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후 변화와 전염성 질환과의 관계는 ?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증거가 축적된 관측 결과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평균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기후대의 이동, 가뭄, 홍수 등 여러가지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의 결과로 이전부터 우려되던 것이 각종 전염성 질환의 북상입니다.


 몇몇 전염성 질환들이 기후 온난화와 더불어 북상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 명확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몇차례 언급했던 뎅기열입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http://jjy0501.blogspot.kr/2012/08/blog-post_3989.html )


 뎅기열은 본래 미국엔은 없던 질환이었으나 매개 모기가 점차 북상함에 따라 남미에서 1980년대 카리브해국가, 그리고 2000 년대에는 텍사스 및 플로리다 같은 미국 남부지역 까지 상륙하게 됩니다. 물론 기온이 상승한 것 이외에도 교통이 발전하고 운송이 많아지면서 전파가 더 쉬워진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런 질병을 매개하는 곤충들이 점차 북반구와 남반구의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도 베트남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매개 모기가 발견되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 일도 있습니다. ( 이전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3/07/Dengue-fever-in-Korea.html  참조)


 사실 뎅기열은 한가지 사례일 뿐이고 말리리아를 비롯 곤충에 의해 매개되는 수많은 질환들과 콜레라 같은 온난환 환경에서 잘생기는 수인성 질환이 인구 밀집 지대인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세계 각국의 보건 관리자들의 고민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래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감염성 질환이 더 널리 번성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온 상승과 매개 곤충의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만이 지금 일어나느 변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업화의 확산으로 여러 나라에서 점차 의료 보건 수준이 향상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감염성 질환 확산에 대응하기가 쉬워졌습니다. 따라서 이런 여러가지 요인을 생각해 보면 나타나는 결과는 상당히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약자와 빈곤국가, 그리고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단순할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적 번영과 의료 기술 향상의 혜택에서 한발 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


 조지아 대학의 소니아 알티저 (Sonia Altizer, University of Georgia/associate professor in the UGA Odum School of Ecology) 와 동료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와 감염성 질환의 확산을 검토한 리뷰 논문을 Science 에 발표했습니다. 알티저는 "인간이 가진 질환들은 상당부분 나라가 얼마나 부유한지와 의료 자원, 질병에 대한 대처 능력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 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온난화로 인한 감염성 질환의 확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개도국들이 이런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저자들은 지구상 어떤 지역보다도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북극권이야 말로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야생 동물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북극권에서 기온 상승에 따라 이전에는 없던 감염 질환과 기생충 질환이 점점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북극권의 생태계가 글로벌 석탄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의외로 우리가 주목하지 않지만 이 지역 생태계가 온난화에 아주 취약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예를 들어 북극권 기후에 잘 적응된 초식 동물인 사향소 (muskox) 의 경우 protostrongylid 류 폐충 (lungworm) 의 유행으로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기후에 잘 적응된 북극권 생물들은 기생충이나 감염성 질환에 대해서 저항력이 매우 약한데 지금까지는 기후가 이들을 질병에서 보호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만 그런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향소는 북극권의 기후에 잘 적응되어 있는데 이것이 추운 기후에만 잘 적응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생충 및 감염성 질환이 적은 환경에도 잘 적응된 동물입니다. Original uploader was Pethr at en.wikipedia  CC-BY-SA-2.5,2.0,1.0 )


 그러나 사향소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아직까지 야생 동물의 기생충 질환 및 감염성 질환의 확산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다 확실한 예측 - 즉 기후 변화가 야생 동물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 - 을 위해보다 체계적이고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흔히 논문 말미에 적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경우는 진짜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후 변화가 감염성 / 기생충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 확실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인간 뿐 아니라 동물에 미치는 영향들도 상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염성 질환의 확산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아무래도 인간 중심적 사고를 하게 마련이라) 과연 이것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향후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상세한 현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 예측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S. Altizer, R. S. Ostfeld, P. T. J. Johnson, S. Kutz, C. D. Harvell. Climate Change and Infectious Diseases: From Evidence to a Predictive FrameworkScience, 2013; 341 (6145): 514 DOI: 10.1126/science.123940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8/130801142329.htm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