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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갈색 미친 개미를 다스리는 곰팡이



 (Tawny crazy ants swarm on a cobweb spider. Credit: Mark Sanders)




(Microsporidia spores collected from tawny a crazy ant at Pace Bend Park in central Texas. Credit: Edward LeBrun/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미친 라스베리 개미 혹은 황갈색 미친 개미(tawny crazy ant or Rasberry crazy ant, Nylanderia fulva)는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행동과 잦은 이동으로 이런 명칭을 얻었습니다. 본래 남미에 살았던 개미지만, 이제는 미국 남부까지 침입해 외래종으로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황갈색 미친 개미는 마구잡이로 곤충과 작은 절지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타고 도마뱀, 조류 등 다른 동물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며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불개미처럼 사람을 공격하진 않아도 만만치 않게 골치 아픈 외래 침입종인 셈입니다. 



 에드워드 르브런 (Edward LeBrun, a research scientist with the Texas Invasive Species Research Program at Brackenridge Field Laboratory)이 이끄는 연구팀은 황갈색 미친 개미를 적은 비용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물학적 구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곰팡이 입니다. 



 그는 8년 전부터 황갈색 미친 개미를 연구했는데, 우연히 개미 배쪽에 지방으로 부푼 부분이 있는 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 정체는 개미에 감염된 미포자충류(Microsporidia) 였습니다. 미포자충류는 단세포 기생 생물로 곰팡이나 혹은 곰팡이 근연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연구팀은 15개 지역 개미 군집을 관찰하면서 미세포자충류에 감염된 경우 숫자가 62%나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외래 침입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천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래 서식지에 있던 병원체가 없어 개체수가 조절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한 연구팀은 미세포자충이 새로운 생물학적 구제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19처럼 밀접 접촉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곰팡이는 완전히 황갈색 미친 개미를 멸종시키진 않지만, 개체수와 밀도가 크게 늘어나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되면 널리 감염되어 새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에서 실제 미세포자충을 이용해 개체수 조절을 시도했습니다. 감염된 개미를 개미굴 근처에 풀어놓고 핫도그로 유혹한 것입니다. 별 생각 없이 핫도그를 탐한 개미 군집은 몇 년에 걸쳐 큰 댓가를 치뤘습니다. 




 연구팀은 첫 해에 황갈색 미친 개미의 개체수 감소를 확인했으며 그 다음해에 기존의 토종 생물들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황갈색 미친 개미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기존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미친 개미에 몽둥이 대신 곰팡이를 사용한 셈인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효과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3-invading-hordes-crazy-ants-met.html


 Pathogen-mediated natural and manipulated population collapse in an invasive social insec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2). DOI: 10.1073/pnas.211455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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