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가장 오래된 꽃 무덤 (flower bed) 의 흔적 발견



 장례 의식에 다양한 꽃을 사용하는 것은 오래된 인류의 관습으로 문명화가 되기 이전부터 이와 같은 흔적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University of Haifa) 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구팀들은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카멜산 (Mt Carmel) 의 라케펫 동굴 (Raqefet Cave) 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형태의 꽃으로 만들어졌던 무덤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무덤들은 기원전 13000 년에서 9800 년 지중해 동부 지역/근동 지역에 존재했던 나투피 문화 (Natufian Culture) 의 흔적으로 이들은 중석기 (mesolithic) 시대의 마지막을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직 농경을 시작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정착 혹은 반 정착 생활을 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나투피 문화에 속하는 4개의 서로 다른 무덤들로 그 연대는 13700 년전부터 11700 년 사이의 것으로 샐비어 (Salvia) 에 속하는 식물들과 다수의 사초과 (Sedges) 및 박하 (Mint) 에 속하는 식물들의 흔적이 인간의 유골 아래 깔려 있는 것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죽은 이들을 이런 꽃과 식물들 위에 눕힌 후 매장했다는 증거입니다. 나투피 인들이 무덤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복잡한 의식을 지녔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아마도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 발견된 무덤 유적 (좌측) 및 그 개념도 (우측) a) Field photograph of skeletons Homo 25 (adult, left) and Homo 28 (adolescent, right) during excavation; note the almost vertical slab behind the skull of Homo 25 and the missing skull of H28 (scale 20 cm). b) A reconstruction of the double burial at the time of inhumation; the skull of Homo 25 was displaced in the grave long after burial (see a) but originally the head was facing upwards; the skull of Homo 28 was ritually removed months or years after burial. Note the bright veneer inside the grave on the right, partially covered by green plants. (Credit: Photographs were taken by E. Gerstein. Digital figures were prepared by A. Regev.)


 이번에 발굴 된 무덤 유적에서는 모두 29 구의 아기, 어린이, 어른의 시신이 발굴되었습니다. 상당수 유골들은 단독 매장되었지만 일부는 같이 매장되었는데 이것 역시 친족관계등의 이유로 함께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들이 매장된 장소도 그냥 본래 있었던 구덩이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 동굴이 일부를 깍고 파내어 만들어진 인위적인 매장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시기 이전에는 이런 복잡한 매장 의식은 보기 드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투피 인들이 살던 1 만 - 1.5 만년 전의 시대에는 인구가 증가하고 식량과 주거등의 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면서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들이 점차 현대 인류와 비슷한 문명을 형성하던 시기에 이전에는 없던 복잡한 장례 의식을 발전 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나투피 문화는 이후에 등장하는 신석기 문명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현대에도 장례는 매우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죠. 문명의 태동기부터 죽은이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문화는 문명의 기초중에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D. Nadel, A. Danin, R. C. Power, A. M. Rosen, F. Bocquentin, A. Tsatskin, D. Rosenberg, R. Yeshurun, L. Weissbrod, N. R. Rebollo, O. Barzilai, E. Boaretto. Earliest floral grave lining from 13,700-11,700-y-old Natufian burials at Raqefet Cave, Mt. Carmel, Israel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3; DOI: 10.1073/pnas.13022771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