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8 - 핼리 혜성


 본래 혜성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하려 했지만 워낙 잘 알려진 핼리 혜성은 따로 설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따로 소개합니다.





(핼리 혜성의 모습 :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1. 핼리 혜성 발견의 역사


 사실 핼리 혜성 (Halley's Comet) 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당연히 천문학자 에드몬드 헬리 (Edmond Halley) 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인간은 이 혜성을 관측했다. 물론 갑자기 나타나는 이 불길한 꼬리 달린 별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혜성이란 사실은 그가 처음 밝혔지만 말이다.


 그러나 최초의 핼리 혜성 기록이 어느 것인지는 매우 알기 어렵다. 혜성은 대개 문명권에서 불길한 징조등으로 여기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록에는 잘 나타나긴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이게 핼리 혜성이다라는 기록을 남길리는 당연히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혜성 자체가 크고 잘 보이는 점을 감안 해서 역사의 기록을 역추적 해볼 수는 있다. 이에 따르면 확실치는 않으나 BC 467 년에 고대 중국 기록 중에 의심되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기록은 기원전 240년 5월 25일경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중국에서 관측되었다는 기록이다.


 가장 오래된 남아있는 기록은 BC 164년의 기록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관측기록으로 바빌로니아 기록이 발굴되어 남아있다.




 ( This work has been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the copyright holder)


 이후 이 혜성은 대략 75.3년 주기로 나타나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게 같은 혜성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밤하늘에 불길한 꼬리 별이 나타날 때 마다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다. 당시 초자연적인 미신과 연관되어, 이는 왕의 죽음이나 전염병, 전쟁, 홍수, 가뭄등의 징조로만 생각되었다. 사실 그정도로도 생각하지 않았으면 기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묘사한 혜성의 크기를 역으로 생각하면 이 혜성이 지구에 얼마만큼 가까이 왔는지를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837년은 아슬아슬한 해였다. 이 때 중국과 독일,일본, 중동 등지에서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하면 지구와 핼리 혜성과의 거리는 불과 0.03 AU (약 450만 km) 까지 가까워 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U : 천문단위, 대략 1억 5천만 km)


 다시 1066년의 기록 또한 희비를 엊갈리게 하는 기록이었다. 당시 영국왕이던 해롤드는 새로운 도전자인 노르망디의 윌리엄을 맞아 싸우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이 불길한 혜성은 해롤드에게 불운하게 해석되었다. 따라서 이 혜성은 윌리엄의 승리에 기여한 것이다. 그 공로인지 이 혜성은 이후 윌리엄 측의 태피스티리에도 등장한다. (아래 그림)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사실 이때에도 혜성이 0.1 AU 정도로 근접했으나 지구에 충둘하지 않았으니 정복자 윌리엄은 이중으로 운이 좋았던 셈이다.


 1682년에 다시 이 혜성이 나타나자 역시 영국인들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때 만은 좀 더 이성적인 설명을 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부유한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에드몬드 핼리(1656 – 1742)였다.  그는 1531년, 1607년에 나타난 혜성 또한 같은 혜성임을 의심했다.


 본래 그는 달을 주로 관측하면서 중력에 대해서 궁금해 했었다. 1684년 그는 아이작 뉴튼 경을 만나서 그가 이 중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음을 알았다. 또 자신이 관측한 핼리 혜성의 궤도 또한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뉴튼은 그때까지 아무것도 출판하지 않았다.


 이에 핼리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즉 프린키피아를 출판하게 뉴튼을 후원했으니 사실 이것이 핼리가 한 가장 큰 과학적 기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그가 핼리 혜성을 관측하고 이것이 주기를 가진 혜성임을 증명한 것 또한 중요한 업적이다.




(에드몬드 핼리의 초상화 : This image (or other media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s copyright has expired )


 핼리는 1753년에 이 혜성이 다시 나타날 것임을 예측했다. 비록 그가 그때까지 살지는 못했지만 그의 예측은 어김없이 들어맞았고, 이때부터 이 혜성은 핼리 혜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의 업적이 사후 인정된 것이다.



 그 이후로도 핼리 혜성은 인간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1910년에 접근때도 특이할 만한 일이 있었다. 이 때 지구가 핼리 혜성의 꼬리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역시 지구 종말론이 나돌면서 한 번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혜성의 꼬리가 매우 옅은 먼지이기 때문에 두터운 지구 대기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비록 필자는 잘 보지 못했지만 1986년 다시 접근 했을 때도 이 혜성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많은 이들이 이 혜성을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들고 나왔고, 소련의 베가 2와 유럽 우주국의 지오토 관측 탐사선등을 비롯 수많은 과학적 관측이 이루어진 해였다.






 2. 혜성의 일반적 특징


 일단 이 혜성은 75.3년 정도의 주기를 가진 단주기 혜성(200년 이하 주기)이다. (여기서 일년은 율리우스년 = 365.25일, 실제로는 75-76년을 주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참고로 1910년에서 76년후인 1986년 관측이되었고, 다음은 75년후인 2061년이다) 이 혜성은 처음으로 주기가 알려진 혜성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보다 더 밝은 혜성도 있지만 이 혜성이 더 유명한 것은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핼리 혜성은 매우 길쭉한 타원 궤도를 도는 혜성이다. 태양에서 가까울 때는 0.586 AU (대략 8800만 km 정도) 접근하고, 멀리 떨어질 때는 약 35.1 AU (약 52억 6천만 km) 까지 멀어지게 된다. 궤도 이심률은 0.967 에 달하며, 황도면에 대한 궤도 경사는 162도이다.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ShareAlike 3.0 License)



 위의 그림을 보면 핼리 혜성은 해왕성/명왕성 주기에서 태양근방 까지 오는 혜성임을 알 수 있다. 이 혜성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역행성 궤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또 이 혜성은 본래는 오르트 구름에서 나온 장주기 혜성으로 생각되는데, 거대 가스 행성들의 중력등에 의해서 궤도가 바뀐 경우로 생각된다.



 1986년 지오토 미션에서 이 혜성의 구체적인 구성과 크기가 알려졌다. 이 혜성의 핵 크기는 15 x 8 x 8 km 정도되는 약간 길쭉한 땅콩같은 생김새이다. 자세한 사진은 : http://en.wikipedia.org/wiki/File:Halley_Giotto.jpg  에서 확인하자 (public domain 으로 이미지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 이 크기로 보건대 아직 핼리 혜성은 수백번은 더 크게 빛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이 혜성의 꼬리는 거의 1억 km 까지 펼쳐지지만 그 핵은 비교적 작은 편인 셈이다. 이 혜성의 핵은 일종의 더러운 눈송이 같은 형태로 생각된다. 관측을 통해 밝혀진바에 의하면 알베도가 4%에 불과할 정도로 어두운 핵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그 밀도는 물보다 작은  0.6 g/cm3 에 불과하다. 이것은 혜성이 단단한 암석이나 얼음이 아니라 일종의 눈송이나 솜사탕 같은 상태이며, 그 표면에는 일종의 어두운 물질이 둘러싸고 있음을 뜻한다. 이 어두운 물질은 석탄같은 탄화수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러워진 눈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핼리 혜성의 꼬리 물질을 분석한 결과 80%는 증발한 수증기이며, 17% 정도는 일산화탄소, 3-4%는 이산화탄소로 생각된다. 또 혜성에서는 먼지 덩어리등이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또 이 때 관측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핼리 혜성이 52시간을 주기로 자전하고 있는 상태로 밝혀졌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러면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수도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지금으로써는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혜성은 질량이 2200억에서 3000억 톤에 이르기 때문에 만약 충돌한다면 인류는 거의 멸종위기에 이를 수도 있지만 다행히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이 혜성은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2023년 12월 9일 태양에서 가장 멀어진후 다시 접근하여 2061년 6월 28일 태양에 가장 근접한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오래 살아서 이 혜성을 다시 육안으로 보시기를 기대한다.





 3. 우리나라 역사와 핼리 혜성


 이글을 쓰면서 한글판 위키에서 재미있는 기록을 찾아서 이를 소개한다. 조선 시대에는 혜성이 역모나 반역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꼬리가 크면 클수록 그 정도는 더 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456년에 이 혜성이 등장했을 때 바로 유명한 사육신의 사건이 있었고, 이 혜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1531년 이 혜성이 나타났을 때 조선에서도 관측되었다. 당시 김안로은 세자 보호를 명목으로 문정왕후와 권력 투쟁을 벌이다 사약을 받았다. 이 해에 김안로가 좌의정에 올랐는데, 당시 기록이 "
혜성이 보이는 조짐의 응보는 큰 것이다. 김안로가 등용되자마자 혜성의 요괴로움이 바로 나타나니, 하늘이 조짐을 보임이 그림자와 메아리보다도 빠른 것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1682년에는 숙종이 이 혜성을 보고 불길한 일을 경계해서 형조판서에게 죄수를 속히 재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1835년에는 헌종이 이 혜성을 보았다. "
혜성이 저녁에 나타났는데 빛은 희고 꼬리의 길이는 2척 가량이었으며 북극과의 거리가 32도였다. 또 4경에 혜성이 서쪽으로 사라졌는데, 헌종은 측후관을 임명하여 윤번으로 숙직하게 했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