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비타민 D 결핍이 치매를 유발한다 ?



 비타민 D 는 생체에서 매우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입니다. 실제로는 체내에서 합성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호르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주로 뼈와 연관된 역할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대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비타민 D 의 알려진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혈중 칼슘 농도를 유지하고 뼈의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타민 D 결핍이 발생하면 소아에서는 뼈의 성장에 장애가 오는 구루병 (rickets) 이 발생하고 성인에서는 골연화증 (osteomalacia)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비타민 D 의 권장 섭취량과 권장 혈중 농도는 이 질환 (골절을 포함) 들을 예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타민 D 가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골질환 이외에 다른 질환에서도 비타민 D 가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골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 비타민 D 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과학적 증거가 축적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향후 연구는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최근 엑세터 대학의 데이빗 르웰린 박사 (Dr David Llewellyn at the University of Exeter Medical School) 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비타민 D 가 심각하게 결핍된 노인에서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저널 neurology 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1992 - 1993 년, 그리고 1999 년에 얻어진 미국내의 Cardiovascular Health Study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25(OH)D 결핍 (아래 그림에서 설명 참조) 이 있는 대상자 (<25 1.53="" 2.25="" nbsp="" nmol="" span="" to="">


 이 결과는 102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포함한 171 명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된 것인데 (대상 인구 그룹은 65 세 이상 노인 1658 명) 알츠하이머 병을 대상으로 할때는 각각 2.22 배와 1.69 배의 위험도 증가를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어쩌면 50 nmol/L 이하의 25(OH)D 결핍이 있다면 알츠하이머 병과 다른 치매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체에는 에르고칼시페롤(비타민 D2)과 콜레칼시페롤(비타민 D3) 이라는 두가지 형태의 비타민 D 가 존재함. 이 중에서 피부에서 290 - 315 nm 파장의 자외선을 받아 프로비타민에서 비타민으로 전환되는 것은 비타민 D3 로 인체에서 생성되는 중요 비타민. 위는 비타민 D3 의 분자 구조. http://en.wikipedia.org/wiki/Vitamin_D#mediaviewer/File:Cholecalciferol-3d.png

 비타민 D 는 피부에서 전환되거나 혹은 식품을 통해 흡수되면 간에서 합성된 비타민 D 결합 단백질과 결합한 후 간으로 이동하고, 다시 간에서 1-α hydroxylase에 의해 25-hydroxylation 이 일어나 25-hydroxyvitamin D (25(OH)D) 로 전환됨. 이 25(OH)D 는 비활성형인데 활성형인 1,25-dihyroxyvitamin D (1,25(OH) 2D)​ 는 반감기가 4 시간에 불과할 만큼 짧고 종종 부족이 있는 경우라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체내 비타민 D 상태를 평가할 때는 반감기가 2-3 주로 긴 25(OH)D 를 측정하게 됨. 

 세계 보건 기구 (WHO) 의 권장 수치는 25(OH)D 농도가 10 ng/mL 이하인 경우를 결핍, 20 ng/mL (50 nmol/L) 부족으로 보고 있음. )  


 연구팀은 비타민 D 부족이 치매의 위험도를 높일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으나 2 배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의외였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이전 연구와 비교해서 비교적 많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비타민 D 부족이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도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인해 향후 비타민 D 의 보충 요법이 골절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칼슘 - 비타민 D 보충 요법처럼 치매 위험도도 감소시킬 수 있는지 연구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르웰린 박사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나 혹은 비타민 D 보충제가 (노인 인구에서) 알츠하이머 질환과 치매의 발생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임상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Clinical trials are now needed to establish whether eating foods such as oily fish or taking vitamin D supplements can delay or even prevent the onset of Alzheimer's disease and dementia​"...)


 지금까지 여러가지 비타민이 임상적으로 다양한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연구 되었으나 지난 수십년간 획기적인 내용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익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청난 수의 비타민 영양제들만이 시중에서 널리 팔리는 부작용만이 낳았습니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한 증거들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과 이 언론 보도를 접하는 대중들이 '비타민C 가 이런데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비타민 D 부족이 있으면 이런 질환이 생긴다' 라는 내용을 비판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건 당국이나 학회의 가이드 라인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관심 한게 현실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 역시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될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만약 실제로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면 비용이 워낙 저렴하고 부작용이 널리 연구되어 있는 물질이므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인데 실제로 임상 연구가 더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치매는 급성 질환이 아니고 생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임상 실험을 하는데도 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혹시 이 연구 결과를 뉴스로 접하신 분들이 있다면 치매 예방을 위해 비타민 D 알약을 구매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해지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효과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