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OPERA 주요 책임자 사임 -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초광속 중성미자



 이미 초광속 중성미자 (Faster Than Light / FTL Neutrino) 에 대해서 여러 차례 포스팅 한 바 있지만 지난 2011 년 9월에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있는 것 같다는 OPERA 실험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과학계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었습니다. (초광속 중성 미자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들을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145818048  ) 


 특히 지난 3월에는 CERN 의 다른 독립적인 연구팀인 ICARUS 실험에서 빛보다 더 빠른 중성미자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3756859  를 참조) 이전 OPERA 실험에서 광섬유 연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2002457  참조) 성급하게 결과를 발표한 OPERA 실험팀에 대해서 과학계는 물론 CERN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12 년 3월에 OPERA 실험에 주요 책임자인 실험 책임자 Dario Autiero 와 OPERA 대변인 Antonio Ereditato 의 불신임 건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투표 결과 찬성 16, 반대 13 으로 찬성이 과반수를 넘기는 했지만 불신임을 위해서는 2/3 찬성이 필요해서 일단 해임안은 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Autiero 와 Ereditato 두 사람은 결국 자발적 사임이라는 형식으로 2012 년 3월 30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사실 잘못된 실험결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과학에서 실수는 있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런 실수들을 통해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두가지 면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언론에서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대서 특필한 것입니다. 사실 과학계에서는 언론과 일반 대중들의 반응에 적잖게 놀라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과학적 검증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실험 결과를 그대로 믿어 버리는 대중의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이 발표가 있은 후 언론들은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선정적인 제목을 실었고 일부에서는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는 황당 무계한 가설까지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이 실험 결과는 처음 발표 직후부터 과학계의 회의적 반응에 시달릴 수 밖에 없던 것이 이전의 연구 결과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어딘가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그 가능성을 더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 지식과 검증 능력이 없는 일반 대중과 언론은 이미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의 가능성을 확신한 것은 물론 심지어 타임머신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자신이 증명했다는 이메일을 받는 웃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에 과학계의 여론이 더 좋지 못한 쪽으로 흘렀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반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할 때는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사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라고 할 게 아니라 중성미자 이상 (Neutrino anomaly) 처럼 일반인들이 잘 알기 힘든 단어를 사용하고 측정 범위값이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도로 발표하는게 더 좋았을 지도 모르죠. 


 두 번째는 OPERA 실험팀이 재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발표를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광섬유 연결 이상은 발표전 검증 단계에서 나왔어야하는 이야기지 지금 처럼 크게 이슈화 된 시점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OPERA 실험 팀은 물론 CERN 의 과학적 명예까지 실추된 사건으로 기록될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 초광속 뉴트리노가 완전히 사망선고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추가 검증 실험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검증 실험에서 모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점을 고려할 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런 상황에서 진짜 초광속 뉴트리노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겠죠. 일단 2012 년 중반까지는 기다려 볼 만한 뉴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덧) 공식 철회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9921861


 추가 : 이후 본 블로그에서 몇차례에 걸쳐서 포스트를 통해 OPERA 중성미자 이상이 광섬유 연결 오류와 관련된 실험상의 오류이며 다른 교차 검증 실험에서 모두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린바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내용은 위의 링크 포스트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