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78 - 지구와 유사한 외계 행성 쌍성계 존재 가능성은 ?



 과거 외계 행성은 진지한 과학적인 연구의 대상이 아닌 상상과 추정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자신있게 외계 행성의 존재는 물론 크기, 위치, 질량, 공전 주기 등의 정보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에서 외계 행성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과연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서로 쌍성계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이론적으론 가능하겠지만 실제 관측 사례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린 미 천문학회 행성과학 부분 회의에서는 지구와 비슷한 두개의 행성이 쌍성계를 이룰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 같은 외계 행성이 있는데, 아주 가까운 거리 (지구  - 달 거리) 에 또 그 정도 크기 행성이 있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이 행성들은 태양과 비슷한 모행성 주위를 공전할 것입니다. 



(두 행성이 서로 공전하는 모습의 상상도 ) 


 사실 이는 매우 복잡한 운동입니다. 태양계에서 여기에 가장 근접한 천체는 바로 명왕성과 카론입니다. 명왕성은 카론의 두배 정도 지름이 크고 8 배 정도 무겁습니다. 이 둘의 질량 중심점은 태양계 대형 천체 중에서 유일하게 명왕성과 카론 사이에 존재합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 같은 행성 두개가 근접한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성과 인접한 행성처럼 중력을 행사하는 다른 천체들 때문에 궤도가 흐트러지기 쉽고 결국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약 이런 천체들이 존재하려면 적어도 지구 - 태양 거리의 0.5 배 밖에서 모항성을 공전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행성 생성의 문제입니다. 


 만약 비슷한 공전 궤도에서 유사한 크기의 행성들이 탄생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귀결은 서로 충돌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구 초기 역사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이론상의 행성은 테이아(Theia)라고 불리는데 초기 지구와 충돌한 후 새로운 지구를 탄생시켰으며 남는 물질은 주변에서 뭉쳐서 달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명왕성과 카론 역시 비슷한 원리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서 만약 두 행성이 스치듯이 고속으로 충돌할 경우 극적으로 살아남아 사이좋게 공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Smoothed Particle Hydrodynamics (SPH) 라는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충돌 각도와 속도 등의 변수를 다양하게 조절해서 테스트를 하면 우주 어딘가 두개의 지구 같은 행성이 사이좋게 공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지구형 쌍성계 (binary terrestrial planets)은 관측에 의한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는 순수한 이론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점은 외계 행성이나 블랙홀도 한 때 마찬가지였죠. 언젠가 우리의 관측 기술이 진보하면 실제로 그 사례들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부터는 상상지만 만약 이런 행성이 있다면 한 행성에서 탄생한 지적 문명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 매우 쉬울 지도 모릅니다. 바로 옆에 새로운 생활의 터전이 마련될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이 행성들에서는 상대방이 우리의 달보다 몇 배나 크게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귀결로써 밀물과 썰물, 조수 간만의 차이가 지구보다 몇 배 더 클지도 모릅니다. 재미있는 상상이긴 한데 과연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