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에서 히틀러의 기상 천외한 비밀 무기로 초거대 열차포인 도라를 먼저 소개했었다. 내친 김에 당시 독일 군의 또다른 비밀 무기인 수퍼건 (supergun) V3 를 연속으로 소개해 볼까 한다.
대포가 만들어진 이래 대포를 만드는 기술자나 사용하는 군인 모두에게 한가지 공통된 소망이 있었다면 적군보다 더 큰 포탄을 더 멀리, 더 많이 쏟아 붇는 것이다. 이를 테면 포격을 이용한 화력전에서 적보다 우위에 서려는 것이다. 올림픽 모토 처럼 말하면, 더 크게, 더 멀리, 더 많이 라고 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군도 같은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삽질 이긴 했지만 도라 같은 거대한 열차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전 포스트 참조)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오늘 이야기할 거대한 수퍼건 (supergun) 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시제 수퍼건 1호로 길이만 150m 이다)
이 수퍼건의 원리는 사실 간단했다. 보통의 대포는 약실에 하나의 작약이 들어가고 포탄 하나가 들어간다. 그리고 작약의 폭발하면 포탄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발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퍼건은 달랐다. 여러개의 측면의 약실이 있고 여기에 여러개의 작약이 연속으로 폭발하여 더 큰 추진력을 내게 만드는 것이 이 수퍼건의 핵심이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은 작약 (포탄이 나가게 만드는 약실내의 폭약) 이다. 노란색은 폭발을 의미한다. 이런 원리로 여러개의 약실을 연결시키면서 차례로 폭발시키면 여러개의 작약에서 운동 에너지를 얻어 포탄의 사거리는 크게 증가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개의 약실이 배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원리로 만든 이 대포의 이름은 보복 병기 3호 를 뜻하는 'Vergertungswaffe 3' 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명칭이 붙게된 사연은 이러하다. 당시 독일은 연합군의 날로 심해지는 전략 공습에 도시들이 하나 둘씩 파괴되고 독일인의 희생도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나찌 당 당국은 독일 국민들이 전의를 상실하는 데 대해서 우려를 나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찌는 연합국의 전략 공습등에 보복할 보복 부기를 개발중에 있으며 이것이 개발되면 전황을 바꿀 수 있다고 크게 선전했다. 그 결과 우리가 잘아는 보복병기 V1,2 로켓이 등장한다. 나찌는 더 나아가 이 신무기가 성공하면 V3 라는 이름을 크게 선전할 예정이었다.
당시 이 무기의 주 목표는 도버 해엽 건너에 있는 영국이었다. 1943년 독일의 기술자 아우구스트 콘도가 이런 계획을 제시하자 역시 거대 무기를 좋아하는 총통께서는 이에 흥미를 보이고 개발을 지시한다. 시제 1호포의 구경은 15cm, 길이는 150m 였으며 실험결과 사거리는 55마일 (89km)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본래 목표는 300km 정도였다. 이건 아무래도 무리한 목표였고 사거리 89km 만 해도 당시로썬 놀라운 결과였다. 발사 속도는 시간당 300발로 하루 600톤의 폭탄을 런던에 쏟아 붇는 것이 목표였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나찌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이런 식으로 만들어 졌을 지 모른다)
일단 시제 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자 히틀러는 이 포를 도버 해엽 너머의 영국에 쏟아 붇기 위해 개발을 서둘렀다. 1944년 프랑스의 미모예스크라는 지역에 포가 건설되고 이 포는 6m 두께의 거대한 콘크리트로 보호되었다.
그런데 연합군의 정찰기에 이 이상한 시설이 눈에 띄였다. 이게 무엇이든 간에 엄중히 보호되는 점으로 보았을 때 독일군의 주요 군사 시설로 판단한 연합군은 본래 전함 티피츠를 격침시키기 위해 사용된 폭탄 톨보이 (5400kg 에 달하는 거대한 폭탄)을 다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이 포는 본격적으로 사용되기도 전에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니 결국 히틀러의 비밀 무기는 사용되기도 전에 비밀 스럽게 파괴되어 연합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기 전까지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_-
사실 제 2차 세계 대전은 공군력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활을 차지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연합군은 4발 엔진을 가진 중폭격기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전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폭격기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 대형 폭탄을 멀리 떨어진 적에게 발사하기 위해서 대형 포를 만들 필요는 사실상 없어졌다. 대형 포는 이동도 어렵고 적의 쉬운 공격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사거리 면에서 폭격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날 장거리 공격을 위해 폭탄을 투하한다면 폭격기를 사용한다. 따라서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대포는 구경이 대부분 100 - 155mm 이고 200 mm 를 넘는 포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당시 히틀러는 대형 포 개발에 매우 큰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독일군의 4발 엔진 중폭격기인 '우랄 밤버 (Ural Bomber)' 보다 이런 계획을 더 우선시 한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시대 착오적인 결정이라는 것을 현재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이 V3 도 폭격기의 공격으로 파괴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한가지 사족을 단다면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도 이 수퍼건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단지 이 때의 개발 목표는 특이하게도 우주 공간으로 저렴하게 우주선이나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이라크등지에서도 이 수퍼건에 관심을 같게 된다. 충분히 자료를 모으면 나중에 수퍼건에 대해서 다시 포스트를 작성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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