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표류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 - F - 15SE 냐 유찰이냐 ?



(갑자기 3 차 FX 사업의 유력 기종으로 떠오른 F - 15 SE. 위는 F-15 Silent Eagle  의 실증기 (Demonstrator) 가 2010 년 7월에 시험 비행 중인 사진.   Credit : Boeing )


 대략 2 달전 '입찰 중인 3차 FX 사업 - 미래는 ?' 라는 내용으로 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입찰이 시작된 차기 전투기 사업 (F-X, 3차) 이 사실상 후보 기종 들이 모두 문제가 있고 방사청 사업비인 8조 3000 원으로는 60 기를 구매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6/3-fx.html  참조)


 그로부터 2 달 동안 차세기 전투기 사업에 대한 온갖 루머가 인터넷과 신문지면을 뒤덮었습니다. 처음에는 F - 35 유력설도 나오다가 유로파이터 유력설도 나왔지만 최근 보도 내용과 더불어 방사청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뜻하지 않게도 F - 15SE 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뜻밖이긴 하지만 일부에서 나오는 데로 만약 8.3 조원 안쪽으로 보잉이 다시 가격을 써냈다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F- 15SE 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 http://jjy0501.blogspot.kr/2013/03/f-15-se.html


 개인적으로 F - 15SE 역시 가격을 그렇게 저렴하지 않게 써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 입찰 결과 아무튼 사업비 안에 들어오는 가격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이 전투기 역시 실물이 존재한다기 보단 아직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 라는 내용이고 지금있는 개념 실증기 역시 우리에게 판매할 옵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가거나 약속한 성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유동적이긴 합니다. 아무튼 이전 DSCA 문서를 보면


The Republic of Korea has requested a possible hybrid case in support of (60) F-15 Silent Eagle aircraft being procured via Direct Commercial Sales (DCS). 

The proposed sale will include 60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Radar (AESA) radarsets,
60 Digital Electronic Warfare Systems (DEWS), 
60 AN/AAQ-33 Sniper Targeting Systems, 
60 AN/AAS-42 Infrared Search and Track (IRST) Systems, 
132 Ultra HighFrequency/Very High Frequency (UHF/VHF) secure radio with HAVE QUICK II, 
69 Link-16 Terminals and spares, the Advanced Display Core Processor II, Joint Mission Planning System, various support equipment items, 
GEM-V GPS airborne receiver module, and communication security; 
software development/integration, spares and repair parts, personnel training and training equipment, publications and technical documents, 
U.S. Government and contract engineering and logistical personnel services, and other related elements of logistics and program support.
The estimated cost is $2.408 billion.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F - 15 SE 60 기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각정 항전 장비와 기타 장비의 가격을 24억 800 만 달러으로 책정했으며 기체, 엔진, 무장의 가격은 별도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F - 15 60 기의 단가를 60 억 달러 이하로 (엔진 포함) 제시해야 합니다. 


 최초 1 차 입찰은 3 기종 모두가 사업비를 초과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방사청은 단호하게 사업비를 초과하면 유찰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F - 35 는 미 공군의 추정 단가가 이미 100 억 달러를 돌파해 댓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그런데 그것도 모든 옵션이 있는 게 아닌 가격)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가장 먼저 가격 때문에 탈락했습니다. 이후 보잉 사측은 가격을 어느 정도 맞춰 써냈는데 이대로면 사업이 보잉 측에 넘어갈 것을 우려했는지 최종 입찰 때 유로파이터 측도 가격을 8.3 조원에 맞춰 써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방사청 공식 보도 자료에 나와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제6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정(7.25)에 따라 최초 입찰(6.18~7.5)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차기전투기(F-X)사업 입찰(8.13~8.16)을 재개하여 13회 실시하였습니다.

기종별 입찰가격을 분석한 결과 A기종이 협상과정(’12.7~’13.6월 초)에서 상호 합의한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여 이를 근거로 가격을 제시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최종회 이전까지는 기존에 합의된 협상결과에 근거한 가격(총사업비 초과) 제시
최종회에는 조건을 임의로 축소․완화하여 가격(총사업비 이내) 제시


가격입찰은 상호 합의된 협상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방위사업청은 입찰과정에서 합의된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A기종은 총사업비를 초과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끝>'



 여기서 A 기종은 유로 파이터를 말하며 상호 합의한 조건이란 복좌기 댓수였는데 이를 임으로 조절해서 가격을 맞췄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공식 보도 자료에 의하면 입찰은 총 13 회 실시 (즉 12 회 유찰 시킴) 했는데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F - 15 SE 뿐인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의 공식 입장은 이전부터 3 기종 모두 군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며 남은 것은 8.3 조원이라는 방사청의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사업비를 만족시켜야 입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단 가격을 넘기지 않아야 서로 성능 비교를 해서 가장 적합한 기종을 선택하지 아예 가격에 들어오는 기종이 하나 뿐이면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 뿐입니다.


 이것이 F - 15 SE 라는 사실은 방사청의 오태식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이 2013 년 8월 22 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프로에 나가서 시인한 바 있습니다.




 대략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대로면  F - 15 SE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방사청과 군 내부에서는 F - 15 SE 를 확정하는데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아예 유찰 시켜 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방사청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F - 15 SE 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 오래된 전투기인 F - 15 를 기반으로 제작됨. 우리 나라 외에는 도입할 나라가 없어서 성능 검증을 해볼 수가 없음. F - 35 는 이미 초도 저율 생산을 통해 100 대이상 조립 라인에 들어섰고 유로 파이터도 트렌치 3 이전 버전들은 충분히 테스트 되어 있어서 개량 버전 트렌치 3 에 대한 검증 부담이 적음. 그러나 F - 15 SE 는 불완전한 실증 개념기 1 대가 전부 - 때문에 이를 도입할 경우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만약 F - 15 SE 가 예상한 성능이 나오지 않거나 혹은 가격이 예상보다 더 들게 될 경우 더 부담스런 상황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이웃 일본은 이미 200 대가 넘는  F - 15 (157 기의 F-15Js 와 45 기의 F-15DJs ) 을 도입한 이후 여기에 새로 F - 35 를 42 기를 들여오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4 대외에는 자체조립)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공군력 차이는 상당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세미 스텔스기를 도입하기에는 일본도 그렇고 중국 역시 J - 20, J - 31 같은 스텔스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라 주변국 대비 공군력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가능하면 이들 국가와 충돌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본은 독도를 계속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고 중국은 '한국이 이어도라고 주장하는 쑤옌자오 (蘇岩礁) 에 불법 시설물을 지었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2/09/blog-post_25.html 참조) 최근 스카보러 (황옌다오) 분쟁에서 보듯이 어느 정도 해군력과 공군력 없이는 영유권 주장도 쉽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해도 적어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의 군사력 확보가 필요한데 (물론 1 차 목표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인 점은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따지면 사실 F - 15 SE 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군력 부터 한발 접고 들어가면 아무래도 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F - 35 구매하자니 (본래 이게 가장 원하던 기체였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최근 수년간 미국도 손을 떼고 싶어할 만큼 삽질을 하는 바람에 우리도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진 상황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유찰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과연 미래가 어찌 될지 매우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사실 유찰시키면 결국 우리만 차기 전투기 전력화가 늦춰지는 셈이니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니죠. 그러니 한가지 확실한 건 어떤 결론이 나와도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덧 : 참고로 차기 전투기 사업 (F-X, 3차) 는 이미 방사청이 사업 공고에서 '공군의 작전운용 개념에 부합하는 고성능전투기 00대를 국외구매하는 사업' 라고 목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하이급 전투기를 구매하는 사업이며 미들  - 로우급 구매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FA - 50 (60 기) 도입 및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KFX 혹은 이를 대신할 기타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댓글을 읽어보면 이런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추가합니다. 로우 / 미들 급 교체 사업은 별개 사업이고 이것 역시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