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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세포를 이식받은 쥐



 마치 호러무비의 한 장면 같은 제목이지만 실제로 진행된 실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로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Rochester in New York) 의 연구자들은 실험용 쥐의 뇌에 인간의 신경교세포(glial cells. 자체로 신경세포는 아니지만 신경 조직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다양한 세포들)를 주입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했습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쥐들은 기억력과 인지력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 내용을 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보고했습니다.


(23주된 태아 성상 신경교세포(astrocyte)의 사진. 23 week human culture astrocyte stained for GFAP. Credit: Bruno Pascal  ) 


 이 연구팀은 이미 작년에 성숙된 인간 신경교세포를 쥐에 주입해서 쥐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기증받은 인간 태아 progenitor precursor glial cell 30만개를 12개월간 배양해 1200만개로 증식시킨 다음 이를 쥐에 뇌에 주입해서 본래 있던 쥐의 성상 신경교세포를 대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신경교세포를 주입받은 쥐는 기억력과 인지력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인간의 성상 신경교세포는 쥐의 것보다 10-20배 크고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실험의 목적은 사실 다음 실험에 있습니다. 연구팀은 다른 실험에서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 있는 쥐에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성 질환(demyelinating disease)로 신경 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탈락되는 질환입니다. 이는 마치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는 것 같은 질환인데 생기는 문제는 그것보다 심각합니다. 수초가 파괴되면 신경 전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물론 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이 실험에서 이식된 인간의 태아 신경교세포는 핍돌기 신경교세포(oligodendroglia)로 분화해 다시 신경 수초를 복구하고 신경 기능을 향상시켰습니다. 향후 인간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면 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새 돌파구가 열릴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쥐의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좋아졌다고 인간 수준으로 지능이 뛰어난 쥐는 생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실험의 목적이 그게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겠지만 말이죠)


 물론 태아 세포를 이용하는 만큼 윤리 문제 등이 남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특별한 허가를 받았는데 윤리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앞으로 인체에서 응용하기 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이 인체에 들어갔을 경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담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인체에 응용하기 이전에 다른 동물에도 테스트 하기를 원하지만 원숭에 테스트를 하는 것은 윤리 문제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인간과의 유사성을 생각하면 침팬치처럼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 가장 유망하긴 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능이 향상된 침팬치가 나온다면 상당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그런 연구는 진행하지 않기로 한 모양입니다. (생각만 해도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아무튼 연구 목적보다 과정이 꽤 이슈가 될만한 연구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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