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54 - 별의 최후 1



 
 앞서 예고한 대로 항성의 최후에 대해서 몇 회에 나누어 포스팅을 마련합니다. 백색 왜성 다음에 나오면 순서가 반대인 듯 하지만 일단 중성자성 및 블랙홀에 대한 설명 전에는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순서에 대해서는 양해 바랍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1. 태양 질량의 0.5 배 이하인 별의 최후 (낮은 질량인 별)


 태양 질량의 0.5 배에서 0.4 배 이하인 별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적색 왜성 (red dwarf)이라고 부른다. 적색 왜성은 그 작은 질량으로 인해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매우 서서히 일어나게 되며 역설적으로 작지만 그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다. 이 작고 희미하게 빛나는 별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항성이며 10조년까지 수소를 연소시킬 수도 있다.


 자체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임계질량인 태양 질량의 0.08 배 이상에서 0.5 배 까지의 별은 평생동안 헬륨을 연소하는 과정을 진행할 수 없으며 핵융합 반응은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끝이 나게 된다. 수조년에서 수백억 년이 흘러 중심부 수소의 대부분을 연소시킨 적색 왜성은 점점 많은 수소를 연소하게 되며 조금씩 더 밝아지게 되는데 이는 태양을 비롯한 다른 항성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적색 왜성은 그 작은 크기 때문에 내부 구조가 극히 단순하며 대류에 의해 물질이 순환된다. (아래 그림 참조) 따라서 별의 구성물질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며 별의 수소 대부분이 연소에 참여할 수 있어 아주 오래 연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적색왜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소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밝아져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약간 청색 쪽으로 스펙트럼이 이동하기 때문에 청색 왜성 (blue dwarf) 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우주의 나이인 137 억년으로는 이 단계에 이른 적색 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기 단계에서는 부풀어 올라 상대적으로 작은 적색 거성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주로 헬륨으로 구성된 작은 백색 왜성이 되어 일생을 마치게 되리라 예상된다. 물론 수조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 흑색 왜성이 될 것이다. 


 아마도 태양 질량의 0.1 배 정도되는 적색 왜성은 6 조년 이상 적색 왜성 단계에 있다가 수천억년에 걸쳐 백색왜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에서부터 태양 질량의 0.5 배 이하인 별, 0.5 에서 1.5 배 정도인 별, 1.5 배 이상인 별의 구조도. 태양 질량의 0.5 배 이하인 적색 왜성은 그 내부 구조가 균일하며 대류에 의해 내부 물질이 혼합되어 구조도 단순하다. 이 정도 질량에서는 헬륨까지 밖에 연소할 수 없으며 연소가 끝나면 백색 왜성이 된다. 중간에 있는 0.5 배에서 1.5 배 사이 별은 황색 왜성으로 내부에 핵이 존재하여 여기서 연소가 일어나고 주변부에 복사층과 대류층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경우 항성의 표면 물질은 이 항성이 형성될 때와 큰 변화가 없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크게 부풀어 올라 적색 거성이 되고 주변부로 물질을 날리게 되며 남은 물질 (주로 산소와 탄소) 가 백색 왜성을 이룬다. 우측에 태양 질량의 1.5 배 이상인 별에서는 중심부에 대류권이 형성되며 주변으로 복사에 의해 열이 전달 된다. 내부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태양에서처럼 양성자 - 양성자 연쇄 반응이 아니라 CNO cycle 이 중요한 에너지 원이 되며 태양 보다 훨씬 빨리 연소되어 최후를 마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Original uploader was Xenoforme at es.wikipedia 




 
 2. 태양 질량의 0.5 배 - 8 배인 별 (중간 질량인 별)


 태양 질량의 0.5 배 이상인 별에서는 그 질량의 정도에 따라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 차이가 있다. 일단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그 질량이 태양 질량의 0.5 - 1.5 배 정도 되는 별에서는 양성자 - 양성자 연쇄반응 (proton - proton chain reaction) 에 의한 핵융합 반응이 주된 반응이며 태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경우 중심부에 있는 주로 중심부에 있는 수소만 연소에 참여하며 내부에는 핵과 핵을 둘러싸는 대류권이 존재하는 계층적 구조다. 


 태양 질량의 1.5 배인 별은 내부구조가 약간 다르고 수소를 연소시키는 과정도 약간 차이가 있다. 이 정도 질량이상 (1.3 - 1.5 태양 질량) 인 별의 주 연소 과정은 CNO cycle 이며 (CNO cycle 에 대해서는 앞 포스팅 참조) 연소 자체도 더 빠르고 강하게 일어난다. 이 별들은 그래서 흰색이나 청색으로 밝게 빛나게 된다.


 아무튼 중간 정도 질량이 되는 별들은 최후가 다가오면 점점 연소가 빨라지며 중심부의 수소가 떨어짐에 따라 헬륨을 연소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소가 가속되어 그 에너지에 의해 별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별은 일생동안 자체 중력으로 중심으로 붕괴되려는 힘과 별 중심의 핵융합 반응에 의한 에너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죽기 직전에 별의 중심에서는 에너지 생성이 많아져 별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러면 표면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서 표면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본래 오렌지 색이나 흰색에 가깝던 별의 표면이 붉게 변한다. 이 단계를 적색 거성 (Red giant) 이라고 부른다.




(적색 거성 단계에서는 항성은 크게 부풀어 오른다. 기본적으로 적색 거성은 핵,  내부에는   The copyright holder of this file allows anyone to use it for any purpose, provided that the copyright holder is properly attributed. Redistribution, derivative work, commercial use, and all other use is permitted.)


 마지막 단계에서도 아직 별의 표면에는 수소가 많지만 이 수소는 중심핵에서 연소에 참여할 수 없다. 대신 별의 중심에 밀도에 의해 모인 풍부한 헬륨핵의 주변부에 높은 온도에서 수소가 계속 연소된다. 그 온도와 압력이 점차 올라가면 마침내 헬륨이 연소되어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와 산소등이 생성될 수 있는 헬륨 연소 과정이 시작된다. (일단 헬륨이 연소되어 탄소가 발생하면 탄소 + 헬륨이 산소가 되는 헬륨 연소 과정인 알파 과정으로 산소도 같이 생긴다) 이 시기에는 항성이 더 밝아지기 때문에 이를 헬륨 섬광 (Helium flush) 라고 부른다. 이 과정이 시작되면 주 에너지원이 수소 핵융합 반응 대신 헬륨 핵융합 반응이 되며 본격적으로 주계열성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 궁극적으로 HR 도표 상에서 AGB (Asymptotic giant branch) 라는 경로를 거쳐 백색 왜성과 행성상 성운이 된다. (아래 그림 참조) 




(별의 말기에는 HR 도표에서 주계열에 해당되는 부분을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AGB 에 해당되는 과정은 중간에 있으며 우리의 태양도 말기에는 이과정을 거치리라 생각된다. Image:Stellar_evolutionary_tracks-en.PNG licensed with Cc-by-3.0, GFDL 2008-06-07T21:31:52Z G.A.S714x700 (36342 Bytes) )


 일단 수소를 헬륨으로 연소시키는 과정이 말기에 이르면 중심부에는 거대한 헬륨 코어가 생기고 헬륨 연소의 부산물인 탄소 및 장래 백색 왜성의 원자재가 될 산소등이 생성되게 된다. 다만 태양 질량의 8배 이내인 별들은 헬륨까지만 연소가 가능하다. 앞서 태양 질량의 0.5 배 이하인 별이 수소까지만 연소가 가능한 것과 동일한 원리다. 앞서 했던 이야기에서 한가지만 더 첨언 한다면 태양 질량의 2.25 - 2.5 배 이상 되는 별의 경우 헬륨 연소 과정인 삼중알파 과정 (Triple alpha process) 이 헬륨 섬광 과정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핵융합 시키지는 못한다. 


 중간 질량에 속하는 별들은 행성상 성운이 되기전 미라 (Mira) 같은 변광성 단계를 거치기도 하지만 아무튼 최후는 똑같다. 주변부의 부풀어 오른 표층을 모두 날려보내고 행성상 성운과 백색 왜성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마지막에 표면이 날아가면서 안쪽의 뜨거운 내부 층이 드러나는 울프 레이예별 (Wolf Rayet star    이전 포스팅 참조  : http://blog.naver.com/jjy0501/100094428989 ) 단계를 거칠 수도 있다. 한편 행성상 성운 단계에서 별들은 주변으로 불규칙한 모습으로 물질을 날려 보네기 때문에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모습을 남기며 생을 마감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2009년 7월 27일 관측한 NGC 6302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and ESA )


 위의 행성상 성운 NGC 6302 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별로 내부에는 표층이 날아가 온도가 20만K 나 되는 울프레이예 별이 있고 이 별에서 뿜어낸 가스가 나비 날개처럼 퍼져 나비 성운 (Butterfly nebulae) 나 벌레 성운으로 불린다. 이 독특한 행성상 성운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095608521) 또 필자의 이전 허블 본 우주 포스팅을 참조하면 다양한 행성상 성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행성상 성운으로 존재하는 기간은 별의 일생으로 보면 짧다. 대략 1만년 정도 지나면 행성상 성운을 이루던 가스들은 흩어지고 이제는 백색 왜성 만이 남게 된다. 흩어진 가스중 일부는 다시 별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태양 질량의 8 배보다 더 무거운 별들은 이 보다 더 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다음에 계속)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