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528 - X선 관측 위성 히토미의 유산



(It wasn't until the advent of X-ray astronomy that the full picture of the at the galaxy-shaping power of black holes began to emerge with the ability to see plasma. In visible light, the Perseus cluster appears to contain many individual galaxies, separated by seemingly-empty space. In an X-ray image, however, the individual galaxies are invisible, and the plasma atmosphere, centred on the cluster's largest galaxy, known as NGC 1275, dominates the scene. In this image, active galaxy NGC 1275 is the central, dominant member of the large and relatively nearby Perseus Cluster of Galaxies. Wild-looking at visible wavelengths, the active galaxy is also a prodigious source of x-rays and radio emission. NGC 1275 accretes matter as entire galaxies fall into it, ultimately feeding a supermassive black hole at the galaxy's core. This color composite image, recreated from archival Hubble Space Telescope data, highlights the resulting galactic debris and filaments of glowing gas, some up to 20,000 light-years long. Credit: Data - Hubble Legacy Archive, ESA, NASA; Processing - Al Kelly)


 X선은 매우 높은 온도를 지닌 물체에서 방출됩니다. 따라서 블랙홀을 비롯 아주 뜨거운 물체가 존재하는 경우 관측이 매우 용이합니다. 다만 지구에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X선 관측 위성을 우주로 발사해 우주를 연구해왔습니다. 


 2016년 2월 17일 발사된 일본 JAXA의 히토미 역시 마찬가지 목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당초 계획으로는 히토미는 3년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고 막대한 X선 영역 관측 결과를 지구로 전송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3월 26일 지구와의 교신이 두절되었고 히토미의 임무는 38일만에 종료되었습니다. 과학자들에게는 허탈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짧은 기간동안 히토미가 지구로 보내온 자료 가운데 중요한 데이터가 존재했습니다. 워터루 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2억 4천만 광년 떨어진 거대한 은하단인 페르세우스 은하단 (Perseus cluster)를 연구했습니다. 


 사실 X선 영역에서는 은하단이나 은하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매우 희박한 농도로 존재하지만, 수백만도의 뜨거운 입자들로 구성된 플라즈마입니다. 이 희박한 플라즈마 가스는 X선 영역에서 쉽게 관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플라즈마가 과연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요? 아마도 은하 중심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그 기원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페르세우스 은하단에는 태양 질량의 1억배에서 10억배에 이르는 거대한 은하 중심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흡수한 가스를 뜨거운 플라즈마 형태의 제트로 분사하는데 종종 은하계 밖으로 분출됩니다. 이 뜨거운 입자의 밀도는 물론 매우 희박하지만, 은하단 주변을 둘러쌓는 거대한 대기 혹은 코로나 같은 구조물을 만들기에는 충분합니다. 


 연구팀은 이 뜨거운 가스가 다양한 방향으로 은하와 은하단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들은 이 은하단의 중심에 있는 NGC 1275 은하를 연구했습니다. 이 은하의 은하 중심 블랙홀은 은하 질량의 1/1000 수준으로 작지만, 은하 내부의 물질을 주변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은하의 진화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An X-ray image reveals the hot plasma that envelopes the Perseus cluster. Located some 240 million light years from earth, the Perseus cluster is one of the largest known structures in the universe. The cluster includes not only the ordinary matter that makes up the galaxies, but an "atmosphere" of hot plasma with a temperature of tens of millions of degrees, as well as a halo of invisible dark matter. Data from the Hitomi satellite reveals that although the black hole at the heart of the Perseus cluster has only one-thousandth of the mass of its host galaxy, and has a much smaller volume, it seems to have a huge influence on how the galaxy and how the surrounding hot plasma atmosphere evolve. Credit: University of Waterloo)


 과학자들은 이런 블랙홀이 결국 은하의 가스를 흡수해서 은하 밖으로 밀어내므로 은하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런 은하단 플라즈마들이 다시 새로운 은하로 흡수되면서 새로운 별과 은하를 만드는 재료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은하 중심 블랙홀이 은하단의 대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은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블랙홀은 은하의 진화에서 두 가지 다른 작용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은하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은하의 성장을 멈추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작용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비록 한 달 남짓이었지만, 히토미 덕분에 우리는 이와 같은 사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년은 아니라도 1년 만이라도 제대로 관측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참고 


The quiescent intracluster medium in the core of the Perseus cluster, Nature, DOI: 10.1038/nature1862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