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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유전자를 지닌 기묘한 곤충 Belgica antarctica



 DNA 는 생명체 그 자체를 정의하는 중요한 정보가 담긴 분자입니다. 이 분자에 따라서 초파리가 될지 사람이 될 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DNA 의 길이는 생물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금까지 시퀀싱이 이뤄진 곤충 DNA 중 가장 짧은 DNA 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남극에 사는 깔따구 (midge) 의 일종인 Belgica antarctica 으로 9900 만개의 염기쌍 (base pair) 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간의 경우 30 억 쌍의 염기 배열이 있으며 게놈이 짧아서 유전자 연구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초파리는 약 1억 6500 만개 정도의 염기쌍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곤충계에서 가장 짧은 게놈을 지닌 것으로 밝혀진  Belgica antarctica 한쌍의 사진 These two insects are of the species Belgica antarctica. They are a type of midge. Public domain  )


 이 작은 곤충은 (대략 2-6 mm) 2 년 정도의 삶의 대부분을 유충 상태로 차디찬 남극 대륙에서 살다가 성충으로 변신 10 일만에 짝짓기와 알낳기를 한 후 생을 마무리하는 생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곤충류에서는 흔한 방식이죠. 이 곤충은 염기서열이 분석되기 전에도 영화속 에일리언을 넘볼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생명력으로 알려진 곤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Belgica antarctica  는 자신 체중의 70% 의 수분을 잃어도 생존이 가능하며 산소 없이도 수주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보고 (?) 가 있습니다. 작은 변온 동물인데도 남극에서 생존이 가능한 이유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영하 15 도 이하에서는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남극의 눈과 얼음 속은 생각보다 온도가 낮지 않아서 영하 7 도 이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눈을 보온재 삼아 이 곤충은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다만 반대로 영상 10 도 이상 따뜻한 기후에서는 일주일내로 죽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낮은 온도만이 이 곤충이 사는 극한의 환경은 아닙니다. 남극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자외선이 강한 지역인데 (오존층이 얇기 때문인데 최근 오존층 파괴와 더불어 더 심해짐) 보통의 작은 곤충은 버티기 힘들지만 Belgica antarctica  는 이런 전리 방사선이 강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먹이가 극도로 적은 환경이지만 남극의 극한적 환경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녹조류, 이끼 등을 먹으면서 이 환경에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pH 나 염도의 급격한 변화에도 강하다고 함) 이 정도면 바퀴벌레가 다 죽고 없어지는 환경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은 생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 곤충의 DNA 를 분석한 연구자들은 Belgica antarctica  의 DNA 가 쓸데 없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 설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사실 이 곤충의 게놈은 13500 의 기능을 하는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파리류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 곤충을 의미) 와 비교해서 절대 작은 수가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 유전자 수는 비슷한데 DNA 염기쌍이 매우 짧은 부분은 앞서 말한 대로 쓸데없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컴팩트한 DNA 의 탄생 이유에 대해서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데이빗 덴링거 교수 (David Denlinger, Distinguished Professor of entomology and of evolution, ecology and organismal biology at The Ohio State University.) 를 비롯한 저자들은 아마도 남극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곤충의 존재는 게놈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작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stripped it to a smaller size than was previously thought possible


 이렇게 작은 DNA 는 이 곤충이 사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세포 분열시에 발생하는 작은 에너지 낭비를 막는데 도움을 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생김새는 징그럽지만 기상천외한 생물체 중에 하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oanna L. Kelley, Justin T. Peyton, Anna-Sophie Fiston-Lavier, Nicholas M. Teets, Muh-Ching Yee, J. Spencer Johnston, Carlos D. Bustamante, Richard E. Lee, David L. Denlinger. Compact genome of the Antarctic midge is likely an adaptation to an extreme environment. Nature Communications, 2014; 5 DOI:10.1038/ncomms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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