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에볼라 전파 차단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 보건 당국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된 에볼라 출혈열 (EHF) 에 대해서 한국 질병 관리 본부와 보건 당국이 보도 자료 및 기자 회견을 통해서 대응 방안과 에볼라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본다면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대응책이 발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건 복지부 산하의 질병 관리 본부는 8월 4일 정부 종합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해 2009 년 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에볼라 유행은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올해 2 월에 발생하였으나 ( http://jjy0501.blogspot.kr/2014/07/West-Africa-Ebola-Outbreak.html 참고) 올해 7월까지 사실상 환자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만 발생했습니다. 즉 전파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세계가 화들짝 놀란 이유는 바이러스의 치명성에도 영향이 있지만 이전까지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인플루엔자처럼 공기 전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또 출혈기로 진행된 환자는 금방 사망 (대략 10 일 정도) 하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정도로 전파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7월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지역  This is a map from a government publication on the spread of ebola in Guinea Sierra Leone as of July 2014.  Credit : CDC)


 이전에 설명했던 대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체액을 통해서 전파됩니다. 주된 감염원은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인데 잠복기에는 잘 감염되지 않다가 에볼라 출혈열이 본격 발병해서 출혈 증상이 잘 생기는 시점에서 접촉에 의해 전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격리가 되는 상황에서는 사실 잘 전파가 될 수 없는 질환인데 현지의 열악한 의료 상황과 더불어 아직도 미신이나 주술에 대한 집착이 강한 현재 주민들 때문에 위생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지속적인 전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의 장례를 치루는 과정에서 말기 환자의 체액을 통해 전파되거나 환자가 발병해도 병원에 가지고 않고 격리를 하지 않는 문제로 인해 전파가 지속적으로 발생) 


 자연계에서의 주된 숙주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지만 과일 박쥐가 가장 유력한 숙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매우 다양한 동물에서 전파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종에 따라 매우 다른 경과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에서는 무증상을 일으키지만 돼지에서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인간 외에 침팬치등 다른 영장류에서도 증상을 일으킵니다. 현지에서 사람이 감염되는 경로로는 박쥐를 비롯해서 감염된 동물을 비위생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생활사   Credit : CDC) 


 일단 감염되면 증상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은 대략 8 - 10 일 정도이나 2 일에서 21 일까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볼라 유행 지역에서 왔을 경우나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격리는 최대 21 일까지 하게 됩니다. 일단 에볼라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독감이나 다른 감염성 질환과 비슷한 열성 질환이 나타나게 됩니다. 


 초기 증상은 발열과 동시에 피곤함, 근육통, 두통, 근육통, 복통이 생길 수 있으며 구토와 식욕 부진 같은 소화기 증상도 같이 동반할 수 있습니다. 또 인후통과 연하 곤란 같은 인후두 감염과 비슷한 증상도 같이 동반할 수 있습니다. 즉 초기 증상은 독감이나 말라리아, 뎅귀열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시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은 크지 않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환자는 출혈기로 넘어가게 되며 이때 눈이 붉게 충혈되고 토혈, 객혈, 혈변 등 내부 출혈 증상과 더불어 피부에 다양한 출혈 증상이 나타나서 마치 멍이 드는 것 같은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 시기의 환자는 매우 위험한 상태로 빠지게 되며 체액과 혈액을 통해서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기 때문에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에볼라 출혈열의 증상  Mikael Haggstrom - Own work. Source information: Ebola Hemorrhagic Fever from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P age last updated: January 28, 2014.)  


 한국 보건 당국은 이와 같은 에볼라의 특징을 감안해서 유행 국가에서 들어오는 모든 인원에 대해서 최대 21 일까지 현재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아프리카 3 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기 때문에 이와 같은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 관리 본부에 의하면 8월 4일까지 추적 대상 21 명 가운데 13 명은 증상 발생이 없어 조사가 완료되었고 8 명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지냈다고 해도 출혈기에 있는 환자와 집적 접촉을 하지 않은 이상 감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음성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예외 케이스는 있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공항에서는 열감지기를 통해서 검역 관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한동안 유행 지역에서 왔거나 경유한 승객에 대한 검문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동시에 국내 환자 발생/유입에 대비해 전국 17 개 병원에 544 개 병상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물론 가능하면 환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말이죠. 


 현재 시점에서 에볼라에 대해서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이 질환에 대해서 사실상 무시를 해온 것 만큼이나 잘못된 시각일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에볼라 차단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 (공항에서의 검역 강화와 위험 지역 방문 금지) 에 협조하고 에볼라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국제 공조에 대해서 지지하는 입장을 보내는 것만으로 현재 대다수 한국인에게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