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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Homo floresiensis) 은 실존했는가 ?




 2003 년 그 존재가 처음 밝혀진 이래 과학계의 뜨거운 논란에 중심이 선 화석들이 있습니다. 호빗 (hobbit) 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이 화석은 사람속 (genus Homo) 에 속하는 Homo floresiensis 라고 불리고 있으나 발견 당시 부터 기형을 가진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화석입니다.


 최초 이 화석들이 발견된 것은 인도네시아의 플로세스 섬 (Flores island) 으로 동서 350 km 남북 65 km 정도에 면적 1.4 만 제곱 평방킬로미터 정도의 비교적 큰 섬입니다. 이 섬의 리앙 부아 동굴 (Liang Bua Cave) 을 탐사하던 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 고고학자들은 - 본래는 현생 인류의 이동 경로를 탐사하기 위한 목적이었음 - 호모 속에 속하는 아주 작은 화석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석 결과 첫번째 발견된 화석 (LB1 즉 Liang Bua 1 이라는 명칭이 붙은 화석으로 기준 표본 (Type specimen : 신종을 보고할 때 기준이 되는 표본) 임) 의 경우 대략 30 세 정도 나이의 중년 여성이었으나 놀랍게도 그 키는 1.06 미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체중 역시 25 kg 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어떤 현생 인류의 인종보다도 더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호미니드에 속하는 화석 가운데 호모 속에서 가장 작은 것은 물론 심지어 호모 속보다 작았던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다 더 작은 크기였습니다. 


 LB1 은 가장 중요한 두개골의 화석이 거의 완전히 복원되었는데, 이에 의하면 이 화석들은 호모 속에 속하지만 작은 몸집 때문에 그 뇌의 용적은 불과 426 ㎤ 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침팬치나 초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뇌용량과 비슷한 수준이고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추정되는 호모 에렉투스 Homo erectus 의 980 ㎤ 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은 용량인 셈입니다.



 (LB1 의 복원된 두개골 http://en.wikipedia.org/wiki/File:LB1_skull.jpg   )



 (두개골을 바탕으로 복원된 LB1 의 모습  Reconstruction of the head and shoulders of Homo floresiensis on display in the Hall of Human Origins in the Smithsonian Museum of Natural History in Washington, D.C.  reconstruction: John Gurche; photograph: Tim Evanson )



(LB1 의 표본. 호빗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한 표본임


 호빗 혹은 H. floresiensis 는  ‘섬 왜소화 (island dwarfism)’ 라는 현상의 호미니드 버전으로 여겨져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섬에서는 먹이와 활동 공간이 적어지고 상위 포식자가 생존하기 어려우므로 동물들의 몸집이 작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소형 스테고돈 (Stegodon, 장비목 (코끼리) 에 속하는 멸종된 화석 코끼리) 인 Stegodon florensis insularis 의 경우 가장 작은 표본은 300 kg 밖에 안될 만큼 크기가 줄어든 것도 있습니다. 섬에는 상위 포식자가 줄어들고 먹이도 줄어들게 되므로 작은 몸집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의하면  H. floresiensis  역시 이것과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섬에서 진화하면서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죠. 이들은 94000 년전에서 13000 년 정도 사이에 살았으며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현생 인류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뇌의 크기는 작았지만 작은 도구들을 다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화석 인류는 곧 과학계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까지 아직 발견된 표본이 9 개 개체의 일부 골격에 불과하며 특히 가장 중요한 완전한 두개골 화석이 한개 (LB1) 에 불과하다는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즉 이 화석이 사실은 소두증 (microcephaly) 같은 기형을 가진 현생 인류의 화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Dean Falk 및 Weber 등에 의해 주장되었습니다. 이를 microcephaly hypothesis 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최근 나온 연구들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주장들이 이어졌습니다. 2013 년에 이르러 독일과 미국의 다수 연구 기관 (Stony Brook University New York, the Senckenberg Center for Human Evolution and Palaeoenvironment, Eberhard-Karls Universitat Tubingen, and the University of Minnesota) 들의 합동 연구는 H. floresiensis 가 현생 인류와는 별개의 종이라는 가설을 더 지지했습니다.


 이들은 LB1 의 두개골을 3-D geometric morphometrics (3차원 기하학 형태 측정법) 을 이용해 매우 상세하게 분석했습니다. 3 차원적으로 재구성된 LB1 의 두개골은 100 개 정도 되는 정상 현생 인류의 화석과 17 개의 소두증 환자 화석과 서로 비교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이 화석이 소두증을 가진 현생 인류일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두증 이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는 기형인 Laron syndrome 이나 Endemic cretinism 역시 모두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논란이 종식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과학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와 같은 논란을 종식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H. floresiensis 의 완전한 두개골 화석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골격 화석도 완전하게 발견된다면 진짜 기형을 가진 현생인류인지 아니면 별개의 종인지 확실하게 구별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고대 호미니드는 그 개체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화석화된 개체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은 결국 더 많은 표본이 발굴되고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미래에 나게 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H. floresiensis 의 DNA 를 충분하게 확보해서 분석할 수만 있다면 (다만 더운 열대 지방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양을 추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임) 현생 인류와의 비교를 통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이들이 실제 인류와 별개 종의 호모속이라고 해도 톨킨의 소설 속에 나오는 호빗과는 아주 다른 외모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Karen L. Baab, Kieran P. McNulty, Katerina Harvati. Homo floresiensis Contextualized: A Geometric Morphometric Comparative Analysis of Fossil and Pathological Human Samples. PLoS ONE, 2013; 8 (7): e69119 DOI:10.1371/journal.pone.006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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