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구의 물은 어디서 왔을까 ?



(대서양의 사진


 지구의 물이 어디에서 기원했는 지는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학계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다양한 가설들은 아주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는데 지구 내부에서 기원했다는 것과 지구 밖에서 공급되었다는 것 두 가지입니다. 물론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 두 가지 가설 외에 다른 제 3의 가능성은 아마도 생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도 이 두 가지 공급원이 모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중 어느 것이 주로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결국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바다의 물이 아마도 우주에서 공급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혜성과 소행성인데, 그 중에서도 혜성은 물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더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지구의 역사 초기에 아마도 원시적인 바다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바다는 뒤이은 격렬한 소행성 충돌로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후 태양계 초기 역사에서 후기 대폭격기 시절 대규모의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바로 여기에서 지구의 바다의 물이 생겼다는 가설이 지금까지 큰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증거가 있었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  http://jjy0501.blogspot.kr/2014/12/Origin-of-the-water-on-earth.html 참조) 딥 임팩트 (Deep Impact) 탐사선은 EPOXI 연장 임무를 통해서 103P/Hartley 혜성에 700km 까지 근접해 그 구성 물질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혜성에서 나오는 물 분자가 지구의 물 분자와 동위원소비가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측 결과는 최글 로제타 우주선이 혜성 67P/Churyumov–Gerasimenko 에서 분석한 것과 다른 결과와 부딪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두 혜성이 모두 카이퍼 벨트에서 기원했다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들이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던가 아니면 둘 중 하나의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지구표면의 물의 기원에 있어 다른 설명을 찾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최근 미지질물리학회 (American Geophysical Union (AGU))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수십억년 동안 지구 내부에서 표면으로 방출된 물의 양은 바다가 가진 물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지구 내부에서 외부로 나온 물의 양이 태평양 바다와 맞먹는 셈입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웬디 파네로 교수(Wendy Panero, associate professor of earth sciences at Ohio State)와 그녀의 대학원생 제프 피곳(Jeff Pigott)은 자신들의 실험실에서 지구의 맨틀에 풍부한 다양한 물질들을 고온 고압 환경에서 테스트했습니다. 


 사실 물의 원료가 되는 산소의 경우에는 지구의 지각에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수소입니다. 수소 자체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지만 지각 깊숙한 곳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연구에서 감람석(olivine)의 일종인 브리지머나이트(bridgmanite)는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이지만 수소를 저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연구자들은 더 풍부한 수소와 물의 공급처가 될 수 있는 링우다이트(ringwoodite)라는 광물을 테스트 했습니다. 이 광물은 맨틀의 전이대 (transition zone, 하부 맨틀과 접해 있는 상부 맨틀의 일부)에 풍부하며 대류를 따라 여기서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부터 제기되곤 했지만 이 주장 역시 지구의 물이 혜성에서 기원했다는 가설 만큼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무튼 연구팀은 실험실에서의 테스트 결과 및 컴퓨터 계산을 통해서 아마도 이 링우다이트와 석류석(garnet)의 상호 작용으로 지각내 물의 순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바다의 물의 양의 상당 부분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양이 연구팀이 주장하는 것 처럼 지구 바다의 절반 정도라면 혜성의 물의 동위 원소 비가 지구의 물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모자랍니다.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무튼 바다의 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기원했는지 밝히는 연구는 아직도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과학자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확실한 결론이 등장하려면 아마도 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