가 바뀐 셈이라 공약 (空約)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재인 후보 대선 공약 집 136 페이지 중 )


 이에 대해서 연금위 측은 6 개월 사이 경제 상황이 바뀌어서 그렇다는 다소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고 있는데 6 개월 사이 경제가 크게 변화된 부분은 사실 생각하기 힘들고 - 6 개월 사이 바뀌는 경제 상황 때문에 공약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면 5 년 목표 공약은 어떻게 세우는지도 궁금한 부분 - 역시 선거가 끝난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 일은 그렇다치고 사실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예산이 지배한다' 라는 격언을 살펴보면 현재 세수 부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디서 막대한 예산을 조달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한국은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 되가는 중이라 기초 연금 관련해서 향후 정부에서 가질 재정 부담은 더 눈덩이 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소득 하위 70 % 안 조차 미래를 내다보면 쉽지 않아서 다시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역시 선거 공약은 예시당초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연금위에 의하면 

 1. 65 세 이상 인구 80% 를 대상으로 월 20 만원 정액 지급하는 안의 경우 필요한 예산
    
    2014 - 2017 년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간 : 48.7 조원
    2020 년 : 연 21.1 조원
    2040 년 : 연 129.1 조원
    2060 년 : 연 310 조원
     
 2. 65 세 이상 인구 70% 에 최대 월 20 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안의 경우 필요한 예산 

   - 소득 인정액에 따른 차등 지급

    2014 - 2017 년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간 : 34.2 조원
    2020 년 : 연 14.5 조원
    2040 년 : 연 88.6 조원
    2060 년 : 연 212.7 조원

  - 국민 연금액 소득 재분배 포함

    2014 - 2017 년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간 : 36.1 조원
    2020 년 : 연 14.9 조원
    2040 년 : 연 68.4 조원
    2060 년 : 연 92.7 조원


 라고 하는데 아무튼 조사 기관에 따른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안이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부담이 가장 적은 안은 마지막 국민 연금을 포함하는 65 세 이상 인구 소득 하위 70% 안 입니다. 이 안이 비용이 장기적으로 적게 드는 이유는 국민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 기초 연금 지급 액수를 줄이거나 아예 0 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국민 연금 수급 대상자가 많아지만 자연스럽게 정부 부담도 줄게 되며 따라서 정부에서 가장 지지하는 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안의 경우 결국은 국민 연금 수급 대상자에게는 돈을 차등 지급한다는 이야기여서 국민 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반발이 (즉 국민 연금 납부 안하면 20 만원 다 받을 수 있는데 국민 연금 가입되서 못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 예상되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여기에 공무원/군인 연금 대상자를 배제하지 않기로 해 이것 역시 논란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 이상으로 큰 문제는 가장 적게 들것 같은 기초 연금안이라 할지라도 사실은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지금 연금위 안대로면 적어도 30 조원 이상의 예산이 남은 임기 3년 반동안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도 세수 부족으로 재정 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91935851 참조) 어디서 그런 돈이 갑자기 등장할 것인지 아무도 알기 힘든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노령화와 더불어 매년 필요한 예산이 더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 복지부와 국회를 거치고 나면 기초 연금 수급 대상자와 액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니면 어디선가 돈이 더 생겨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겠죠. 유럽 복지 국가들 처럼 국민들이 높은 조세 부담을 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엄청나게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의 노령화 저출산 문제로 인해 노령자 복지 문제는 설령 조세 부담율을 높인다고 해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선거와 관련해서 이야기 한다면 지난 대선이 한가지 위험한 전례를 남겼다는 것입니다. (물론 잘 생각해 보면 이전 선거 때도 거의 비슷한 교훈들이 있었긴 했습니다) 그것은 노인표를 잡기 위해 복지 공약을 남발했다는 점인데 이런 복지 공약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 모두가 두리 뭉실한 답변만을 했을 뿐이죠. 하지만 당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면 미래 선거에서는 비슷한 류의 공약이 판을 치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기초 연금 20% 인상 등 )  


 사실 국민들이 높은 복지 수요에 대처할 만큼의 조세 및 보험료 부담을 할 생각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선심성 공약은 남발하고 재원 마련 문제는 뒷전이라면 과연 어떻게 될지 우려됩니다. 같은 우려가 기초 연금 뿐 아니라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정치인들의 자질이 아닌 국민들의 자질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탓만 할 순 없다는 것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