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52 - 백색 왜성 이야기 1



 별이 죽으면서 남기는 잔해인 백색 왜성은 이제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존재 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리기 위해 몇회에 나누에 백색왜성, 중성자성, 그리고 블랙홀 및 초신성에 대한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1. 백색 왜성 관측의 역사


 백색 왜성 (White dwarf) 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1922 년 네덜란드 천문학자 Willem Jacob Luyten 에 의해서 였다. 하지만 최초의 관측된 백색 왜성이라고 생각되는 40 Eridani  B (에리다누스 자리 40 B) 의 경우 이미 18세기의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 중 한명인 프리히드리 빌헬름 허셜 (Sir Frederick William Herschel) 1783년 1월 31일 관측한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이 희미한 별의 정체가 백색 왜성이라는 점은 당시 허셜로써는 알 수 없었다.

 참고로 40 Eridani  는 삼성계로 주성인 40 Eridani A 는 주계열성, 40 Eridani B 는 백색왜성, 40 Eridani C  는 적색 왜성이다. 이전에 태양계의 이웃들 포스팅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091163074)   


 에리다누스자리 40 이 희미한 동반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19세기에도 계속 관측기록에 남아있지만 정확히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당시 과학의 수준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다. 한편 백색왜성 연구에 중요한 역활을 한 항성인 시리우스의 경우에도 그 움직임으로 부터 보이지 않는 희미한 동반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시리우스는 어떤 별과 50 년을 주기로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고 있었는데 상당한 질량을 가진 별인데도 너무 어두워서 당시 망원경으로는 관측하기 어려웠다. 


 이점은 프로키온 역시 마찬가지여서 1844년 프리드리히 베셀 (Friedrich Bessel) 은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이 보이지 않는 희미하지만 질량은 상당한 동반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 참조 , 프로키온:  http://blog.naver.com/jjy0501/100090229008   시리우스:  http://blog.naver.com/jjy0501/100088792421 )


 20세기 초반인 1910년에 헨리 노리스 레셀 (Henry Norris Russell) 을 비롯한 천문학자들은 에리다누스자리 40B 가 Spectral type A 의 흰색 별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즉 이 별은 아주 작지만 질량은 상대적으로 크고 표면 온도는 매우 높았다. 이 독특한 별에 대해서 천문학자들은 흰색의 작은 별이라는 의미의 백색 왜성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백색왜성이 우주에 매우 흔하다는 사실을 잘 알 고 있다. 


 주로 초기에는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동반성으로 동반성과의 공전을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20세기 들어와서 망원경의 발전으로 인해서 동반성 없이 혼자서 존재하는 백색왜성들의 존재도 곧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시리우스 B와 프로키온 B, 그리고 에리다누스 자리 40은 모두 동반성이 존재하는 백색 왜성이었지만 1917년 아드리언 반 마넨 (Adrian Van Maanen)이 발견한 Van Maanen star 은 동반성 없이 혼자 존재하는 백색 왜성이었다. 



 2. 백색 왜성의 밀도


 백색 왜성은 그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흰색으로 빛나는 작은 별이다. 천문학자들은 동반성과의 공전 주기에서 이 별이 작지만 대신 꽤 무겁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주계열성인 시리우스 A 의 경우 동반성인 백색왜성 시리우스 B 와 50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시리우스 A 의 질량으로부터 시리우스 B 의 질량이 거의 태양 정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크기는 최근의 관측 결과를 종합해 보건데 당초 생각보다도 작은 거의 지구 만한 작은 크기였다. 즉 태양 만한 질량을 가진 물제가 지구만 하게 축소된 셈이다. (과거에는 지구의 2배 정도로 생각)



(시리우스 A 와 B, 왼쪽 아래 작은 흰점이 백색왜성 시리우스 B 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 영상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and ESA)


 이로 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백색왜성의 밀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백색왜성의 일반적인 밀도는 1,000,000,000 kg/㎥ 로 태양의 밀도의 100만배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20세기 초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당대의 위대한 과학자 중 하나인 아서 에딩턴 (Arthur Stanley Eddington) 역시 이점을 지적했는데 만약 이 발견이전에 이렇게 밀도가 높은 천체가 우주에 있다고 했다면 '허튼 소리 마라' (shut up, don't talk nonsense) 라고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딩턴은 1924년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백색왜성 중력 적색편이 (Gravitationally Redshifted) 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과연 아담스가 1925년 시리우스 B 로 부터 중력 적색편이를 실제로 발견했다. 이 현상은 강한 중력장에 있을 때에 비해서 약한 중력장으로 이동했을 때 빛이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며 상대성 이론의 관측적 근거 가운데 하나이다. 



(강한 중력장에 있을 때 보다 약한 중력장에 있을 때 빛의 파장이 길어진다. CCL 에 따라 동일 조건하 복사 허용 저자 표시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license.  저자 Original image by User:Vlad2i, slightly modified by User:mapos.)


 아무튼 이 백색왜성의 큰 질량으로 부터 에딩턴은 이 천체가 통상적인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했다. 1926년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파울러 (R.H. Fowler) 는 새롭게 등장한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해서 이 비밀을 밝혀냈다.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의해면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할 수 없다. 이 원리에서 전자는 페르미 디렉 통계를 따라야만 한다. (다른 말로 두개의 페르미온이 동시에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할 수 없다)


 간단히 설명하면 아무리 압축해도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초고압 상태의 전자를 축퇴물 (degenerate) 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형성되는 힘은 전자의 축퇴압 (Electron degeneracy pressure) 이라고 부르며 별이 타고 남은 물질이 자체중력으로 더 수축되는 일을 막는 역활을 한다. 그렇게 백색 왜성이 탄생하는 것이다. 


 사실 앞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별은 그 거대한 중력 때문에 항상 자체 중력으로 수축되어 짜부라지려는 힘을 받고 있다. 별의 일생동안 주로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공급되는 에너지를 통해 중력 붕괴를 막는다. 그러다 연료가 다 떨어지고 나면 결국 힘이 다해 중심부를 향해 수축되는 중력의 힘을 막을 수 없다.


 대개 항성의 중력은 통상적인 화학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원자들의 결합력 보다 훨씬 강하다. 따라서 엄청난 밀도로 압축되는 것이다. 일반 행성에서 이런 일어나지 않는 것은 중력이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 내부에 있는 물질들이 충분히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백색왜성은 각설탕 만한 크기가 1톤에 이를 만큼 높은 농도로 압축될 수 있다. 전자의 축퇴압 마저 견딜 수 없는 큰 중력이 있는 경우에는 결국 중성자성이 되거나 블랙홀이 되는 수 밖에 없는 데 이는 나중에 언급할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백색왜성의 중력 붕괴를 막는 힘이 전자의 축퇴압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지만 이 축퇴압을 넘어서는 중력이 존재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잘 몰랐다. 1931년 인도 출신의 과학자 찬드라세카 (Subrahmanyan Chandrasekhar) 는 회전하지 않는 백색 왜성의 경우 전자의 축퇴압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 한계 값은 ' 5.7/μe2 X 태양 질량' 으로 나타낼 수 있었는데 여기서 μe2 는 그 항성의 전자당 평균 분자량이었다. 당시에는 백색왜성이 주로 탄소 및 산소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 찬드라세카는 이 값이 태양 질량의 0.9 - 2.5 배 사이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처음에 과학계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 지지 못했다. 사실 찬드라세카가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 상을 받은 것은 1983년에 이르러서 였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백색왜성이 태양 질량의 1.4 배 혹은 2.8 × 1030 kg 이상이 되면 전자의 축퇴압을 넘어서 중성자성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한계값은 찬드라세카 한계라고 부른다. 

 

(다음에 계속)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