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05 - 이아페투스에서 발견된 눈사태의 증거





 이아페투스 (Iapetus) 는 토성의 위성 가운데 하나로 마치 거대한 호두처럼 보이는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성에서 평균 356 만 km 정도 궤도를 79 일 마다 공전하는 위성으로 지름은 약 1500 km 가 채 안 되는 (1,492.0×1,492.0×1,424 km) 크기입니다. 구성 성분은 토성의 다른 위성들과 같이 아마도 얼음과 암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밀도는 거의 물과 비슷한 수준 (1.088 g/㎤  ) 정도라서 얼음 비중이 높은 얼음 위성 (Icy moon) 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암석 부분은 20% 미만으로 추정) 지름은 지구의 달과 비교해서 42% 수준이지만 질량은 2.5% 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가벼운 위성입니다.  


 이아페투스를 처음 보게 되면 일단 그 독특한 외형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호두과자나 초콜릿 같은데 위에 설탕을 뿌렸다고 해야 할 지 독특하게 밝은 표면과 어두운 부분이 분명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아페투스의 사진. 2004 년에 카시니가 촬영한 것, 클릭하면 원본. NASA (Cassini probe), Matt McIrvin (image mosaic)  ) 


(이아페투스의 밝은 부분인 Roncevaux Terra  의 사진. 클릭하면 원본.  사진 아래에 보이는 크레이터는 Engelier 크레이터로 지름 450 km 에 달하는 거대한 충돌 분화구임.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이아페투스의 지형 이미지. 클릭하면 원본. 적도에 거대한 산맥이 인상적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이아페투스의 밝은 이미지 부분은 Roncevaux Terra 라고 불리며 대조적으로 어두운 부분은 Cassini Regio 라고 부르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는 확실히 모릅니다. 당연히 이아페투스를 처음 보게 되면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이런 이미지상의 특징인데 현재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은 운석 충돌이나 역행성 위성과에서 나온 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설입니다. 


 그 이상 특징적인 것은 이아페투스 적도에 존재하는 거대한 주름입니다. 적도 주름은 1300 km 길이에 20 km 너비, 그리고 13 km 의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왜 생겼는지는 정말 미스테리로써 그냥 설득력 없어보이는 가설들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위성에서도 볼수 있긴 하지만 이아페투스에서는 거대 크레이터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Kelsi N. Singer 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카시니 탐사위성이 보내온 이아페투스의 고해상도 사진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 얼음 위성에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이 사진들에서 30 개 정도의 거대한 눈사태 (Avalanche) 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13 개 정도는 거대한 적도 주름위에 존재했고 나머지 17 개는 대형 크레이터 안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크레이터 가운데는 가장자리에서 안쪽까지 높이차가 20 km 에 달하는 것도 있고 다른 기상현상이 없기 때문에 카시니로 관측이 가능한 정도의 거대 눈사태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연구 결과를 Nature Geoscience 에 보고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눈사태 이미지. (화살표),  Credit: NASA/JPL/SSI/LPI. Color-coded elevation: Paul Schenk/LPI )  


 연구팀은 이와 같은 눈사태 (표면이 얼음과 눈이므로 눈사태 밖에 일어날 수 없지만) 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생각하지만 그 양상도 독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아페투스의 표면 중력 가속도는 0.224 m/s2에 불과한데 (지구는 9.8 m/s2 ) 불구한데다 눈과 얼음의 마찰력을 감안하면 그렇게 넓은 범위로 일어나기 힘든데도 상당히 거대한 눈사태가 관찰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눈사태 당시 발생하는 열이나 지각의 균열을 타고 눈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마찰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여기까지 보듯이 이아페투스 역시 작은 얼음 위성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위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표면에 존재하는 막대한 얼음의 존재들은 미래 우주 탐사에서 토성의 얼음 위성에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일 것 같네요. 참고로 설령 거대한 눈으로 된 경사로가 설령 있다해도 미래에 스키같은 걸 타는 건 무리일 듯 합니다. 눈사태로 위험하기 보다 중력이 너무 낮아서 효과적으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긴 힘들어 보이니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Kelsi N. Singer, William B. McKinnon, Paul M. Schenk, Jeffery M. Moore. Massive ice avalanches on Iapetus mobilized by friction reduction during flash heating.Nature Geoscience, 2012; DOI: 10.1038/ngeo152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