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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517 - 중성자별 주변의 바람



(This X-ray image shows extended emission around a source known as Swift J1834.9-0846, a rare ultra-magnetic neutron star called a magnetar. The glow arises from a cloud of fast-moving particles produced by the neutron star and corralled around it. Color indicates X-ray energies, with 2,000-3,000 electron volts (eV) in red, 3,000-4,500 eV in green, and 5,000 to 10,000 eV in blue. The image combines observations by the European Space Agency's XMM-Newton spacecraft taken on March 16 and Oct. 16, 2014.
Credits: ESA/XMM-Newton/Younes et al. 2016)


 중성자별은 별이 죽고 남은 질량이 태양질량의 1.4배 이상인 경우 만들어집니다. 이 이상 질량에서는 전자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양성자와 결합해 모두 전기적으로 중성이 되기 때문에 중성자로 이뤄진 하나의 거대한 원자핵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중성자별은 엄청난 중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성자별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 별이 있습니다. 사실 전자/양성자/중성자가 모두 합쳐졌다는 이야기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기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성자별 표면에는 강한 중력에 의해 갖힌 원자들이 있고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들이 가진 자기장의 세기는 매우 강력합니다. 


 중성자별 가운데 아주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것을 마그네타 (Magnetar)라고 부릅니다. 마그네타는 지구 자기장의 1000억 배에서 10조배나 강력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어 생명체는 물론 강철도 산산조각 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2600개의 중성자별 가운데 29개 정도가 마그네타로 분류되는데, 과학자들은 그 정확한 생성 메카니즘을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조지 윤스(George Younes,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George Washington University)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나사의 스위프트 탐사선과 유럽 우주국의 XMM-Newton X-ray 관측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마그네타 Swift J1834.9-0846를 연구했습니다. 


 2014년에 이뤄진 관측에 의하면 이 마그네타는 주변에 15광년에 달하는 성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보통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에서 생기기 때문에 생긴 직후에는 주변에 성운이 존재하지만, 이 가스가 흩어지거나 중성자별이 흡수되고 나면 성운은 사라지게 됩니다. 더구나 중성자별의 자기장이 가스를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마그네타는 엄청난 에너지를 자기장에 담아두었다가 한번에 폭발시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Swift J1834.9-0846는 2011년 자기장 폭발 (outburst)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폭발은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This artist's rendering shows a magnetar outburst. A 2011 outburst of Swift J1834.9-0846 led to its discovery by NASA's Swift satellit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2014년 관측 데이터에서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이 폭발과 자기장에 의한 흔적으로 보이는 바람 성운(wind nebula)를 발견했습니다. 보통은 중성자별 역시 블랙홀처럼 주로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지만, 이렇게 예외적으로 주변에 물질을 방출해 성운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예상치 못했던 중성자별의 독특한 성질입니다. 


 중성자별은 블랙홀에 비해서 대중적인 인기는 별로 없는 천체입니다. 하지만, 우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마그네타 역시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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