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는 최초의 태양계 외각 탐사선이던 파이오니어 10호와 11호 이후 그 노하우를 이용해서 보다 본격적인 우주 탐사선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명칭은 항해자 혹은 모험자라는 뜻이 보이저 (Voyger) 였다. 광할한 우주의 바다를 여행할 모험자의 명칭으로 적당한 이름이었다.
사실 보이저 계획은 마리너 계획 (Mariner Program) 의 일부로 계획되고 있었으며 보이저 1호는 마치 파이오니어 10/11 호와 비슷하게 마리너 11호라는 이름으로 계획되고 있었다. 그러나 나사는 새술은 새부대에 라는 정신으로 보이저 계획을 새롭게 수립했다. 보이저 호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외행성의 상세한 데이터를 최초로 수집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보이저 계획은 앞서 파이오니어 10/11 호와 비슷하게 2대의 우주선을 같이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것은 하나가 사고로 고장나도 다른 하나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으며 또 서로 상보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게 하므로써 보다 자세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이저 우주선은 이전이 파이오니어 우주선 보다 훨씬 큰 크기로 무게는 772 kg 에 달했다. (파이오니어 10/11 호는 258 kg) 이는 물론 파이오니어 10/11 호 보다 더 무거운 관측 장비들을 많이 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수많은 행성들의 사진 중 상당수가 바로 이 때 보이저 호에 탑재된 우수한 카메라를 통해 얻어진 것이다.
(보이저 우주선의 모습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보이저 탐사선의 구조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보이저 우주선이 발사되던 1977년은 행운의 해였다. 당시 외행성들이 일직선 상에 놓임에 따라 이 때 우주선을 발사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차례로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들 행성들을 차례로 탐사하기 위해 보이저 1/2 호를 발사했다.
보이저 우주선은 플라이 바이 혹은 그라비티 어시스트를 통해서 각 행성에서 속도를 얻어서 60억 km 떨어진 해왕성 까지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모두 탐사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태양계 외각의 카이퍼 벨트 지역 까지 탐사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태양계의 외각을 한꺼번에 탐사한는 그랜드 투어 (Grand Tour) 였다.
다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결국 십수년의 시간이 탐사에 필요했기 때문에 그 전력을 공급할 방법은 역시 원자력 에너지 뿐이었다. 그래서 보이저 1/2 호에도 역시 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방사선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 가 탑재되었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플로리다의 케이프 카네바럴 공군 기지에서 타이탄 III/센타우르 로켓 (Titan IIIE/Centaur carrier Rocket) 을 이용해서 발사되었다. 사실 보이저 1호가 2호 보다 먼저 발사됐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이저 2호가 8월 20일 발사되었기 때문에 좀더 먼저 발사되었다.
(발사되는 보이저 1호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보이저 호에 탑재된 RTG 의 모습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보이저 1/2 호의 궤도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비록 쌍둥이 우주선이지만 위의 궤도 그림에서도 볼수 있듯이 사실 보이저 1/2 호는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이저 1/2 호는 기본적으로 토성과 목성을 탐사한 후 여기서 보이저 1호는 태양계 외각 탐사 임무를 맡고 바로 태양계 외각을 행해 날아가며, 보이저 2호의 경우에는 해왕성 및 천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했다. 이렇게 궤도가 수정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보이저 1호는 무사히 소행성대를 건너 순항해서 1979년 1월 부터 목성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으며 1979년 3월 5일 목성에 가장 근접했다. 가장 근접했을 때의 거리는 349000 km 로 지구 - 달 거리 보다 더 가까운 거리였다. 보이저 우주선들은 앞서 파이오니어 10/11 호 보다 더 상세한 관측이 가능한 고해상도 카메라 및 각종 관측 장비들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놀라운 정보들을 차례로 전송해왔다.
(보이저 1호가 목성에 근접하면서 찍은 연속 사진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보이저 1호가 찍은 목성의 대적점. 파이오니어 호의 사진보다 매우 해상도가 높다 This file is in the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보이저 1호가 찍은 목성의 구름, 물감을 풀어놓은 듯이 신기한 구조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보이저 1호는 목성의 상세한 사진 및 강력한 자기장 등에 대해서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한 것 이외에도 새로운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목성의 위성, 특히 4대 위성을 자세히 관측하는 것이었다. 이 관측에서 과학자들을 이오와 에우로파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오에는 거대한 화산들이 분출하고 있었으며 에우로파에는 얼음이 갈라진 듯한 지각과 더불어 표면에 크레이터가 거의 없어 내부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보이저 1호가 관측한 이오의 표면, 거대한 화산들이 분출하는 예상외의 상황이 포착되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에우로파의 사진 - 사실 적당한 사진을 구하기 힘들어서 갈릴레오 탐사선의 사진으로 대체했다. 따라사 해상도가 보이저 호보다 더 높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목성에서 플라이 바이 로 속도를 더 가속한 보이저 1호는 다시 토성을 향해서 날아갔다. 1980년 11월, 보이저 1호는 토성에 플라이 바이 패스가 가능한 지점까지 근접해서 토성 자체는 물론이고 토성의 고리와 위성 - 특히 타이탄 - 의 모습을 관측했다.
(보이저 1호가 토성에서 530만 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 토성의 고리가 그림자와 겹쳐 신비하게 보이는 사진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사진, 이 사진을 통해 두꺼운 대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사실 나사의 과학자들은 파이오니어 11호가 타이탄의 뜻하지 않은 두꺼운 대기를 관측한 시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보이저 1호를 타이탄에 근접시키도록 명령하면 타이탄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지만 대신 명왕성 관측등 추가 관측 미션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나사의 과학자들은 명왕성 보다는 타이탄의 대기가 더 중요한 과학적 가치가 있고 안전한 목표라는 결론을 내리고 타이탄을 근접 관측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보이저 2호가 담당해서 그랜드 투어를 계속할 예정이었다.
타이탄 관측 후 보이저 1호는 아주 빠른 속도로 태양계 외각을 향해서 날아갔다. 보이저 1호는 현존하는 우주선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 행성 관측 임무는 종료되었지만 아직도 보이저 1호에는 중요한 임무들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카이퍼 벨트의 관측 임무 및 태양풍이 끝나는 지점의 관측이다.
1990년에 보이저 1호는 태양계의 가족 사진을 보네왔다.
(태양계의 가족 사진, 여기서 지구는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인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지금은 고인이 된 과학자 칼 세이건의 요청으로 나사는 60억 km 떨어진 지점에서 보이저 1호로 하여금 지구의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 사진은 희미한 파란 점 (Pale Blue Dot) 이라는 사진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작은 파란 점에 60억 이상의 인류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사진은 우주의 광활함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에 오른쪽 중간에 작은 파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이 지구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보이저 1호는 2025년까지 기동이 가능한 배터리가 남아있다. 물론 그전에 하나하나씩 관측기기들의 수명이 끝나게 된다. 아무튼 보이저 1호에는 아직도 임무가 남아있다. 그것은 태양풍의 외각인 Heliopause 의 관측이다.
(태양풍이 존재하는 지역이 Heliosphere 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태양에서 나오는 물질의 바람인 태양풍은 성간풍, 혹은 성간 물질 (ISM Interstella Medium) 을 주변으로 밀어내며 일종의 거품같은 공간인 Heliosphere 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태양풍이 힘이 급격히 느려지고 약해지는 곳을 Termination Shock 라고 부르며 태양풍이 더 이상 성간풍이나 성간 물질을 더 밀어내지 못하는 지점을 Heliopause 라고 부른다. 그리고 Termination shock 와 Heliopause 사이 공간은 Heliosheath 로 부른다. 아마도 보이저 1호는 Heliosheath 사이를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보이저 1호에는 이를 관측하기 위해 본래 태양풍 관측기가 붙어 있으나 1990년부터 고장난 상태이다.
따라서 이의 관측은 다른 장비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아무튼 2003년부터 보이저 1호는 Termination Shock 지점에 들어선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2015년에 이르러서야 보이저 1호는 Heliopause에 도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2009년 8월 28일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110.94 AU 혹은 165.96 억 km 떨어진 지점까지 멀어졌다. 인간이 만든 물체중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신이 가능하며 임무를 수행중이다. 그리고 속도는 17km/s 에 달해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물체이다.
하지만 보이저 1호는 0.0017 광년에 불과한 거리를 이동했을 뿐이며, 4만년이 흐른 후에도 1.6 광년 정도 밖에 이동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AC +79 3888 이라는 항성이 태양 근처로 오기 때문에 보이저 1호는 잘하면 이 항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항성은 현재 17.6 광년 떨어진 별로 태양 질량의 30% 정도 되는 M 형 주계열성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행성은 없는데 혹시 있다면 보이저 1호를 반겨줄 외계인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혹시 크로마뇽인 수준의 원시적 문명을 지닌 지적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4만년 후에는 보이저 1호를 발견할 정도로 문명이 발달할지 누가 알겠는가 ?
(주요 태양계 외각 탐사선들의 2007년 시점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표시한 것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Original uploader was 7Train at en.wikipedia)
(다음에 계속)
출처 : 위키/나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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