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71 - 짧은 감마선 폭발의 비밀에 다가선 허블 우주 망원경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차례 설명했듯이 과학자들은 지난 반세기간 아주 강력한 에너지 방출 현상인 감마선 버스트 (Gamma Ray Burst 혹은 감마선 폭발) 를 목격해 왔습니다. (감마선 버스트에 대해서는 전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2/06/58-5.html   참조. 그리고 네이버 캐스트도 읽어 볼만함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16&contents_id=7411 )


 감마선 버스트에는 2 초 미만 짧은 시간 지속되는 짧은 감마선 폭발 (short gamma ray burst) 와 그 이상 지속되는 긴 감마선 폭발 (long gamma ray burst) 의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전에 설명드린 데로 과학자들은 이 두가지 현상의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나 혹은 위의 링크에 있는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하시면 되겠지만 간단히 설명드리면 짧은 감마선 폭발은 중성자별들은 충돌이나 혹은 중성자별 + 블랙홀 충돌등의 격렬한 충돌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으며 긴 감마선 폭발은 태양의 100 배 정도 되는 거대 별이 대규모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상세한 메카니즘은 베일에 가려 있으며 새로운 관측 현상들이 계속 발견되어 앞으로도 연구가 많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최근 영국 레스터 대학 (University of Leicester in the United Kingdom) 의 니얼 탄비어 (Nial Tanvir) 가 이끄는 연구팀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 결과를 토대로 짧은 감마선 폭발의 메카니즘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증거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관측한 것은 40 억 광년 정도 떨어진SDS J112848.22+170418.5 라는 은하에서 발생한 감마선 폭발인 GRB 130603B 입니다. 이 감마선 폭발은 2013 년 6월 13일 허블 우주 망원경의 WFC3 에 의해 관측되었는데 짧고 강력한 감마선 폭발 후 수시간 동안 모든 방향으로 충격파가 전해졌으며 이후 20 일이 지난 시점에도 이것이 관찰되었습니다.




(GRB 13060B 의 관측 모습. 40 억 광년 떨어진 감마선 폭발이지만 허블 망원경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관측이 가능했음  In the image at left, the galaxy in the center produced the gamma-ray burst, designated GRB 130603B. The galaxy, cataloged as SDS J112848.22+170418.5, resides almost 4 billion light-years away. A probe of the galaxy with Hubble's Wide Field Camera 3 on June 13, 2013, revealed a glow in near-infrared light at the source of the gamma-ray burst, shown in the image at top, right. When Hubble observed the same location on July 3, the source had faded, shown in the image at below, right. The fading glow provided key evidence that it was the decaying fireball of a new type of stellar blast called a kilonova. Kilonovas are about 1,000 times brighter than a nova, which is caused by the eruption of a white dwarf. But they are 1/10th to 1/100th the brightness of a typical supernova, the self-detonation of a massive star. Credit: NASA, ESA, N. Tanvir (University of Leicester), A. Fruchter (STScI), and A. Levan (University of Warwick))


 이들이 관측한 GRB 13060B 의 폭발 후 모습은 두개의 고밀도 별 (compact star,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같이 밀도가 매우 높은 천체) 의 충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인 킬로노바 (Kilonova) 이론이 예측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킬로노바는 일반적인 신성 (노바, nova  백색 왜성에서 생기는 폭발현상) 보다 1000 배는 강하지만 초신성 폭발에 비해서는 1/10 - 1/100 수준인 폭발입니다.


 두개의 고밀도 별이 충돌해 생기는 킬로노바 현상이 발생한다면 강력한 에너지 분출로 인한 뜨거운 플라즈마에 의해 가시광 영역에너지는 가려지고 첫 수일간은 주로 근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수일에 걸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발견한 현상이 이와 비슷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탄비어는 이를 '결정적인 증거 (smoking gun)'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와 동료들이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폭발의 잔해 (주로는 근 적외선 영역 관측) 와 후폭풍은 폭발후 3 일에서 11 일 까지 관측이 가능했고 20일 지난 시점에서는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는 한쪽이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제로 두개의 고밀도 별이 충돌한 현상을 짧은 감마선 폭발이 있었던 자리에서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함께 일어난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대개의 감마선 폭발은 너무 먼 거리에서 일어나 강력한 감마선 분출 이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관측 기기가 발전함에 따라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연 현상과 같이 일어나는지 규명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긴 감마선 폭발이 주로 거대한 별의 최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여럿 있었지만 짧은 감마선 폭발이 실제 두개의 고밀도 별이 충돌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는 격언 처럼 이번 연구는 실제 증거를 관측하는데 성공해 짧은 감마선 폭발의 메카니즘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킬로노바가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고밀도 별 두개가 충돌하게 되면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해서 마치 잔잔한 호수의 표면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생기듯 우주에 퍼지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의하면 반드시 있어야할 중력파는 너무나 미약해서 지금까지 검출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이를 검출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킬로노바를 관측하므로써 중력파 이론과 짧은 감마선 폭발 이론 두개를 동시에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 (Natu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N. R. Tanvir, A. J. Levan, A. S. Fruchter, J. Hjorth, R. A. Hounsell, K. Wiersema1& R. L.
Tunnicliffe.  A kilonova associated with short-duration gamma-ray burst 130603B  Nature (2013) doi:10.1038/nature12505




http://hubblesite.org/pubinfo/pdf/2013/29/pdf.pdf


http://phys.org/news/2013-08-hubble-telltale-fireball-gamma-ray.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