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광속 이야기 (6)






 
 7. OPERA 실험의 비판들 


 OPERA 실험 결과가 공개되자 역시 과학계는 즉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결과가 기존의 이론은 물론 실험 및 관측 결과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초신성 SN 1987A


 뉴트리노는 핵발전소나 실험실은 물론 태양이나 항성의 중심에서도 생성되지만 초신성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습니다. 앞서 초신성에 대한 글을 작성할 때 특히 Type II 초신성에서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엄청난 양의 중성미자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그 때 예를 든 것이 바로 지구에서 16 만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한 초신성 SN 1987A 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9900902  참조 ) 



(SN 1987A 의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 사진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SN_1987A_HST.jpg  ) 


 16 만 광년은 엄청나게 먼 거리이지만 이 정도 초신성이 폭발이 생긴 것 치고는 지구에서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매우 자세한 관측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일본의 중성미자 관측 기기인 가미오칸데 였는데 이 때 중성미자가 광자와 거의 동시에 도달한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거나 아니면 질량이 극도로 작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때 정말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Type II 초신성 폭발 때 밖으로 방출되는 입자의 대부분은 중성미자 입니다. OPERA 실험에서 중성미자는 빛보다 0.0025% 더 빨랐습니다. 16 만 광년이라는 거리에 대입하면 빛보다 0.0025% 빠른 중성미자는 초신성 폭발에 4년 정도 앞서 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거의 동시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물리학자들이 OPERA 실험이 오류라고 믿는 이유중에 한가지 입니다. 하지만 OPERA 실험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의 에너지 수준 및 종류와 통과한 매질 (진공인 우주 공간과 암석층) 이 좀 틀리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튼 이전까지 중성미자 관측에서 빛보다 더 빠른 중성미자는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2) 코헨 - 글래쇼 효과 (Cohen - Glashow effect)


 물리학자 앤드류 코헨 (Andrew Cohen) 과 셀던 리 글래쇼 (Sheldon Lee Glashow 1979 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 는 빛보다 빠른 뉴트리노가 존재한다면 (Superluminal neutrino) 이 입자는 진공 체렌코프 효과 (Vaccum Cherenkov effect) 에 의해 비행하면서 에너지를 잃고 전자와 양전자를 내놓을 것으로 예언했습니다. 


 만약 OPERA 실험에서 사용된 중성 미자가 실제 예언된 수준으로 에너지를 잃고 전자와 양전자를 내놓는 현상이 발견되었다면 진짜 초광속 중성미자라고 할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수준의 에너지 감소와 코헨 글래쇼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결과값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즉 초광속 운동을 했을 경우 이론적으로 예측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실제로는 초광속으로 움직인게 아니라는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코헨 글래쇼 효과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실 이 중성미자가 여분의 차원의 지름길을 지났다는 SF 소설 같은 의견도 있었지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실험상의 에러 가능성은 ? 


 OPERA 실험은 기본적으로 거리 측정을 GPS 위성을 이용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GPS 위성 그리고 시간 측정을 위해 사용되는 원자 시계 모두 같은 위치에서 같은 속도로 있는 게 아닙니다. 즉 모두 상대론적 관점에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의미 입니다. 만약 이 효과를 잘못 보정한다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말 것입니다. 이 실험은 워낙 작은 차이를 검증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상대론적 효과에 아주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OPERA 실험을 비판하는 과학자들은 이 복잡한 실험이 에러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OPERA 실험이라는 것은 여러 군데서 동시에 시간을 재야 하는데 상대론에 따라 이렇게 떨어진 점들은 시간이 동시에 흐르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보정하는 여러움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Illustration of the timing system used by the OPERA experiment, which recently detected apparently faster-than-light neutrinos. 출처 : OPERA Collaboration (CERN)  )




(교정 후에도 여전히 빛보다 대략 57.8 ± 7.8 ns 정도 빠른 뉴트리노   

 2011 년 11월까지 진행된 에러 보정에서 결과에서 일단 그래도 이 중성미자들이 빛보다 빠르다는 결과를 내긴 했지만 사실 OPERA 실험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는 논문들이 빛의 속도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 중 진짜 잭팟을 터뜨려 이 모든게 오류 였다는 사실을 밝혀 낼지도 모릅니다.



  
8. 검증 실험


 현재 OPERA 연구팀은 계속해서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실험실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되야 합니다. 다른 실험실에서는 확인 안되는데 OPERA 실험에서만 확인된다면 OPERA 실험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신성 관측 결과 때문에 OPERA 실험 결과는 빛의 속도가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마이컬슨 몰리 실험과는 달리 과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 받을 만한 실험은 페르미랩 (Fermilab) 의 MINOS ( Main Injector Neutrino Oscillation Search ) 입니다. 이 장비 역시 중성미자 진동을 검출하는 기계 입니다. MINOS 에는 두개의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기가 있는데 그 중 페르미랩 근처 시카고 지하에 있는 near detector 는 980 톤으로 가벼운 (?) 편이고 735 km 떨어진 far detector 는 5400 톤으로 무거운 편입니다. 중성미자는 워낙에 상호 작용을 안하다 보니 아주 작은 입자이지만 아주 큰 검출기가 필요합니다. 


 2007 년 MINOS 는 중성미자의 비행 속도를 측정했는데 3 GeV 중성미자의 속도 범위가 99% 신뢰도 에서  0.999 976 c 에서 1.000 126 c (c 는 광속도) 인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속도는 광속을 넘었다고 할 수   없는게 중앙값은 광속보다 살짝 빠르지만 실제 속도는 빛보다 느리거나 같을 범위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OPERA 실험은 아예 범위가 광속을 넘어서는 범위에 있었습니다. 


 2012 년 부터 더 정밀한 측정도로 MINOS 실험이 재개되면 보다 정확한 결과값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여기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나오지 않으면 OPERA 결과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MINOS 결과 값은 2013 년에나 나오고 완전한 분석은 2014 년은 되야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사실 그전에 OPERA 결과가 오류였다게 증명될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MINOS 가 OPERA 와 같은 값을 내놓는다면 물리학의 미래가 더 흥미로워 질 것입니다. 정말 이 세상이 막으로 구성된 브레인 월드 이고 일부 중성미자는 브레인 밖에서 지름길로 오갈지도 모르는 일이죠. (뭐 가능성은 물론 낮다고 봅니다) 



 9. 대중의 반응과 타임머신


 OPERA 중성 미자 이상 소견이 발표되자 과학자 그룹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거의 빛의 속도로 이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대중과 언론 매체는 빛보다 빠른 속도 (?) 로 이 새로운 결과를 비판없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왜 이 결과가 받아들이기 힘든지 과학적 배경 지식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저는 아마도 타임머신의 가능성 때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론 부터 말하면 이 결과가 참이든 아니든 타임머신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자나 중성자, 양성자 같이 원자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질량을 가진 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오래전 부터 입증된 사실이었기 때문이죠. 앞서 설명드렸듯이  E = mc2 라는 공식이 광속으로 근접할 수록 엄청난 질량을 부여해 질량을 가진 인간이나 타임머신이 빛보다 빠르기는 커녕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중성미자가 빛 보다 0.0025% 더 빠르게 움직이든 25% 빠르게 움직이든 간에 저나 여러분의 신체는 중성미자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초광속 비행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과학에서는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덧) 공식 철회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9921861


 추가 : 이후 본 블로그에서 몇차례에 걸쳐서 포스트를 통해 OPERA 중성미자 이상이 광섬유 연결 오류와 관련된 실험상의 오류이며 다른 교차 검증 실험에서 모두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린바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내용은 위의 링크 포스트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