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다음 카카오와 아청법



 지난 12월 10일은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아청법. 사실 이 법의 올바른 약어는 청소년 성보호법이지만 아청법이라고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에 이하 아청법으로 통일) 이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 날이었습니다. 이 날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아청법 17조 위반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SNS 서비스와 연관해서 아청법으로 조사를 받기는 처음인데 문제의 17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리고 여기서 대통령령은

제3조(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발견을 위한 조치) ① 법 제17조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란 다음 각 호의 모든 조치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②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온라인 자료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여성가족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관계기관 및 관련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대통령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용자가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발견 즉시 신고할 수 있는 기능과 온라인 자료를 모두 검색해서 이 중 의심되는 자료를 찾아내는 조치를 의미하는 바일 수 있습니다. 전자는 그렇다쳐도 후자는 결국 모든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검색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와 같은 아동 음란물 검색은 이미 구글이나 MS 등에서도 사용한 바 있습니다. 즉 이미 등록된 아동 음란물과 같은 파일이나 데이터를 이메일로 주고 받거나 혹은 클라우드에 저장한 경우 이를 검색해서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만약 카카오톡이 이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아서 단순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라면 크게 이슈까지 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슈가 되는 이유는 웹하드, SNS, 클라우드, 이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사실 이와 같은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쓴 어떤 이메일 서비스에서도 아동 음란물 신고 버튼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우가 있는데 다음 카카오만 꼭 집어 수사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히 표적 수사, 보복 수사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청법은 도입 초기부터 대상을 애매하게 정하므로써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서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이슈였습니다. 결국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역시 마찬가지인데 현행 법대로 하면 아청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은 매우 광범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이 법에서 말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의미하는데 그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또 이 법에서는 '개인의 권리·이익이나 사생활을 뚜렷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아청법에서는 광범위한 개인 사찰을 의무화 하면서 다른법에서는 금지를 하는 이상한 법률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한번은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음 카카오 사태는 보복성 수사냐 (즉 정부의 검열을 거부한데 대한) 아니냐의 논란을 넘어 아청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이것이 개인 사찰이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다음 카카오가 아청법을 위반했는지 수사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을 말이 되도록 바꾸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아동 음란물을 없애야 한다는데는 100% 동의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법을 현실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수정하고 법의 진짜 목적에 맞게 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청법은 초기부터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될 부분이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끝내 밀어 부쳤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연 이 법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문제가 공론화 되어 법이 말이 되도록 개선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현재 되가는 모습을 보면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