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히틀러의 기상천외한 비밀무기로 초중전차 마우스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마우스 보다 더 황당한 개념의 거대 육상 무기가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육상 순양함' 이다. 그러면 육상 순양함 (혹은 육상 전함으로 번역하기도 한다)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독일어로 'Landkreuzer' 순수하게 번역하면 육상 순양함등으로 번역이 되는 이 무기는 한마디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전함 or 순양함이다. 즉 군함용이 거대 함포를 지닌 전차가 되겠다. 비록 실제로는 시제차량도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상상도 몇장을 먼저 보자.
이 황당한 거대 전차는 실제 독일군이 2차 대전 당시 구상했던 신무기 P.1000 Landkreuzer Ratte 다. (이후 줄여서 라테) 라테는 1941년 부터 중전차 연구팀에 의해 구상이 되었고, 1942년 독일의 대표적 군수업체인 크룹(Krupp) 사의 잠수함 제조 담당자 그로테에 의해 제안되었다. 당시 거대 무기에 관심이 크던 히틀러 총통 역시 이 무기에 많은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일단 계획은 주무장으로 전함용으로 계획된 28cm 함포를 2문 장착하고, 부무장으로는 128mm 포 1문과 20mm 대공포 8문, 그리고 15mm 기관포 2문을 장착하는 것이었다. 중량은 1000톤 정도가 예상 되었고, 이를 움직일 엔진으로는 8개의 Daimler-Benz MB501 20-cylinder marine diesel engines 혹은 2개의 MAN V12Z32/44 24-cylinder marine diesel engines 이 장착되어 16000 혹은 17000 마력의 힘을 낼수 있었다. 속도는 평지에서 시속 40km 정도가 목표였다. 크기는 길이 35m, 폭 14m, 높이 11m 였으며, 장갑두께는 15 - 36cm 정도였다.
(당대의 여러 전차와 라테의 크기 비교)
그런데 앞서 설명한 초중전차 마우스 도 쥐라는 뜻이지만 이 라테 (Ratte = Rat) 역시 쥐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쥐계열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크기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이 무모한 계획은 결국 몇개의 설계도에서 끝날 수 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앞서의 마우스에 대한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188톤의 초중전차도 완전 삽질인게 드러난 마당에 1000톤짜리 전차라니 이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독일군도 이 계획의 비 현실성을 알고 있었고, 결국 이 육상 순양함은 끝내 상상의 영역에서만 가능했다. 다만 2차 대전 후 여러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즐겁게 만든 상상이기는 하다.
(라테를 소재로한 디오라마 중 하나인 듯)
그런데 당시 크룹사에는 살벌한 살육전인 2차 대전에서도 자기만의 몽상속에 살던 엔지니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당시 크룹사는 라테뿐 아니라 Landkreuzer P.1500 '몬스터' 라는 일종의 자주포를 개발하자는 계획도 있었다.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한 거대 열차포 '도라'의 자주포 버전인 셈이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063692448 -> 도라에 대한 글 보기
이 무기는 한마디로 라테의 차체를 이용 도라에 쓰인 80cm 포를 장착한다는 것이었다. 무게는 1500톤이었고, 길이는 42미터, 너비 18미터, 높이 7미터였고, 승무원은 100명 이상이었다. 엔진은 유보트에 쓰인 엔진 4개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사실 이 몬스터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설계보다는 간단한 그림 몇장만이 거의 전부이다. 결국 이 황당한 계획도 1943년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에 의해 취소된다.
이런 거대 무기들은 비록 상상의 나래에서만 가능했지만 나름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공상의 무기이기도 하다. 물론 당시 살벌한 전쟁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상은 자유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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