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60 - 중성자 별 1



 
 앞서 포스팅에서 초신성 및 백색 왜성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제는 중성자 별을 설명할 순서가 된 듯 하다. 설명의 순서는 중성자 별 -> 블랙홀 -> 퀘이사의 순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 백색 왜성 이야기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9205482
                                    http://blog.naver.com/jjy0501/100129253151




 1. 중성자 별 발견의 역사


 20세기 들어와 핵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어니스트 러더퍼드 (Ernest Rutherford) 가 1920년에 중성자의 존재를 예언했고, 제임스 체드윅 (James Chadwick)이 1932년 중성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 중성자의 존재로부터 1934년 발터 바데 (Walter Baade) 와 프리츠 즈위키 (Fritz Zwicky) 는 중성자별의 존재를 예언했다. 


 이들은 초신성의 남은 잔해에서 생기는 중력의 힘이 중성자 별을 생기게 하는데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별의 잔해에서 남은 물질의 중력이 전자의 축퇴압을 넘어설 정도로 강력해서 중성자, 양성자, 전자가 모두 뭉치게 되면서 결국은 중성자만 남는 중성자 별이 생길 것을 예언한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이와 같은 이론이 가능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불행히 당시 관측 기술로는 도저히 중성자 별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이론은 그냥 이론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중성자별의 관측적 증거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밝혀지게 된다. 당시엔 전파 천문학이 크게 발달하고 있었는데 천문학자들은 1054년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인 게성운 (Crab Nebula) 을 비롯한 여러 천체에서 펄스와 같은 전파신호를 관측하게 된다.  


 이 신호와 관련해서 전파 천문학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1967년 최초로 확인된 전파 펄서인 LGM - 1 은 Little Green Man 이란 단어의 약자였다. 이를 발견한 여류 천문학자 조슬린 벨은 이 규칙적인 신호가 외계인의 신호라고 생각하여 이런 명칭을 붙였던 것이다. 만약 외계인의 신호였다면 세기의 발견이 되었겠지만 결국은 펄서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비록 외계인은 아니지만 학문적으로는 중대한 발견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LGM - 1 이란 명칭은 아직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게성운. 1054년에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로 중성자 별이 있는 곳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and ESA)

 게성운의 경우 신호는 33 milisecond, 혹은 1초에 약 30 회 정도 규칙직인 펄스 신호로 관측되었다. 동시에 천문학자들은 1960년대 말 광학적으로도 게성운의 중심에서 이 천체의 펄스 신호를 관측해 아주 짧지만 강력한 펄스를 방출하는 천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천체가 이렇게 빨리 회전하면서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강력한 중력으로 묶여 있다는 의미였다.


 이와 같은 천체들은 펄서라고 부른다. 6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여러개의 펄서들을 관측했고 결국 그 정체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띤 작은 천체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천체는 이론적으로 중성자 별 밖에 없었다. 엄청난 질량을 지닌 물체가 1초에 수십번 회전 하면서도 분해되지 않는다면 중성자별 같이 아주 강력한 인력으로 서로 묶여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중성자별의 형성과 밀도


 일단 중성자 별은 앞서 백색왜성에서 설명한 전자의 축퇴압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즉 찬드라세카 한계 이상의 질량을 가졌을 때 별의 잔해가 더 수축되어 생긴다. 이 단계에서 중성자, 양성자, 전자는 모두 너무 가까운 거리에 압축되며 전자와 양성자의 전하가 상쇄되며 결국 모두 중성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자핵 자체가 하나의 별이 된다. 


 중성자 별은 대개 Type II 초신성에서 형성된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Type II 초신성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129900902 )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물리/화학 지식만 있더라도 원자의 대부분은 빈 공간이며 가운데 중성자와 양성자로 된 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비유를 들면 원자는 공갈빵 같은 구조로 마치 축구장 한가운데 축구공이 있고 축구장 가장자리를 개미들이 돌고 있는 상황에 비유해도 될 정도로 대부분이 빈 공간이다. (물론 여기서 축구공은 원자핵이고 개미는 전자이다) 


 이것이 찬드라세카 한계를 넘을 정도로 (태양 질량의 1.44 배) 강한 중력에 의해 압축되면 빈공간이 모두 사라지는 셈이니 그 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천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다.


 (참고로 그럼 태양질량의 1.44 배가 넘는 별은 왜 중성자 별로 바로 수축하지 않을까 ? 이 별들이 불타는 동안에는 중심부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인한 팽창력이 중력과 대항하기 때문이다. 이미 타고 남은 별의 잔해는 그럴 수가 없으므로 결국 중력으로 인해 수축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그 밀도는 어느 정도일까 ? 중성자별의 밀도와 크기 같은 특징을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APR EOS (Akmal-Pandharipande-Ravenhall Equation of State ) 라는 공식을 비롯한 공식들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전형적인 중성자 별은 대략 태양질량의 1.4 배에서 2배 사이에 질량을 지니고 있으며 그 반지름은 약 8 - 12 km 정도이다. 여기서 나오는 밀도는 3.7×1017 에서 5.9×1017 kg/m3  정도로 사실상 원자핵의 밀도인 3×1017 kg/m3 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별 전체가 하나의 원자핵 같은 밀도인 셈이다.(다만 EOS 의 종류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 중성자별의 각설탕 만한 물체가 있다면 그 질량은 전세계 인류의 질량을 모두 합친 것 만큼이나 나갈 것이다. 물의 밀도와 비교했을 때 10의 14승배 이상의 엄청난 밀도를 지니고 있으므로 태양보다 많은 질량을 지닌 물체가 그토록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중성자 별은 이미 엄청난 중력으로 압축이 된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더 압축되면 결국 블랙홀로 가는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성자별이 블랙홀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는 강력 (strong force) 에 의한 중성자 끼리의 반발력과 양자 축퇴압이다. 만약 이 힘을 넘게 되면 중성자 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 한계값은 대략 태양 질량의 2-3배 정도이며 이 한계는 Tolman–Oppenheimer–Volkoff limit (TOV limit) 라고 부른다.  TOV 한계는 백색왜성의 찬드라세카 한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중성자별의 질량의 최대값을 정해준다. 대개 이 이상인 경우 결국 블랙홀로 붕괴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론적인 계산에 의하면 한 단계를 더 거칠 수도 있다.


 그것은 쿼크 별 (quark star) 혹은 strange matter 로 구성된 strange star 로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유도되고 실제로는 관측된 적이 없는 천체이다. 일부 과도한 질량을 지닌 중성자 별 중 일부는 쿼크 별이 아닐지 추정하고 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다. 일부에서는 이 별을 암흑 물질의 후보로 여기기도 한다. 이 쿼크 별은 중성자까지 부서져 쿼크가 뭉쳐진 하나의 거대한 강입자 (Hadron) 로 구성된 별이지만 아직 그 관측상의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3. 중성자별의 중력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성자 별의 표면 중력은 엄청난 수준이다. 평균적인 중성자별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표면 중력의 약 2000 억배 (2×1011)에 달하게 된다. 이 정도 중력에서 탈출속도는 무려 10만 km/s 로 광속의 약 1/3 정도에 달하게 된다. 이로인해 나타나게 되는 재미있는 효과는 바로 중력 렌즈 효과이다.


 즉 중성자별의 강력한 인력 때문에 표면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빛은 휘어지게 된다. 그러면 정면에서 중성자별을 본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사실 뒷면에서 나오는 휘어진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즉 앞면을 보다라도 뒤면의 일부가 보이는 것이다. 


(중성자별의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정면에서 보더라도 뒷면이 일부 보이게 된다. Gravitational light deflection at a neutron star. Due to relativistic light deflection more than half of the surface is visible.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Original author: Corvin Zahn, Physics education group Kraus, Theoretische Astrophysik Tübingen, Tempolimit Lichtgeschwindigkeit )


 또 중성자별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불과 1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체라도 마찰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초속 2000 km 의 속력으로 낙하하게 된다. 따라서 중성자별에 떨어지는 물체는 순식간에 지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4. 중성자별의 온도


 새로 생긴 중성자 별은 초신성의 폭발 당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000억에서 1조 켈빈 (Kelvin) 에 달할 정도로 높은 온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년만에 온도는 100만 K 로 떨어지게 된다. 내부에서 온도가 표면으로 아주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중성자별은 X 선 영역에서 가장 빛나게 된다. 


 아직 식기 전의 중성자별은 모든 파장 영역대에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육안적으로 볼 수 있다면 흰색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비록 가시광 영역으로 나오는 빛은 얼마 되지 않지만 중성자별은 백색왜성 처럼 식기전에는 분명 빛나고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최초로 관측한 중성자별의 가시광 영상 (화살표) The first direct observation of a neutron star in visible light. The neutron star being en:RX J185635-3754.
Credit: Fred Walter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and NASA. Source: ST Scl. )

  
( 다음에 계속)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