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항공기 Skylon

 

 우주 개발에 있어 엔지니어들의 오랜 꿈은 1단 로켓만으로 저지구궤도(LEO)에 도달할 수 있는 발사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SSTO(Single Stage to Orbit)라고 부르는 이 방식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통해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상세한 개념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087541030 참조) 


 SSTO가 과거 여러차례 시도에서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가지 종류의 엔진으로 이륙에서 극초음속 비행까지가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상의 제트 엔진은 음속의 2배가 넘어가면서 효율이 떨어져 이보다 더 빨리 날기 위해서는 램제트 엔진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엔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램제트 엔진은 속도가 0 인 상태에서는 공기를 흡입해서 연소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륙을 위해서 별도의 엔진이 필요합니다. 터보 램제트 엔진은 이를 혼횽해 어느 정도 문제점을 극복했지만 역시 음속 5배를 넘기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입니다. 


 영국의 리액션 엔진사 Reaction Engines Limited (REL)는 이전부터 스카이론(Skylon)이라는 컨셉 우주 항공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구상은 두가지 형태로 변형되는 엔진을 이용해서 이륙에서 음속 25배까지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엔진은 사브레 SABRE (Synergistic Air-Breathing Rocket Engine)라고 불리는데 아직까지는 물론 실제로 작동하는 엔진은 없고 컨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스카이론의 컨셉. 출처:Reaction Engines Limited )  


 사브레 엔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하 5 까지는 공기를 흡입한 후 수소를 연소시키는 제트 엔진이지만 이후 마하 25까지는 수소+산소를 혼합해 로켓 연소를 하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로켓 엔진 대신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주선 로켓 연료는 다양하지만 무게를 감안했을 때 가장 강력한 것은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를 연소시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액체 산소가 꽤 무겁다는 것이죠. 수소 원자는 가벼운 반면 산소 원자는 상대적으로 무거우니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전부터 대기 중에서는 공기를 흡입해 그 속에 있는 산소와 연료 탱크 속의 수소를 연소시키고 산소는 매우 고속에서만 연료 탱크에서 충당하는 방식이 제안되어 왔습니다. 스카이론과 사브레 엔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저속에서는 제트 엔진처럼 공기를 흡입해 연료 탱그 속의 수소를 연소시켜 이륙하고 극초음속 영역에서는 로켓 엔진으로 변형되어 로켓 연소를 하게 됩니다. 



(Reaction Engines - Skylon Hypersonic Space Plane Simulation ) 


(사브레 엔진의 단면도. 출처:Reaction Engines Limited) 



(사브레 엔진의 다이어그램 출처:Reaction Engines Limited) 

 사브레 엔진의 핵심은 아주 독특하게 생긴 연소실과 엔진 앞의 공기 흡입구에 있습니다. 제트 엔진 가동시에는 앞의 흡입구는 열려 있고 여기에서 공기를 흡입해 연소를 시키게 됩니다. 이후 로켓 엔진 점화시에는 흡입구가 폐쇠되면서 액체 산소와 액체 수소가 로켓 엔진에서 연소되어 추진력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탑재하는 액체 산소의 양을 줄일 수 있고 1 단의 추진력 만으로도 저지구궤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작동 원리는 훨씬 복잡합니다. 사실 스카이론은 과거 영국이 추진하던 우주 항공기인 호톨 (HOTOL)의 후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개발을 진행한 핵심 인물은 앨런 본드(Alan Bond)로 liquid air cycle engine (LACE)라는 방식 엔진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사실 그는 1980년대 중반 호톨 연구시부터 계속 이 일에 매달려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브레 엔진은 과거 호톨과 다르게 일단 공기를 흡입하면 바로 액체 수소에 의해 냉각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헬륨 냉각 장치를 거치게 됩니다. 목적은 공기를 차갑게 만들면서도 수소취화(hydrogen embrittlement, 수소가 금속에 흡수되어 금속을 약화시키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영하 150도 까지 냉각된 공기는 로켓 엔진에서 산화제로 사용되어 수소와 함께 연소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속에서는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서 연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속도를 매우 빠르게 하려면 100% 산소와 수소를 연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고속 비행시에는 모드를 변경시키는 것은 그래서 입니다.  


 스카이론 C1제원

 길이 : 82m

 동체 지름 : 6.25m

 날개 폭 : 25m

 최대 이륙 중량 : 275t

 연료 중량 : 220t

 최대 탑재량 : 12t


 이들이 디자인한 초기 모델인 C1 의 경우 82미터의 거대한 동체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화물칸의 경우 4.6미터 지름에 12.3 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 탑재량은 12톤 정도이므로 과거 우주 왕복선보다 약간 적은 양의 화물을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실제로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단 이렇게 거대한 우주선을 지구 대기권 밖으로 발사했다가 안전하게 착륙한 역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기체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술적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엔진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이전에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엔진입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정부가 6000만 파운드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이 사브레 엔진의 첫번째 축소 실증 모델을 만들도록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를 통해 2014-2016년 기간 동안 엔진의 모든 사이클을 구현할 수 있는 축소 엔진 모델이 개발될 것입니다. 실제로 가능할지 아닌지는 아마도 이 시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텐데 이 테스트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성공 못하면 더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번번히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SSTO 가 영국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 지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