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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포유류는 언제 털을 진화시켰을까 ?



 포유류라고 하면 이름 그대로 젖먹이 동물이긴 하지만 그외에도 중요한 특징이 털과 온혈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은 신체의 대사를 매우 빠르게 유지할 수 있어 외부 기온의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항상 민첩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물론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긴 하지만 이를 정당화 할만큼 이점이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포유류가 크게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증명됩니다. 


 이런 항온성을 유지하기 위해 포유류는 또 다른 발명품인 털과 가죽을 진화시켰습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털이 퇴화하거나 별로 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포유류는 두꺼운 가죽과 털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보온을 하므로써 주변으로 부터 빼앗기는 에너지를 최소화 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보온재' 가 없다면 결국 항온성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포유류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 밖에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포유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목록에 털을 넣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포유류 진화의 어떤 시기에 털이 등장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이 된 단궁류의 등장이 대략 3억 2400 만년 전 (후기 석탄기)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초기 양막류 (Amniote) 에서 진화한 그룹인 단궁류 (Synapsids, 혹은 Theropsids) 는 고생대말 페름기에 크게 번성했으며 이들 가운데 포유류형 파충류 (mammal-like reptiles, 단궁류 중 포유류가 아닌 무리) 와 포유류의 조상 무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궁류는 페름기말 대멸종 이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페름기말의 폐허에서 일어난 단궁류는 중생대의 초기인 트라이아이스기에 다른 양막동물인 조룡류 (Archosauria, 공룡, 익룡, 악어, 새를 포함. 이들은 이궁류 (Diapsida) 에 속함) 에 밀려 중생대 내내 마이너한 위치를 차지하는 동물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단궁류가 중생대에 허송세월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신생대에 번영을 위한 준비 (털과 항온성의 획득 같은) 를 했죠. 


 최근 포유류가 무려 1억 6500 만년 이전에 이미 털을 진화시킨 증거가 중국의 내몽골 자치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013 년 8월 네이처 (Nature) 에 Chang-Fu Zhou 등이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Megaconus mammaliaformis 라는 중생대 단궁류는 이미 털과 가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중국 내몽골 자치주에 살았던 이 중생대 단궁류는 이미 번성하던 공룡, 익룡과 더불어 깃털 공룡과 함께 공존하던 기묘한 중생대 생물이었습니다. 기묘한 이유는 피부가 공룡을 비롯한 조룡류 생물에서 볼 수 있는 각질의 비늘 대신 두꺼운 가죽과 털이라는 그때 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물건을 진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중생대 쥐라기의 이 기묘한 포유류의 조상은 큰 다람쥐만한 크기로 주로는 물가에서 서식하는 반수생의 야행성 동물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이 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랄만큼 잘 보존된 화석 표본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내려진 결론으로 같은 표본을 조사한 연구팀은 이 고대 프로토 타입 포유류가 치아와 턱 역시 파충류가 아닌 현재의 포유류  같은 형태를 가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Megaconus mammaliaformis 의 복원도  Megaconus was a nocturnal animal, foraging mostly in the night. It lived on the shores of a shallow freshwater lake in what is now the Inner Mongolia Region of China. (Credit: April Isch, Zhe-Xi Luo, University of Chicago))


 즉 먹이를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치아와 턱 (이들은 주로 곤충이나 작은 척추동물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보임) 항온성, 털의 진화는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들이 진짜 항온 동물이었는지 화석 기록이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털이라는 번거로운 물건을 진화시킬리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마도 체온을 완전히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잇습니다. 


 한편 연구자들은 다른 독특한 특징들도 밝혀냈습니다. 이 동물은 현재의 알을 낳는 원시적 포유류 처럼 발뒤꿈치에 길고 날카로운 침을 가지고 있으며 (오리너구리처럼) 독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접 조상이 아닌데도 오리 너구리와 묘하게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 한편으로 이들은 몇가지 원시적 특징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털의 경우 아마도 전신이 아니라 일부를 덮고 있었으며 복부에는 털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들의 중이 역시 매우 원시적으로 파충류 처럼 그냥 턱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아무튼 보기 드물게 잘 보존된 표본덕에 과학자들은 중생대 포유류가 어떻게 진화해서 오늘의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1억 6500 년전이라는 매우 오래된 시기부터 털이 진화한 것은 당시에도 항온성이 어떤 이점을 가졌다는 점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기온이 낮은 밤에 활동하기에 더 유리하지 않았을지 추측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Megaconus mammaliaformis 가 현생 포유류의 직접 조상인지 아니면 그냥 당시 나타난 털을 가진 단궁류 가운데 하나로 후손을 남기지 못했는지 현재까지 정보로 알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쥐라기 공원에는 공룡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 (사실 이름만 가지고 이야기 하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것도 잘못된 이야기죠.) 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눈에 띄는 주연급이나 조연급도 안되는 (엑스트라로도 출현하는 경우를 보기 드문 경우) 동물들이지만 이들이 아니었다면 현재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없었을 테니 사실 지금까지 영화나 다큐등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던 셈입니다. 앞으로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제작자들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s:

  1. Chang-Fu Zhou, Shaoyuan Wu, Thomas Martin, Zhe-Xi Luo. A Jurassic mammaliaform and the earliest mammalian evolutionary adaptationsNature, 2013; 500 (7461): 163 DOI: 10.1038/nature12429
  2. Q. Ji. A Swimming Mammaliaform from the Middle Jurassic and Ecomorphological Diversification of Early MammalsScience, 2006; 311 (5764): 1123 DOI:10.1126/science.112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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