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패스트푸드가 성적을 떨어뜨린다?



(감자튀김. Credit: Peter Häger/Public Domain  )


 현대인은 먹는 음식에 꽤 까다로운 편입니다. 조류 독감이 퍼졌을 때는 닭고기 소비가 급감하는 것처럼 뭔가 이슈가 되면 그 음식을 피하려고 하죠. 그러나 나트륨 과다 섭취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 요소임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짜게 먹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패스트푸드 역시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킴에도 소비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피하는 건 건강에 악영향을 일으키는 식습관이 아니라 뉴스에서 이슈가 되는 것 가운데 회피가 편리한 것들입니다.
 이중에서 패스트푸드는 정크 푸드라고 불릴 만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빠르게 먹고 갈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종종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패스트푸드가 몸뿐만 아니라 머리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등장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켈리 퍼텔 교수(Kelly Purtell, assistant professor of human sciences at The Ohio State University)와 텍사스 대학의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Elizabeth Gershoff, associate professor of human ecology a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는 공동으로 1998-1999년 유치원에 입학했던 학생들로 구성된 Early Childhood Longitudinal Study-Kindergarten Cohort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11,740명의 학생들의 읽기/쓰기, 수학 성적과 식습관 소비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데이터는 5학년과 8학년 (각각 한국에서 초등학생 고학년과 중학생) 때 모아졌으며 학생들을 패스트푸드를 얼마나 자주 먹는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습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의 비중은 29% 정도였습니다. 10%의 학생들은 매일 먹는다고 대답했으며 10%는 일주일에 6번,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은 일주일에 1-3회 정도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결과는 미국에서 패스트푸드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많이 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 결과는 패스트푸드 섭취가 많을 수록 학력 성취가 낮아진다는 쪽으로 나왔습니다.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과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룹의 점수는 20%까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 점이 있습니다. 패스트푸드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렴합니다. 따라서 이를 많이 섭취하는 계층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저소득층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학업 성취도가 낮은 이유는 사실 패스트푸드 때문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통계적인 방법으로 보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사회 경제적 지위, 학교, 이웃 환경, TV 시청시간, 운동량, 다른 음식 섭취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패스트푸드 섭취와 낮은 성적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가능하면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것이 아니더라도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전으로 학업에도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앞으로 연구 대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동물실험에서도 패스트푸드가 기억력이나 인지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들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어떤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내용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의 교육환경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냥 패스트푸드를 좋아해서 일수도 있지만 학원 시간에 맞추느라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담도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해도 식사는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부실하게 먹으면서 공부하면 공부가 더 힘든 건 사실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