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phical abstract. Credit: Cell (2022). DOI: 10.1016/j.cell.2022.03.012)
과학자들이 박테리아에서 새로운 면역 시스템을 발견했습니다. 박테리아는 가장 작은 생물체이지만, 바이러스 같은 더 작은 침입자에게 시달리는 신세입니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고 단순해 그 자체로는 독립된 생명체로 보기 힘들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박테리아에게 매우 위협적인 기생체입니다.
따라서 박테리아들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자체적인 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의 결과가 아닐 것입니다. 물론 하나의 작은 세포인 박테리아가 면역 세포를 지닐 순 없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와 다릅니다.
바이러스의 면역 시스템은 바이러스의 DNA를 감지한 후 이를 다시 무해한 작은 조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세포 단위에서 본다면 바이러스가 숙주의 물질을 이용해 증식하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정보를 없애 더 이상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바이러스 역시 숙주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변이로 진화하고 박테리아 역시 여기에 맞춰 진화하는 끝없는 진화적 군비 경쟁을 통해 이 시스템 역시 복잡하게 진화했습니다.
바헤닝헌 대학의 댄 스와츠 (Daan Swarts from the Laboratory of Biochemistry at 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가 이끄는 연구팀은 박테리아에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면역 시스템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면역 시스템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할 경우 세포 대사에 핵심적인 물질인 NAD+를 중단시킵니다. 그 결과 세포는 죽게 됩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하는 Argonaute protein을 발견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감지한 후 NAD+ 를 셧다운 시키는 시스템에는 스파르타 (SPARTA, Short prokaryotic Argonaute and TIR-APAZ)이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사진 참조)
사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 같은 다세포 동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단세포 생물에서 세포의 죽음은 자신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의 존재는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내가 죽고 동료를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분열법에 의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후손들을 남기기 때문에 감염된 세포가 죽지 않으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형제들이 위험합니다. 반면 감염된 세포가 죽으면 다른 유전자들은 안전해 집니다. 이것이 자폭 시스템이 진화한 이유일 것입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단순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놀랄 만큼 복잡한 구조와 생존 전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다시 한번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4-immune-bacteria.html
Balwina Koopal et al, Short prokaryotic Argonaute systems trigger cell death upon detection of invading DNA, Cell (2022). DOI: 10.1016/j.cell.2022.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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