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식물에서 전기를 생산 ?



 세상에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일부는 기상 천외한 아이디어로 끝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일부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등장했을 때는 너무 신선한 아이디어라 어느 쪽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죠. 지금 소개하는 Plant-e 아이디어 역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식물에서 친환경 전기를 얻는 계획이기 때문이죠. 


(Plant-e 의 개념도.  Credit: Plant-e ) 

 어떻게 보면 영화 매트릭스의 식물버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식물에게 가상 세계를 구현해 줄 필요도 없고 식물의 자유를 억압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잉여 전자를 추출해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데, 탄수화물의 상당량은 뿌리로 이동한 후 여기서 토양으로 일부 이동하게 됩니다. 식물은 남아도는 잉여 탄수화물을 주변 토양으로 배출하는데, 박테리아들이 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유 전자와 양성자가 부산물로 나오게 됩니다. 보통 이 에너지는 그냥 토양에서 흩어지게 되지만 전극을 넣어주면 인간이 추출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추출할 수 있는 에너지는 매우 작지만 아무튼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죠. 



(동영상)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 (Wageningen University)과 산학 협력으로 세워진 플랜드 e 컴퍼니(Plant-e company)는 이와 같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서 300개 이상의 LED 전구를 식물에서 추출한 에너지로 밝히는 Starry Sky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차세대 에너지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할 뿐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세계 인구의 1/4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거나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라도 식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LED 조명을 밝히거나 혹은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물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실 토양 보다는 전기가 잘 통하는 수경 재배나 물이 많은 재배 환경 (논 같은) 이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습지를 끼고 있는 지역이나 논 농사를 주로 짓는 저개발 국가가 이들의 중요한 관심사 입니다. 

 물론 도시에서도 도시 농업이나 혹은 옥상 정원과 연계해서 식물 전기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도 있습니다. 옥상 정원은 콘트리트 옥상에 비해서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고 (건물에 온도를 식힐 수 있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최근 여러 건물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장에 의하면 얼마 안될진 몰라도 전기 역시 같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과연 실용적인지는 약간 의문스럽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내용을 듣고서 게임 포탈 2 에 나오는 감자도스 (감자 전기에너지로 작동되는 인공 지능 컴퓨터 글라도스를 의미) 가 생각나네요. 물론 엄밀히 말하면 원리적으론 다른 경우지만 아무튼 미래에는 혹시 식물 전기로 구동될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올지도 모르죠.   


(참고로 감자도스 이미지)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