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꿀벌 실종 사건 - 어디까지 알아냈나 ?



  3년전 간단히 블로그에 포스팅한 바 있었지만 꿀벌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는 사건 - CCD (Colony Collapse Disorder  - 꿀벌 봉군 붕괴 증상) - 이 한동안 꽤 이슈가 된 바가 있습니다. 현재는 그 이야기가 잠잠하지만 사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100% 원인이 확실치는 않은 상태입니다.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한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사실 야생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꽤 오래전 부터 감지되어 왔습니다. 1972 년 부터 2006 년 까지 미국내에 꿀벌 개체수가 유지된 건 사실 양봉업자들이 벌을 추가적으로 양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시화 및 농업 및 목축업을 위해 토지를 대거 개간하면서 야생 꿀벌은 전체적으로 그 개체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 점은 다른 국가들도 다르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6 - 2007 년 사이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목격된 CCD 는 이와는 달리 야생과 양봉 꿀벌을 가리지 않고 글자 그대로 벌통이 텅비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서 세간의 큰 주목을 끈 것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 기관 및 과학자들이 동원되어 그 원인을 찾기에 분주했습니다. CCD 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번데기와 유충이 군집내에 버려진 채 있다. 보통 벌집에서는 없는 일
2. 식량이 되는 화분과 꿀이 충분히 남아있다. 즉 식량 부족으로 폐사하지 않았다는 것
3. 여왕벌도 살아있다. 만약 여왕벌이 죽은 군집이라면 CCD 로 보지 않는다. 

 또 CCD 가 일어난 벌집에서는 일벌의 수가 급격히 감소되어 있으나 그 시체는 찾을 수 없는 특징도 같이 있습니다.  


 아무튼 2008 년 이후에는 꽤 이슈가 되다 보니 마치 2012 년 쯤 되면 꿀벌이란 꿀벌은 다 사라질 것 처럼 잘못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현재도 시중에서 벌꿀을 사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2010 년 USDA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 는 34% 정도의 꿀벌이 없어진 것으로 보고했으며  이는 2007 - 2009 년 사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여기서 더 심해지지 않는다면 벌꿀을 못먹거나 혹은 농작물이나 식물이 수분이 안될 정도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벌집 앞에 있는 꿀벌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GFDL, CC-BY-SA-2.5, CC-BY-SA-2.0-DE  Bjorn Appel, Username Warden. Edit by Waugsberg (cropped) )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과거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꿀벌 개체수의 감소가 간간히 보고되곤 했습니다. 1869 년에도 수십년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꿀벌 개체수의 감소가 보고되었던 바가 있으며 1906 년에 영국에서는 비교적 잘 기록된 꿀벌 개체수의 감소가 보고된 바 있는 데 이유가 무엇인지는 물론 당시 기술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해야겠죠. 


 2004 - 2005 년 사이에도 잠시 꿀벌 개체수의 감소가 있었는데 당시에 가장 큰 범인으로 의심되었던 것은 Varroa mite (바로아 응애) 였지만 사실 확실한 이유는 알지 못하고 넘어갔습니다. 의외로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꿀벌을 비롯한 곤충 군집의 급작스런 개체수 감소의 이유는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2006 년 11월 중반 CCD 는 펜실베니아주에서 처음 보고되며 이후 그해 겨울에는 플로리다 까지 전파 됩니다. 2007 년 2월에 꿀벌 군집의 30 - 90 %가 사라진 몇몇 주에서는 양봉업자들이 다른 주로 옮기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CCD 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특히 CCD 는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보고가 됩니다. 


 2007 년 미국 농부무에 의하면 24 개 주에서 한건 이상의 CCD 가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 하면 CCD 가 보고되지 않은 주도 꽤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CCD 는 2007 년에서 2010 년 사이 미국의 꿀벌 개체수를 1/3 정도 감소시켰습니다. 2008 년에 조사된 바로는 미국에 244만개의 꿀벌 벌집이 존재하며 이는 1980 년의 450 만개 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지만 사실 5 개 이하 벌집을 가진 업자는  뺀 통계라 누락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유럽의 EFSA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에 의하면 2007 년 영국에 274000 개의 벌집이 존재했는데 정상적인 주기 (즉 겨울에는 벌의 숫자가 감소함) 을 감안할 때 꿀벌의 30% 가 그해 감소한 것으로 보고했으며 이탈리아에는 100만개에 달하는 벌집이 있는데 2007 - 2008 년 사이 무려 40 - 50 % 에 달하는 손실율을 보여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독일도 40% 정도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때 당시에는 농약 및 바로아 응애, 이상 기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렇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피해가 급증하자 이 문제가 크게 이슈화 되었고 곧 매스컴의 주요 기사로 나가게 됩니다. 당시 언론 기사들로 인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원인에 대한 추측 - 예를 들어 휴대폰의 전자파 - 이 난무했고 더 나아가 몇년후면 꿀벌이 사라질 것 처럼 보도되기도 했으나 실제로 현재 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감소가 보고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원인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규명된 것일까요 ? 


 일단 지금시점 (2012 년 3월) 까지 확실하고 분명한 한가지 원인은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몇가지 가능성 높은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추정을 가능성 있는 것처럼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보도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거의 기각된 가설들에 대해서도 같이 소개해 봅니다. 


 - 유전자 변형 농작물 (Genetically Modified Crop) 

 일부 유전자 변형 농작물들은 병충해에 강하도록 Bt Toxin 같은 자연적인 살충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유전자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식물들도 이런 자연 살충성분을 진화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없는 지역이나 혹은 Bt Toxin 이 없는 농작물을 키우는 지역에서도 CCD 가 관찰되었기 때문에 이 가설은 초기에 기각되었습니다. 


 - 전자기파 (EMF : Electromagnetic Field 혹은 EMR : Electromagnetic Radiation, RF : Radio Frequency) 

 꿀벌들이 전자기파 - 특히 휴대폰 - 에 의해 방향 감각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혹은 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는 널리 전파된바 있으나 과학계에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실험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들이 주로 도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꿀벌이 약한 자기장을 탐지해 길을 찾는 수단 중 하나로 찾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주파수대는 낮아서 휴대폰 등에 쓰이는 주파수와 심한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이 그렇게 큰 인기 (?) 를 끌게 된 것은 언론 보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2006 년, CCD 가 이슈가 되기 전 란다우 대학 (University of Landau) 의 연구자들은 전자기파가 꿀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 휴대폰 기지국에 벌집을 두고 근거리에서 꿀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근거리 EMF 가 꿀벌들이 자신의 벌집으로 돌아오는 능력을 감퇴시켜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결과는 휴대폰 등에 쓰이는 기지국 들이 꿀벌 군락에서 거리를 두고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데 대개 양봉업자들이 기지국이 밀집한 인구 밀집 지대에서 벌을 치지는 않기 때문에 정작 발표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CCD 와 더불어 언론 보도가 되면서 큰 이슈가 된 경우였습니다. 최초에 인디펜던스지에서 보도된 이후 여러 언론이나 미디에서 이 내용이 확산되고 다시 인터넷 상에서 확대 재생산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CCD 가 휴대폰이나 기타 다른 인위적인 전자기파와 연관이 있다는 명확한 결과는 물론 간접적인 증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1 년 10 월에 인도 정부의 공식 보고서 ( http://moef.nic.in/downloads/public-information/final_mobile_towers_report.pdf ) 에서 전자기파가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919 개의 문헌을 검색한 결과 벌과 연관된 것은 7 개에 불과했고 그 중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영향이 없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관이 있다고 보고한 논문은 S. Sahib 가 저술한 것으로 ( http://www.munisentzool.org/yayin/vol6/issue1/396-399.pdf ) 실제 휴대폰을 벌집에 넣고 벌들의 개체수가 감소한 것을 연구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휴대폰을 이렇게 쓰지도 않거니와 기지국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이 가설에는 이상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2006 년부터 휴대폰이 갑자기 사용되거나 아니면 이해 부터 사용량이 급증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든 지역에서 다 발생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CCD 자체가 세계적으로 보고되긴 했지만 2008 년 국내에서는 한건도 보고가 없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CCD 가 주로 북남미 및 유럽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휴대폰을 여기서만 쓰지는 않습니다. 

(  http://img.kisti.re.kr/originalView/originalView.jsp?url=/soc_img/society//kba/HOBHB2/2008/s331/HOBHB2_2008_s331_16.pdf  참조. 참고로 농약 등에 의한 집단 폐사를 CCD 로 잘못 보고한 사례는 있으나 이 경우 CCD 와는 달리 벌통앞에 집단으로 죽은 벌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함.  ) 


 한국은 특히 좁은 국토에 기지국이 촘촘히 건설되어 있고 전국민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CD 가 이로 인한 것이라면 가장 먼저 나타날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보통 벌집에 휴대폰을 넣고 양봉을 하거나 기지국 옆에 굳이 벌집을 놓지는 않기 때문에 극히 근거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준으로 CCD 를 설명하긴 힘들 듯 합니다. 대개 양봉을 그런식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기지국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CCD 가 주로 발생했습니다. 이런 이유등으로 현재 이 가설은 별로 진지하게 논의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 바로아 응애와 IAPV


 바로아 응애, 혹은 꿀벌 응애라고 알려진 꿀벌 기생충 가운데 특히 해로운 것은 Varroa destructor 으로 자체가 꿀벌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는 꿀벌에 deforming wing virus 나 acute bee paralysis virus 같이 꿀벌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기생충입니다. 




 (꿀벌 응애가 꿀벌 몸체에 기생한 모습   This imag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contains materials that originally came from the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the research agency of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실제로 바로아 응애는 꽤 흔한데다 실제 CCD 가 일어난 벌집에서도 상당히 많이 발견되어 - 하지만 CCD 가 없는 벌집에서도 흔함 -  2007 년부터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로아 응애 자체는 꿀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고 꿀벌이 없으면 기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를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 바로아 응애가 옮길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바이러스들이 후보로 지목되었습니다. 이전에 보이지 않는 특이한 군집 붕괴를 일으킨 것으로 볼 때 신종의 바이러스거나 혹은 기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가능성도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대대적인 역학 조사가 이루어진 끝에 상당수의 CCD 군락에서 IAPV (Israel acute paralysis virus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 가 의미있을 정도로 높은 빈도로 검출되어 CCD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IAPV 는 2004 년에 이름처럼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로 급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CCD 와 연관성이 상당히 의심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경우 이보다 훨씬 앞서 보급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뭔가 맞지 않지만 IAPV 는 2004 년 발견 이후 급속도로 세계로 전파되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이 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전혀 면역이 없는 꿀벌들이 쉽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설입니다. 


 두번째로 이 바이러스는 이름처럼 꿀벌들을 마비시키는 증상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벌집 밖으로 나간 꿀벌들은 신경이 마비되서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이는 CCD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텅빈 벌집과 연관이 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만약 모든 CCD 벌집에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면 CCD 의 원인은 IAPV 로 이미 결론이 났을 것입니다. 문제는 IAPV 를 전달하는 벡터인 바로아 응애가 CCD 를 일으킨 벌집의 절반 정도만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유력하긴 한데 한가지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물론 가장 유력한 원인이긴 합니다. 


 - Nosema (노세마)


 노세마 (Nosema) 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곰팡이의 속 (genus) 으로 초기에는 단세포 기생충으로 생각되다가 곰팡이의 일종으로 다시 분류된 다소 기괴한 생명체 입니다. 최초에 발견된 Nosema apis 와 나중에 발견된 Nosema ceranae 는 모두 꿀벌 (Apis mellifera) 에 기생하는 형태의 곰팡이로 96 년에 처음 보고되고 2000 년 중반 광범위하게 보고되어 새로운 꿀벌의 천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감염증에 대해서는 Nosemosis / 노세마증 이라고 부름) 꿀벌은 여러 비특이적 증상을 나타내지만 그 중에 하나는 세균성 이질과 설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배설물에 섞인 곰팡이는 오랜 시간 실외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다른 벌집의 꿀벌에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하게 감염된 꿀벌은 체력이 저하되고 날수 없게 되어 벌집으로 귀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2009 년 미국에서 진행된 CCD 벌집 연구에서는 절반정도만이  Nosema ceranae 에 감염된 것이 보고  되었습니다. 


- 바이러스 + 곰팡이 그리고 면역력 저하 

 IAPV 및 Nosemosis 모두 가능성 있는 원인인데 이것들 하나만으로 설명이 힘들자 이들을 묶어서 설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몇가지 원인이 한꺼번에 나타나 CCD 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질병이 급속도로 번지고 여기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떨어진 데도 몇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러한 신종의 바이러스와 곰팡이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극도로 적은 종류의 꿀벌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길들여 벌꿀을 생산하게 하는 꿀벌의 종류는 전체 2만종의 벌 가운데 7 종에 불과한데 Apis 속에 속하는 벌만이 벌꿀 생산용으로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육됩니다. 


 꿀벌 뿐 아니라 다른 밀이나 옥수수, 벼 같은 작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가장 생산성이 좋은 종류만 극도로 많이 집중적으로 재배되다 보니 한번 전염병이 창궐하면 아주 쉽게 퍼질 수 있습니다. 한 개체에 잘 전염되는 바이러스라면 개체군 전체가 유전적으로 대동 소이하므로 쉽게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또 교통이 발달한 덕에 이런 병원균이 대륙을 쉽게 가로 질러 전파되는 것도 문제 입니다. 여기에 특히 양봉업은 농작물 수분이나 혹은 꿀을 찾는 등의 목적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예 커다란 트레일러와 트럭에 실고 다니면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계절에 따라 미국의 여러 주를 이동합니다. 



(트럭과 함계 이동하는 미국의 양봉업자  US migratory beekeepers loading tractor-trailer load of bees for transport from South Carolina to Maine to pollinate blueberries. CC-BY-2.5; GFDL-WITH-DISCLAIMERS  Author Pollinator  )_ 


 이런 이동 양봉업과 비슷비슷한 품종의 꿀벌 덕에 한번 질병이 발생되면 쉽게 전국이나 국가 혹은 대륙 단위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IAPV 의 급속한 전파가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꿀벌 자체의 면역력 약화 가설도 제기되고 있는데 예를들어 바로아 응애가 전파하는 파코르나 바이러스 가운데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역활을 하는 것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면역 기능이 떨어진 꿀벌들이 쉽게 전염되어 죽게 된다는 가설입니다. 


 - 살충제 


 CCD 의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것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다양한 살충제 입니다. 여러가지 살충제나 항곰팡이 약물이 쓰이는데 이 중에는 꿀벌에 유해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꿀벌을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물도 있지만 꿀벌의 정상적인 발육과 성장을 저해해서 정상적으로 벌집으로 귀환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다고 의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화학 약품은 neonicotinoids 라는 약품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사용된 이 약품은 다른 동물에게는 무해하지만 곤충에는 독성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파종기에 작물 - 특히 옥수수 - 에 아주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꿀벌들이 활발하게 꿀을 모으러 다니는 시기와 비슷합니다. 


 최근에 유럽에서 있었던 연구 보고서는 이 네오 니코티노이드 약품이 코팅된 옥수수가 CCD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습니다. 꿀벌이 옥수수 밭 위를 날아갈 때 여기에 노출되면 1-2 차례 30 초 정도만 노출되도 죽기 때문에 결국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최근에 이탈리아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 농약의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몇가지 다른 화학물질이 원인 들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 결론


 위에서 언급한 요인 외에도 몇가지가 더 원인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대략 IAPV / 노세마병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바로아 응애) 살충체 등이 중요 원인들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가지 유일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원인은 어쩌면 한가지 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꿀벌들이 집단 감염에 취약해진 것도, 쉽게 질병이 널리 전파되는 것도, 그리고 살충제나 기타 약품에 피해를 보는 이유도 다름 아닌 인간의 욕심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초기 언론 보도에서 처럼 거의 없어질 정도로 줄어들진 않았기 때문에 꿀벌이 없어져서 인류가 곧 멸망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성질들의 것이 아니고 또 새로운 병원체가 급속도로 전파될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CCD 의 정확한 메카니즘이 완전히 규명되어 꿀벌들이 더 희생되거나 지금보다도 더 개체수가 감소하지 않기를 바래 봅니다.    



덧) 이전에 쓴 꿀벌 실종 사건 포스팅은 오래전 내용이라 삭제하고 이 포스트로 대체 합니다. 미래에 CCD 에 대해 더 결정적인 내용이 나오면 그 때 추가하든지 아니면 새로 포스팅합니다.



 출처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