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대류권 상층 수증기 증가는 인간 때문 ?



 대류권 (Troposphere) 는 대기의 최하층으로 각종 기상현상이 주로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그 높이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극지방에서는 8 km 정도이고 적도 지방에서는 16 km 정도이며 평균적으로는 12 km 까지를 의미합니다. 이보다 더 위층에는 성층권이 존재합니다. 대류권의 주성분은 질소 (77%) 와 산소 (21%) 인데 소량의 아르곤, 수증기, 이산화탄소도 같이 존재합니다.  


 이 중 온실효과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기체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입니다. 특히 물분자 (수증기) 는 대기 중 풍부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보다 더 중요한 온실 가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증기의 농도는 향후 온난화의 추세를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록 수증기의 농도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편차를 보이지만 최근 수십년간 대류권 상층부의 수증기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은 분명한 관측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마이애미 로젠스티엘 대학의 브라이언 소든 교수 (Brian Soden, professor of atmospheric sciences at the UM Rosenstiel School) 와 같은 대학의 연구자인 정의석 (UM Rosenstiel School researcher Eui-Seok Chung) 등 연구자들은 미 해양 대기청 (NOAA) 의 위성 자료를 참고로 지상에서 약 3-7 마일 (약 5 km 에서 11 km) 사이에 존재하는 대류권 상층부에 수증기 농도의 변화를 자연적인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변화인지 조사했습니다. 




(대류권 상층부의 수증기의 컬러 강조 영상 This is a color enhanced satellite image of upper tropospheric water vapor. Credit: NASA)  


 이들은 위성 관측 데이터와 기상 예측 시뮬레이션 모델을 분석한 결과 1979 년에서 2005 년 사이의 대류권 상층부의 수증기 농도의 변화는 자연적인 요인으로는 설명될 수 없으며 인위적인 온난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the upper-tropospheric moistening observed over the period 1979–2005 cannot be explained by natural causes and results principally from an anthropogenic warming of the climate)   


 연구 기간 동안 화산 활동이나 태양 활동의 변화는 관측된 수증기 농도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부적합 했으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가스의 증가는 이와 같은 수증기 농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습니다. 



(This is an illustration of annual mean T2-T12 field that provides a direct measure of the upper-tropospheric water vapor. Purple = dry and Red = moist. Credit: Eui-Seok Chung, Ph.D., UM Rosenstiel School of Marine and Atmospheric Science


 소든 교수는 이 연구가 최초로 상층 대류권의 수증기 증가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확인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의 증가가 수증기 증가에 기여했다는 것인데 수증기 자체 역시 온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즉 이렇게 증가된 수증기가 다시 온실 효과를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대류권 상층부의 수증기 농도 증가가 실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연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 연구는 PNAS 에 실렸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