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컴퓨터 게임이 노인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



 아마도 한국의 여성가족부나 혹은 게임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인 국회의원들이 알면 꽤 당황스러울 논문이 권위있는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컴퓨터 게임이 노인 우울증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컴퓨터 게임을 치료적인 목적에 활용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이들 가운데서 우울증 환자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1890 년대의 반 고흐의 그림. 그림의 주인공처럼 많은 노인들이 잘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음 Vincent van Gogh's 1890 painting )   


 베일 코넬 의과 대학 (Weill Cornell Medical College) 및 뉴욕의 노인 정신의학 연구소의 사라 모리모토 (Sarah Morimoto of the Institute of Geriatric Psychiatry in New York ) 와 그녀의 동료들은 기존의 약물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60 세에서 89 세 노인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노인 우울증이 인지 기능 및 기억력, 판단력 약화로 인해서 더 심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게임은 두뇌를 훈련시킬 수 있도록 개발되었는데 (일종의 퍼즐 게임 같아 보이는 게임인데 정식 명칭은  neuroplasticity-based computerized cognitive remediation-geriatric depression treatment (nCCR-GD) ) 기능 장애가 있는 노인 우울증 환자 (Executive dysfunction (ED) in geriatric depression (GD)) 11 명에게 테스트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기능 장애가 있는 노인 우울증 환자 치료의 기본이 되는 약물인 에시탈로프람 20 mg 12 주 치료 (​escitalopram: 20 mg per 12 weeks) 와 nCCR-GD 치료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대상자 중 한명을 제외한 다른 환자들 (91%) 가 이 치료를 마쳤는데 결과를 비교한 결과 nCCR-GD 치료는 12 주가 아닌 4 주 정도의 치료로도 동등한 효과를 달성했다고 하네요. 즉 컴퓨터 게임이 약물치료보다 더 우월한 효과를 보인 셈입니다.  


 비록 바로 임상에 도입하기에는 아직 실험이 충분한 규모로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이 결과는 앞으로의 컴퓨터 게임이나 그 비슷한 소프트웨어들이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약물 (혈압약, 당뇨약 등... ) 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비약물 요법으로도 우울증 질환의 일부를 치료할 수 있다면 상당한 이점이 존재합니다. 먹는 약의 숫자가 감소할 수록 약물 상호 작용이나 부작용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물론 장기 복용하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이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연구는 아직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결과 자체는 고무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리모토에 의하면 대상자 가운데 72% 는 사실상 우울증 증상이 완전하게 치유되었다고 했는데 비약물 요법으로 이 정도 성과라면 매우 훌륭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치료 성적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기 이르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해볼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연구팀도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점은 이 연구의 제약점(limitation)으로 인정하고 있음)  


 사족이지만 서두에 적은 것 처럼 게임만 하면 뇌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처럼 이야기한 분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Sarah Shizuko Morimoto, Bruce E. Wexler, Jiacheng Liu, Willie Hu, Joanna Seirup, George S. Alexopoulos.  Neuroplasticity-based computerized cognitive remediation for treatment-resistant geriatric depression.      Nature Communications, doi:10.1038/ncomms557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