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오존층 파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6)





 10. 오존홀 


 흔히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오존홀이라고 하면 오존층에 난 구멍같은 구조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불규칙한 원형의 오존 농도 감소 지역이 주로 남극에 계절적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수직 방향 대기층에 오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대개 성층권 하부의 오존만 주로 감소되는 현상을 이야기 합니다. 자외선이 강한 상부 대기의 오존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 오존 감소 지역 역시 낮은 기온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매년 그해 기후분포에 따라 꼭 원형이 아니라 얼룩같은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06 년 9월 21일 에서 30일 사이 남극에 형성된 거대 오존홀. 사진은 9월 24일 것으로 2750만 ㎢ 라는 거대한 영역에 오존홀이 형성되어 그때까지 최대 오존홀로 기록된 관측 결과이다.  http://www.nasa.gov/vision/earth/lookingatearth/ozone_record.html ) 


 오존홀 형성은 생각보다 복잡한 대기 현상의 일부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오존홀이 처음 관측된 남극에서는 이른 봄에 (남반구에서는 9월) 거대한 오존홀이 형성되게 됩니다. 오존홀은 220 DU  이하 오존이 관측되는 영역을 이야기 하는데 특히 남극의 봄에 형성이 잘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극의 이른 봄에 극 소용돌이 (polar vortex) 가 형성되는 시기에 성층권의 온도가 영하 80 도 수준으로 하강하게 됩니다. 이 때 형성되는 polar stratospheric cloud (PSC) 는 일반적으로 구름이 형성되지 않는 성층권에 구름을 만들어 냅니다. 이 때 미세한 물방울들은 염소 원자가 오존을 파괴시키는 촉매 작용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촉진합니다. 그렇게 되면 오존 농도는 극적으로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 이 현상은 자연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CFCs 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전에는 대기권에 염소 (Cl) 또는 브롬 (Br) 을 포함하는 원소들이 성층권에 지금처럼 대량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CFCs 나 HCFCs 화합물들은 극도로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길어서 유용한 화합물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매우 위험한데 생산과 소비를 금지했다고 바로 없어지지 않고 21 세기 중반 - 후반에 들어서야 농도가 20세기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오존층 파괴 물질들의 대기 중 농도.  1992 년 이후로 조금씩 감소 추세이지만 아직은 높은 상태. EECI 는 이런 물질들이 오존층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모두 합해 정량화 한것 This imag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contains materials that originally came from the U.S.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taken or made during the course of an employee's official duties. )  



 현재 오존홀이 주로 발견되는 곳은 남극이지만 사실 티벳 고원지대와 북극에서도 오존 감소가 관측될 수 있습니다. 특히 2010 년에서 2011 년 사이 북극권과 고위도 지방에서는 기상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이전에는 관측할 수 없었던 수준의 오존홀이 관측되어 과학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오존층 파괴는 파괴 물질 뿐 아니라 기상 조건에도 밀접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년 그 조건에 따라 오존홀의 크기는 변할 수 있습니다. 



 (2011 년초의 북극권 오존홀  Left: Ozone in Earth's stratosphere at an altitude of approximately 12 miles (20 kilometers) in mid-March 2011, near the peak of the 2011 Arctic ozone loss. Red colors represent high levels of ozone, while purple and grey colors (over the north polar region) represent very small ozone amounts. Right: chlorine monoxide -- the primary agent of chemical ozone destruction in the cold polar lower stratosphere -- for the same day and altitude. Light blue and green colors represent small amounts of chlorine monoxide, while dark blue and black colors represent very large chlorine monoxide amounts. The white line marks the area within which the chemical ozone destruction took place. (Credit: NASA/JPL-Caltech)


 이 시기에 북극권에서 지표에서 고도 20km 지점의 오존의 80% 가 파괴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과연 이런 변화가 혹시 현재 진행중인 지구 온난화와도 연관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고위도에 있는 인구 거주 지역과 도시 들에서 자외선 농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가서 외출을 자제해야 할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11. 오존층 파괴문제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아직 오존층 파괴 문제는 해결을 본 건 아닙니다. 몬트리얼 의정서와 규제 물질에 대한 생산 금지 및 축소는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한 큰틀은 잡혔고 다행히 오존층 파괴 물질 자체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050 년 이후에는 오존층 파괴 문제는 더 이상 심각한 문제는 아닐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혹시 새로운 오존층 파괴 물질을 우리가 대기중으로 방출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이전에 한번 보여드린 이 그래픽은 만약 몬트리올 의정서가 없었다면 어떤 미래가 닥칠지를 시뮬레이션 한 것입니다. 지나치게 늦게 개입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NASA projection from 1974 to 2060 of the impact of CFCs on the Ozone layer if they hadn't been banned.
Modified into an animation by Fallschirmjager.)

 하지만 2011년 봄철에 나타난 북극권에 대형 오존 홀에서 보듯이 향후 기상 상태에 따라 지금보다 더 심한 오존홀이 한동안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외출은 자제하도록 권고할 수준까지 자외선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중위도 지역에 오존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역에 위치해서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외선 문제는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향후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해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 오존홀이 더 진행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오존층 파괴 물질 그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인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인간이 새로운 오존층 파괴 물질을 모르는 새 방출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 최초에 CFCs 가 오존층을 파괴시킬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같이 - 일단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2020년 이후로는 오존홀 문제도 호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규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이유 중 하나는 그 대체 물질을 만들기가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또 현대 산업 사회에 절대적으로 없으면 안되는 정도에서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인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오존층 파괴 문제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증명되어 있지만 몬트리얼 의정서 같이 효과적인 규제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석연료를 쉽게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더군다나 그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몬트리얼 의정서와 국제 사회의 공조는 인류가 그렇게 어리석지 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었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는 인간이 생각보다 현명하지 않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가 끝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