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당분 함유 음료 - 미취학 아동에서 비만의 위험인자가 된다 ?



 오늘날 슈퍼마켓과 편의점에는 다양한 종류의 당분이 포함된 음료 (Sugar - Sweetened Beverage. SSB) 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한동안 정크 푸드로 지목된 탄산 음료를 제외하고도 아주 다양한 형태의 당분 함유 음료가 존재합니다. 심지어 꽤 건강해 보이는 과일주스에도 꽤 많은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뇌는 당분에 대해서 보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당분이 포함된 음식을 갈구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선호하고 세계 각지에 음료 진열대에 이런 당분 포함 음료가 넘처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음료 캔 하나에는 상당히 많은 칼로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물처럼 마시다보면 칼로리 과다 섭취의 위험성에 노출되게 됩니다.



(한 슈퍼마켓 진열대. 한국도 종류만 조금 다를 뿐 이와 대동소이한 상황.   public domain image


 오늘날 선진국에서 당분 함유 음료의 과도 노출은 비만의 가능성 때문에 심각한 보건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심지어 미취학 아동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버지니아 의대 (University of Virginia, School of Medicine) 의 연구자들은 Pediatrics 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내용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9600 명의 2세에서 5 세 사이 소아를 대상으로 한 Early Childhood Longitudinal Survey Birth Control (ECLS-B) 에서 평소에 당분 함유 음료를 자주 마시면 비만도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인 BMI 가 더 증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연히 '물대신 칼로리 높은 음료를 자주 마시면 그만큼 비만 가능성은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대략 어느 정도 선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런지 과학적으로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주 못먹게 할 수는 없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컨트롤 할 것인지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에 의하면 통계적으로 하루 1회 이상, 8 온스 (227 g) 이상 당분 함유 음료 (물론 당분 자체가 아니라 당분이 함유된 음료를 이만큼 먹는 경우) 를 섭취하는 경우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하루 한캔 정도의 용량도 다소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작은 소아는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당분 함유 음료만으로 BMI 증가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비만의 가능성은 아주 다양한 원인 - 예를 들어 신체 활동의 정도와 다른 고칼로리 식사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 - 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천편일률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으나 어린 나이에 자주 당분 함유 음료를 마시는 것은 비만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물을 마셔도 수분 섭취에는 문제가 없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당분을 수분과 같이 섭취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한편 연구팀은 자주 당분 함유 음료를 마시는 소아가 상대적으로 우유와 물의 섭취는 줄이게 되며 또 다른 정크 푸드나 장시간의 TV 시청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다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장시간 TV 를 보면서 신체 활동도 적고 정크 푸드를 좋아하는 소아일 수록 당분 함유 음료도 선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워서 TV 를 보면서 음료수와 과자를 먹는 아이를 상상해 보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연상이 됩니다)


 사실 이런 나쁜 건강 습관을 어려서 부터 교정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꾸 사주게 되면 이후에는 습관이 되어 쉽게 교정하기 힘들고 일단 고칼로리 식이에 대해서 익숙해지면 배고프지 않더라도 자꾸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단 음식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물대신 당분이 들어간 음료로 갈증을 달래는 일을 줄이도록 주의해야 할 것 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호 식품으로 마시는 경우 미취학 아동은 당분 함유 음료 (탄산 음료 포함) 를 하루 1 회 미만으로 (즉 매일 마시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rk D. DeBoer, MD, MSc, MCRa, Rebecca J. Scharf, MD, MPHb, and Ryan T. Demmer, PhDc. Sugar-Sweetened Beverages and Weight Gain in 2- to 5-Year-Old Children. Pediatrics; originally published online August 5, 2013. doi: 10.1542/peds.2013-057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