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간의 세포로 되살아난 쥐의 심장



 한쪽 폐나 신장이 없어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지만 하나뿐인 심장 없이는 누구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은 오래전부터 살아있다는 증거로 여겨졌고 심박동 정지는 죽음의 신호로 여겨졌습니다. 아무튼 간에 한시도 뛰지 않으면 안되는 심장은 우리 신체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심장 질환이 발생해 심장 이식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환자들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만 500 만명이 심부전 (heart failure) 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중 정도가 심한 이들은 심장 이식만이 살길이지만 이식 신장을 구한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반드시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을 대신 써야 하는데 뇌사자 이외에는 자발적 기증을 기대하기 힘든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장을 대신하기 위한 인공 심장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까지 장시간 실제 심장을 대신할 만한 인공 장기의 개발은 요원하다고 하겠습니다. 비로 아직 실제 인공 심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몇몇 연구자들은 유도만능 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iPS) cells 을 이용해 새로운 심장을 만들 거나 혹은 부분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피츠버그 의대 (University of Pittsburgh School of Medicine) 의 레이 양 (Lei Yang, Ph.D., assistant professor of developmental biology, Pitt School of Medicine) 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우선 쥐의 심장에서 세포를 제거 (decellularized) 했습니다. 세포를 제거하더라도 조직을 지지하는 여러가지 결합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심장은 녹아 없어지지 않습니다. 


 10 시간 정도 이 과정을 마친 연구자들은 남은 부분을 거푸집으로 삼아 인간의 만능유도심혈관간세포 (multipotential cardiovascular progenitor (MCP) cell) 를 입혔는데 이는 피부에서 얻은 섬유아세포 (fibroblast cell) 를 통해 얻은 유도 만능 줄기세포 (iPS cell) 을 사용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MCP 세포는 cardiomyocytes, endothelial cells, smooth muscle cells 이라는 세가지 종류의 세포를 만드는데 이는 심장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연구팀은 이 세포를 사실상 세포외 기질 (ECM extracellular matrix ) 만 남은 쥐의 심장에 주입한 후 수주간 배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주후 쥐의 심장이 인간의 심장 세포들로 대체된 것은 물론 분당 40 - 50 회 정도로 다시 심박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내용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했습니다.


 쥐의 심장에 인간의 심장 세포가 제대로 분화한 것도 놀랍지만 스스로 알아서 심장의 전기 신호를 전달해주는 전기 전도 시스템 electrical conduction system 이 제대로 된 위치에 발생해서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은 심장이란 장기의 복잡성을 생각하면 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쥐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할 순 없지만 인간 유도 만능 줄기세포 기술이 미래 심근 경색이나 혹은 심부전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하겠습니다. 


 연구팀은 향후 심근 경색으로 손상된 심장 근육을 대체할 수 있는 일종의 재생 패치를 계획하고 있는데 사람의 심장 크기의 장기를 재생시키는 데 드는 어려움 (크기 면에서 쥐의 심장과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재생시키기 쉽지 않음) 을 생각하면 이것보다는 더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환자의 세포를 이용한 심장 패치나 인공 심장이 가능하다면 말할 것도 없이 면역 반응 없는 이식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이상적입니다. 


 물론 임상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는데는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 인간 유도 만능 줄기 세포가 스스로 뛰는 미니 심장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Tung-Ying Lu, Bo Lin, Jong Kim, Mara Sullivan, Kimimasa Tobita, Guy Salama, Lei Yang. Repopulation of decellularized mouse heart with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derived cardiovascular progenitor cells. Nature Communications, 2013; 4 DOI:10.1038/ncomms330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