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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상승을 대서양이 억제했다 ?



 20 세기 후반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온이 태양 활동이나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 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1 세기 초에 이르러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우 지속적인 상승을 보였지만 지구 기온 상승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880 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 변화 Global mean land-ocean temperature change from 1880–2013, relative to the 1951–1980 mean. The black line is the annual mean and the red line is the 5-year running mean. The green bars show uncertainty estimates. Source: NASA GISS  )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This figure shows the history of atmospheric carbon dioxide concentrations as directly measured at Mauna Loa, Hawaii. This curve is known as the Keeling curve, and is an essential piece of evidence of the man-made increases in greenhouse gases that are believed to be the cause of global warming. The longest such record exists at Mauna Loa, but these measurements have been independently confirmed at many other sites around the world​.  http://en.wikipedia.org/wiki/Global_warming#mediaviewer/File:Mauna_Loa_Carbon_Dioxide_Apr2013.svg )


 위의 두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이와 같은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 병목 현상 (global warming hiatus) 으로 불리면서 기후 학자들에게 당연히 매우 큰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분명히 지구 대기중 온실 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점차 지구 대기에 머무는 열에너지의 양은 분명 더 커졌는데 표면에서 측정한 지구 기온은 그만큼 오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잃어버린 열' 에 관한 연구와 수많은 가설들은 지금까지 매우 다양한 논문들로 나왔는데 최근 사이언스에는 대서양의 깊은 바다가 그 원인 중에 하나라는 주장이 실렸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과학자 카킷 퉁 (Ka-Kit Tung, a UW professor of applied mathematics and adjunct faculty member in atmospheric sciences) 과 중국 해양 대학의 시안야오 첸 (Xianyao Chen of the Ocean University of China,) 은 6500 피트 (약 2000 미터) 수심까지 대서양 해수의 온도를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현재 이와 같은 잃어버린 열의 주범으로 가장 흔히 거론되는 태평양 바다 뿐 아니라 대서양 바다 역시 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과정이 약 30 년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본래 따뜻한 표층수는 아래의 심층수보다 더 밀도가 낮게 마련이지만 염도와 표면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지구의 대양에는 열을 운반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구조를 만듭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이 흐름과 더불어 대서양의 표층수 아래 해수의 온도가 2000 년 이후 급격히 상승해서 열을 숨기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 저자들은 이와 같은 변화가 현재 병목 현상의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Top) Global average surface temperatures, where black dots are yearly averages. Two flat periods (hiatus) are separated by rapid warming from 1976-1999. (Middle) Observations of heat content, compared to the average, in the north Atlantic Ocean. (Bottom) Salinity of the seawater in the same part of the Atlantic. Higher salinity is seen to coincide with more ocean heat storage. Credit: K. Tung / Univ. of Washington)    


 위의 그래프에서는 20 세기 후반 30 년간의 급격한 온난화 시기에는 해수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2000 년 이후에는 염도의 증가와 함께 온도와 에너지의 양이 높아졌다는 점을 알수 있습니다. 비록 온도가 높은 해수라도 염도가 높으면 무거워지면서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열을 더 많이 숨길 수 있게 됩니다. 수백 미터 밑의 해수의 온도가 올라가도 현재 지구 기온 측정은 표층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마치 온도가 별로 오르지 않은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연구의 결과가 정말 옳다면 30 년 주기 이후에는 급격한 온도 상승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 급속도로 녹고 있는 양 극지방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얼음이 녹은 물은 염도를 낮추기 때문이죠. 따라서 실제 주기는 30 년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데이터이긴 하지만 저자들도 지적했듯이 '잃어버린 열' 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매주마다 등장할 만큼 이 분야는 다양한 이론이 갑론을박을 보이는 영역입니다. 다만 지구 대기에 과거보다 더 많은 온실 가스가 존재하는 만큼 결국 더 많은 에너지가 지구 대기에 축적될 수 밖에 없고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서 이 열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지구를 덮히게 될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X. Chen, K.-K. Tung. Varying planetary heat sink led to global-warming slowdown and acceleration. Science, 2014; 345 (6199): 897 DOI:10.1126/science.125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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